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9월17일 최경환 당시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정부세종청사 기재부에서 열린 '역외소득/재산 자진신고 기획단' 현판 제막식에 참석하고 있다. 왼쪽부터 김낙회 관세청장, 김주현 법무부 차관, 최경환 부총리, 임환수 국세청장. /사진제공=뉴스1
자문서비스를 제공하는 법무법인들의 행보도 바빠지고 있다. 법무법인 세종은 지난해 10월부터 변호사, 회계사 등으로 구성된 '역외재산 등 자진신고 법률자문팀'을 별도로 꾸려 관련 자문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고액자산가와 기업을 중심으로 한 자문수요도 급증하고 있다. 그만큼 불안한 이들이 많다는 얘기다. 세종의 김현진 파트너 변호사는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2011년에 이르는 기간에도 당국이 수차례에 걸쳐 자진신고 제도를 도입한 바 있다"며 "다만 이번에는 조세 측면 외에도 형사적 처벌감면까지 가능한 만큼 역외자산 현실화를 위한 절호의 기회"라고 말했다.
또 "이민을 가더라도 한국에 거주한 기간에 은닉한 세원이 문제가 되기 때문에 당국의 압박을 지속적으로 피해가기 어렵다"며 "사실상 이번 정보공개는 그간 신고하지 않았던 역외재산을 양성화할 절호의 기회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처럼 고액자산가나 기업이 마음을 졸이는 이유는 자진신고 기간이 경과 후 정부가 미신고자에 대한 적발과 제재를 큰 폭으로 강화하겠노라고 엄포를 놓은 바 있기 때문이다. 그간 정보부족이나 다른 나라에서의 공권력행사 제한 등 이유로 역외은닉 재산에 대한 확인이 어려웠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라졌다는 얘기다.
이 시각 인기 뉴스
특히 올해부터 한국이 미국과 체결한 FATCA(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을 비롯해 내년부터는 OECD(경제협력개발기구)가 주관하는 MCAA(다자간 금융정보 자동교환협정)이 발효되면서부터 국내 당국이 한국 거주자의 해외소재 소득·재산에 대한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된다. 미국, 영국, 독일 등 한국의 주요 교역국은 물론 버뮤다, 건지, 저지, 페로 등 조세피난처로 유명했던 지역들까지도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MCAA를 시행한다는 방침이다.
FATCA, MCAA 등으로 당국이 얻을 수 있는 정보는 사실상 돈이 오가는 모든 정보라고 해도 무방하다. 일단은 해외소재 계좌에서 이뤄진 입출금 내역이 공유대상 정보이나 이를 통해 당국은 부동산 임대료와 관련한 소득이나 자산매각 대금 등에 대한 정보까지 얻을 수 있게 된다.
당국이 이처럼 칼을 가는 것도 이유가 있다. 글로벌 NGO(비정부기구) 조세정의네트워크에 따르면 2010년 기준 한국의 역외탈세 자금규모, 즉 누락된 세원규모는 7790억달러(약 937조원)으로 중국(1조1890억달러) 러시아(7980억달러)에 이어 세계 3위에 이른다. G20(주요20개국) 회원국이자 세계 GDP(국내총생산) 13위인 한국의 위상을 감안할 때 부끄러운 순위다.
당국은 이달 말까지의 자진신고 기간 동안 역외재산 등을 신고한 이에 대해서는 조세포탈, 외국환거래 신고의무 위반, 해외 재산도피 등의 혐의에 대해 형법상 자수로 간주해 최대한 형사관용조치를 취한다는 방침이다. 다만 재산형성 과정에서 횡령, 배임, 사기 등 중대한 범죄가 있었거나 불법행위와 관련한 자금일 경우에는 관용혜택이 주어지지 않는다.
이 기사는 더엘(the L)에 표출된 기사로 the L 홈페이지에서도 만나볼 수 있습니다. 더 많은 기사를 보고 싶다면? ☞ 머니투데이 더엘(the L) 웹페이지 바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