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유가 늪'에 빠진 건설사, 중동 수주 전년比 3% 그쳐

머니투데이 서동욱 기자 2016.03.02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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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월 해외수주 빨간불, 50억 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46% 수준···중동수주 직격탄

국내 건설업계의 해외수주 실적이 '저유가 늪'에서 빠져나오지 못하고 있다.

재정여건이 악화된 중동 산유국들의 발주 감소로 작년 해외 수주액이 전년보다 30% 감소한 460억달러를 기록한 상황에서, 지난 1~2월 실적이 심각한 부진에 빠졌다.

해외건설 전년동기 대비 지역별 계약금액 / 제공 = 해외건설협회 해외건설 전년동기 대비 지역별 계약금액 / 제공 = 해외건설협회


2일 해외건설협회와 대형 건설사들에 따르면 1∼2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총 50억 1400만달러로 지난해 같은 기간(109억8000만달러)의 46% 수준에 그쳤다. 특히 중동 수주액은 8800만달러로 전년 동기 28억8000만달러의 3%에 머물렀다.



지난해 이 기간 국내 건설사들은 카타르·아랍에미리트·이라크 등 산유국들이 발주한 수천만~수억달러 규모의 물량을 수주했었다. 연초이긴 하지만 올 1~2월 이들 주요국에서 5000만 달러 이상 공사 수주는 전무하다. 그나마 아시아 시장에서 22억7000만달러, 태평양·북미에서 10억6000만달러를 수주하면서 감소 폭을 줄일 수 있었다.

문제는 중동 상황이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는 것이다. 한국건설산업연구원 손태홍 연구위원은 "유가 수준이 30달러에 머무르면 2009~2011년과 같은 대규모 플랜트발주시장이 도래하지 않을 것"이라며 "대부분 기관들이 당분간 '50달러 이하 유가'를 예상하는 만큼 중동시장의 수주부진은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지난 1월 이란에 대한 국제사회의 제재가 해제되면서 건설업계가 가장 큰 수혜를 입을 것이란 전망도 나왔지만 '이란효과'가 아직은 신기루에 불과하다는 게 업계관계자들의 공통된 견해다.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이란 시장을 주시하고 있지만 물량이 계획대로 진행될지는 불확실한 상황"이라며 전체 수주실적에 큰 영향을 미치지는 못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란에서 인프라에 대한 신규수요는 분명히 있겠지만 전통적인 도급형 발주물량을 놓고 국내 업체 간 경쟁할 경우 적자공사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경고도 나온다.


또 다른 대형 건설사 관계자는 "국내업체간 저가 경쟁이 이뤄지는 근본적인 이유는 원천기술과 핵심기술이 부족하기 때문인데 이는 단기간에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고 말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정부 차원의 지원책이 나와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특히 빗장이 풀린 이란시장의 경우 개별 업체가 아닌 국가차원의 경쟁이 되는 만큼 금융 및 보증지원 제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관계자는 "이란 정부는 수주의 전제 조건으로 투자 및 금융 조달, 기술 이전 등을 요구하고 있다"며 "해외건설에 대한 민간 금융기관의 자금 공급이 확대되는 방향으로 지원 금융구조를 재정립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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