/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지난 7일 박근혜 대통령의 경기 전망이 갑자기 '낙관론'으로 돌아섰다. 지난달 24일 '복합위기'를 거론한 지 채 2주도 안됐다. 박 대통령은 "수출 감소폭이 줄었고, 소비는 증가세가 유지되고 있으며 고용도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다"며 경기 전망이 낙관으로 선회한 이유를 들었다.
하지만 얼마 전만해도 총체적인 경제위기를 강조하던 정부가 갑자기 수출과 국내 경기를 긍정적으로 보니 혼란스럽기 짝이 없다. 과도한 불안심리가 오히려 경기 회복을 저해할 수 있다는 정부의 입장을 십분 이해하면서도 과연 현 상황이 불안심리 차단이나 격려의 말로 개선될 수 있느냐 하는 의문을 잠재울 수 없다. 정말 뼈를 깎는 구조조정과 체질 개선 없이도 수출 회복이 가능한가 묻고 싶다.
품목별로 보면 기계와 무선통신기기를 제외한 자동차·철강·조선·석유화학·디스플레이·반도체 등 우리나라 주력 품목의 수출은 모두 마이너스 증가율을 나타냈다. 바이오·재생에너지·신소재·로봇·헬스케어 등 신성장 산업의 수출경쟁력은 여전히 미약하고, 반면 조선·철강·석유화학·기계 등 기존 수출주력산업의 경쟁력은 약화되고 있다.
중국와 일본 사이에 끼여 신(新)넛크래킹 현상이 심화되고 있지만 뚜렷한 대응방안도 없어 보인다. 우리 경제의 펀더멘탈이 무너지고 있는데 하락세가 조금 늦춰졌다고 갑자기 수출이 회복되고 있다고 말하는 건 어불성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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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다가 연간 수출액만 2조 달러가 넘는 수출 대국인 중국의 수출 실적도 부진하다. 중국의 수출증가율도 작년 2월 이후 1년째 마이너스가 지속되고 있다. 1월 수출증가율은 -11.2%, 2월에는 -25.4%를 기록하여 수출 경기가 점차 악화되고 있다. 이는 우리의 수출 부진이 단지 지역적인 요인에 기인하지 않는 것임을 시사한다.
지난 7일 한국개발연구원(KDI)도 "최근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둔화되고 있다"며 수출·투자·소비·생산 등 주요 경제 지표가 모두 부정적이라고 분석했다.
최근 정부의 경기 인식 전망 선회가 사실(fact)에 근거한 것이라면 몰라도 단순히 격려 차원이었다면 지금은 오히려 격려의 말보단 채찍질이 필요한 위기의 상황이라는 생각이 더 크다. 개구리가 서서히 뜨거워지는 물 속에서 적응하다가 죽어가듯 우리 경제도 위기에 둔감해지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