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팔때 최고 인기 '바둑'… '알파고'덕에 다시 뜬다

머니투데이 진경진 기자 2016.03.05 06: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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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더이슈]한국바둑 위기설… "국가·국민적 관심 필요"

응팔때 최고 인기 '바둑'… '알파고'덕에 다시 뜬다


응팔때 최고 인기 '바둑'… '알파고'덕에 다시 뜬다
#금년 8개월간 이창호 국수는 모두 5억1200만원의 상금을 벌어들였다. 앞으로 남은 3개 세계기전을 모두 우승하면 상금 10억원을 넘어서는 신기록을 세우게 된다. 그는 이미 청년 재벌 대열에 올라섰다. … 국내 골프대회 1위 상금은 3000만~7000만원선. … 바둑대회 우승상금은 이미 수년전부터 1억원대를 넘어섰다. 최근에는 우승상금 3억원짜리 대회까지 창설됐다. … 1995년 3월 탄생한 바둑케이블TV의 경우 28개 채널 중 시청률 3위를 차지했다.(1996년 9월15일 신문 기사 내용 중)

20년 전만해도 국내에서 바둑의 인기는 대단했다. 조훈현 9단은 잉창치(응씨)배 초대 챔피언에 오르고 그의 제자인 이창호 9단이 20여년 동안 세계를 제패했다. 2010년에는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바둑 종목에 걸린 금메달 3개를 싹쓸이하는 등 한국바둑은 세계 최강을 자랑한다.



한국바둑은 여전히 세계에서 높은 자리를 차지하고 있지만 언젠가부터 계속해서 위기설이 나오고 있다. 한국 현대 바둑 71주년. 바둑천재 이세돌과 인공지능 바둑프로그램 알파고의 대결을 앞두고 바둑의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짚어본다.

◇바둑의 역사… 시작은 중국, 토대는 일본
바둑은 흑돌과 백돌이 겨뤄 더 많은 집을 지은 쪽이 이기는 게임이다. 종주국은 중국으로 4300년 전 요순시대, 요임금이 어리석은 자신의 아들 교육을 위해 바둑을 고안해냈다는 설이 있다.



고대 농경사회에선 별들의 움직임을 관측하는 일이 매우 중요했던 만큼 이를 연구하는 도구로서 바둑이 발명됐다는 설도 제기된다.

중국에서 만들어진 바둑은 한국을 거쳐 일본에 전파됐다. 다만 현대 바둑에서 사용되는 룰이나 각종 이론, 정석 등 전체적인 토대를 갖추도록 지원한 나라는 일본이다.

일본 막부시대 바둑을 국가적으로 장려해 정부에서 직접 바둑대회를 관리했고 지금의 프로기사와 같이 바둑을 전문적으로 두는 사람들이 생겨났다. 20세기에 이르러 협회(일본기원)와 프로제도가 탄생했고 신문사들이 스폰서로 나서면서 오늘날 현대바둑의 틀을 갖추게 됐다.


◇세계 바둑 기전… 대만과 일본에서 1·2호 창설
일본 중심으로 움직이고 있던 바둑계는 대만의 세계적 바둑대회인 '잉창치(응씨)배'가 생기면서 판도가 재편된다. 대만 출신의 기업인 잉창치(응창기)는 1988년 제1회 응씨배 세계선수권대회를 기획했다. 그는 당시 40만달러라는 천문학적인 우승상금과 4년 주기의 올림픽형 경기 방식 등 계획을 세웠다.

하지만 이 대회는 몇 달 차이로 '제1호 세계바둑대회'의 영예를 놓치게 됐다. 응씨배 출범 소식을 접한 일본이 서둘러 후지쓰배를 창설했기 때문이다.

현재 세계적인 바둑 기전은 LG배(2억5000만원), 삼성화재배(3억원), 후지쓰배(1500만엔·약 2억1000만원), 춘란배(15만달러·약 1억7000만원), 응씨배(40만달러·약 4억4000만원), 도요타덴소배(3000만엔·약 2억8000만원) 등이 있다.

과거 동양증권배(1억20000만원)가 있었지만 1998년 외환위기를 맞아 중단됐다. 농심신라면배(2억원)는 국가대항 단체전이어서 논외로 여겨진다. 세계 6대 기전을 모두 한 차례 이상 우승하면 '그랜드슬램'을 달성하게 된다. 그랜드슬램은 이창호 9단이 2003년 3월 달성했다.

◇한국 바둑 위기설, 기회로 잡아야
최근 한국의 바둑 위기설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중국 바둑의 경우 국가 차원의 제도·정책적인 지원 속에서 꾸준히 발전해 왔지만 한국은 지원이 미비하다는 점이 문제점으로 꼽힌다.

여기에 바둑에 대한 국민의 관심까지 떨어지다 보니 국가적인 지원 역시 덜할 수밖에 없다. 한국기원 관계자는 "앞으로 한국 바둑이 발전하기 위해서 국민 관심을 제고하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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