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국민은 뒷전" 테러방지법 보험사기방지법의 공통점

머니투데이 박용규 기자 2016.03.11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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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정원·보험사 권한은 강해지지만…국민 항변권은 없어

 8일 오전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교통조사계 경찰들이 고급 외제차를 물속에 빠뜨리고 억대 보험금을 편취한 형제들을 검거하고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중고 외제차를 헐값에 구입해 고의로 바다와 하천에 차량을 빠뜨려 1억 5천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했다.2015.4.8/뉴스1 8일 오전 전북지방경찰청 브리핑룸에서 교통조사계 경찰들이 고급 외제차를 물속에 빠뜨리고 억대 보험금을 편취한 형제들을 검거하고 증거품을 공개하고 있다. 스킨스쿠버 자격증을 보유한 이들은 중고 외제차를 헐값에 구입해 고의로 바다와 하천에 차량을 빠뜨려 1억 5천만원 상당의 보험금을 편취했다.2015.4.8/뉴스1


192시간의 무제한 토론 끝에 테러방지법이 통과되던 지난 2일 함께 통과된 80여건의 법안 중에는 보험사기방지 특별법도 있었다. 테러도, 보험사기도 분명 범죄라 이를 처벌하기 위한 법을 제정했으니 목적에는 맞지만 뒷맛은 개운찮다. 국가정보원과 보험사의 권한은 강해지지만 국민들과 보험계약자의 항변권은 변함이 없기 때문이다.

보험사기방지 특별법은 박대동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으로 보험사기가 늘어나니 '특별히' 특별법을 제정해서 엄히 처벌해야 한다는 법이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4년까지 보험사기액은 2조3700억원이다. 천문학적인 금액이며 이에 비례해 보험수가도 올랐을 것이다. 보험업계는 선의의 계약자들이 피해를 본다면서 특별법 제정에 적극적이었다.



이 법에서 논란이 될 부분은 보험사기가 의심될때 보험회사가 수사기관에 수사를 의뢰할 수 있는 부분이다. '합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단서가 붙어 있지만 사실 합당하다는 것은 보험사의 입장에서다.

테러방지법에서 논란이 된 것은 국가정보원이 온 국민들을 사찰할 수 있냐 없냐였다. 테러방지법에는 테러위험인물의 정의를 테러와 관련해 '상당한 의심이 되는 자'를 포함하고 있다. 야당은 이 조항을 근거로 국정원에 사실상 전국민의 사찰이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합당한 근거'와 '상당한 의심'. 서로 말을 바꿔서 법안에 넣어도 전혀 이상치 않을 이 문구들은 행위주체(보험사와 국가정보원)에 유리한 조항이다. 이들의 판단에 따라 '보험사기에 상당한 의심'과 '테러행위를 했을 합당한 근거'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두 법은 보완장치를 가지고 있다.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 안되고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한다. 대테러대책위원회에는 인권보호관을 둔다. 국정원 직원이 권한을 남용하면 형사처벌 된다.

그렇다면 국민들이 직접 겪게 되는 피해는 어떤 쪽이 더 클까. 2014년 기준으로 보험사가 계약자를 상대로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으려고 진행한 소송이 2013건이다. 소송건수가 이만큼이니 소송으로 가지는 않았지만 분쟁건수는 이보다 휠씬 많을 것이다.


처벌 조항도 보험사기방지특별법은 보험사기 조사를 이유로 보험금 지급을 미뤄도 최대 과태료 1000만원이다. 반면 국정원 직원은 형법상 무고와 날조 등의 조항에 2분의 가중처벌을 받는데 최소한 벌금형으로 과태료 같은 행정처분보다 엄하다.

현실에서는 어떨까. 최대한 보험금 지급을 미루려는 보험사로서는 억대의 보험금 청구 요청이 들어오면 보험사기로 의심된다는 것을 계약자에게 슬쩍 흘리고 보험금 협상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또는 과태료 1000만원을 부과받더라도 보험금 지급을 미루면서 보험 가입자들을 귀찮게 할 수도 있다.



비록 최악의 상황을 가정한 것이지만 이번 보험사기특별법이 보험금 분쟁을 둘러싸고 보험사의 권한이 강해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안타까운 것은 보험사의 강화된 권한에 비해서 보험가입자의 항변권은 없다는 사실이다.

더욱 우려스러운 것은 20대 국회에서 보험사기방지특별법 개정요구가 나올 수도 있다. 현재의 법안이 보험회사들의 요구를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당초 원안에 포함된 보험회사의 직접 조사권이 확보될때까지 이들의 입법 노력은 계속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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