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장님 급구' 제지연합회, 수장 구하기 나선 사연은?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6.03.07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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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들 "내부 현안 챙기느라 겸직 불가능" 밝히며 고사

국내 제지 빅3 CEO. 왼쪽에서부터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 김석만 무림 대표, 이복진 한국제지 대표/사진제공=각 사국내 제지 빅3 CEO. 왼쪽에서부터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 김석만 무림 대표, 이복진 한국제지 대표/사진제공=각 사


한국제지연합회(이하 연합회)가 차기 회장 선임에 애를 먹고 있다. 하마평에 올랐던 이들 모두 고사하고 있어 후임자 찾기가 녹록지 않은 모습이다.



국내 제지산업 발전을 도모하고 업계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인 연합회 수장직이 공석이 되면서 업계 전반의 업무 차질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제지연합회는 32대 회장을 선임하지 못하고 있다. 이날까지 열흘 가까이 공석인 셈이다. 지난 2013년 31대 회장에 오른 최병민 깨끗한나라 대표가 3년 임기를 모두 채우고 지난달 26일 정기총회에서 공식 퇴임한 뒤 후임자를 찾지 못했기 때문이다.



연합회는 올 들어 차기 회장 선임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각별히 공을 들이고 있다. 연합회는 지난 1월과 2월 열린 이사회에서 국내 대형 제지업체 CEO들에게 차기 회장직을 제안했다. 현재까지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와 김석만 무림페이퍼 대표, 이복진 한국제지 대표 등이 연합회로부터 회장직 제안을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들이 모두 고사했다는 후문이다. 국내 제지업체 대부분이 전문경영인 체제로 전환했다는 점을 감안해 오너보다는 전문경영인을 차기 회장으로 영입하자는 업계 의견을 반영한 조치였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이다.

연합회 관계자는 "하마평에 오른 CEO들이 회사 내부적으로 챙겨야 할 사안들이 많아 연합회 회장직까지 겸임하기 힘들다는 뜻을 보내왔다"며 "최대한 빠른 시일 내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방침 아래 후보를 지속적으로 물색 중"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한솔제지 (3,045원 ▼5 -0.16%)는 유럽연합(EU)에 저평량 감열지를 덤핑 판매했다는 의혹을 받고 EU 집행위원회가 실시하는 '한국산 저평량 감열지에 대한 반덤핑조사' 기업 리스트에 올라있다. 무림페이퍼 (2,140원 ▼5 -0.23%)무림P&P (3,095원 ▲25 +0.81%), 무림SP (1,813원 ▼14 -0.77%) 등 펄프·제지 3사를 아우르는 무림그룹은 올해 창립 60주년을 맞아 내부 재정비에 들어간 상황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무 공백에 따른 업계 현안 해결에 차질이 생길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터져나온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차기 회장을 선임한다는 게 연합회의 방침이지만 기한이 정확히 명시되지 않은 데다 외부 인사를 초빙할 수 없는 마당에 마땅한 인물도 없어 그야말로 '진퇴양난' 형국이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해 말 제지자원진흥원과 제지 원자재의 원활한 수급을 위해 상생협약을 체결한 만큼 연합회는 올해 이와 관련한 세부적인 업무 추진에 힘을 쏟아야 하는 상황"이라며 "차기 연합회장의 오랜 공백은 제지업계는 물론 제지자원진흥원의 회원사인 원료(폐지·고지)업계에도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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