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헌' 알고도 방치하는 국회…최대 13년 공백

머니투데이 황재하 기자 2016.03.01 09: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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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 리포트]헌법재판소 '헌법불합치' 결정된 법률 19건 개정 안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원유철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의원총회에서 국기에 대한 경례를 하고 있다. /사진=뉴스1


20대 총선이 한달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19대 국회가 일부 법 조항의 위헌성을 알고도 짧게는 수개월에서 길게는 10년 넘게 이를 개정하지 않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법재판소가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렸지만 개정되지 않은 법 조항은 총 25건에 달한다. 대통령령인 시행령 6건을 제외하면 국회는 총 19건에 대해 법을 개정할 의무를 다하지 않은 것이다.

헌법불합치는 위헌성이 있지만 당장 효력을 없애면 법적 공백 때문에 혼란이 우려되는 법에 대해 개정할 때까지만 그 효력을 임시로 유지하는 결정이다.



헌재가 정한 입법기한 넘기고도 개정 안된 법 5건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는 경우 대부분 입법기한을 함께 정한다. 1~2년 내로 법안을 개정하지 못하면 법률이 효력을 잃는다는 단서를 붙여 입법부의 빠른 결정을 촉구하고 위헌적인 법률이 유지되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다.



국회는 이같은 결정에도 불구하고 5건에 대해 입법기한이 지나도록 해당 조항을 개정하지 않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선거구 획정안이다. 헌재는 2014년 10월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안을 규정하는 공직선거법 제25조 2항 일부 내용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며 입법기한을 이듬해 연말로 정했다. 서로 다른 선거구의 인구 편차를 최대 3대1까지 허용한 현행과 달리 2대1까지 줄여야 한다는 취지다.

헌재는 당시 "다음 선거까지 약 1년6개월의 시간이 남았고, 국회가 비록 상설기관은 아니지만 전문가로 구성된 국회의원 선거구 획정위원회에서 다양한 정책적 지원을 받을 수 있다"며 "선거구 조정의 현실적인 어려움이 인구편차의 허용기준을 완화할 사유가 될 수 없다"고 판단했다.


헌재의 예상과 달리 국회는 이후 1년4개월여 동안 새로운 선거구 획정안을 통과시키지 못한 채 입법기한을 넘겼다. 총선을 1개월여 앞두고서야 획정위의 전체회의 결과가 국회에 넘어갔지만, 몇몇 의원들이 이에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밖에도 국회가 입법기한을 넘기도록 개정하지 않은 법률은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제10조 △제23조 1호 △통신비밀보호법 제6조 7항 △국민투표법 제14조 1항이다. 이 가운데 기한을 가장 오래 넘긴 법률은 집시법 2건으로, 헌재는 2010년 6월말을 시한으로 정했지만 5년8개월 동안 개정되지 않았다.

위헌 결정된 '죽은 법' 최대 25년째 법전에 남기도

헌재가 입법기한을 정하지 않은 채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조항은 상황이 더 심각하다.

가장 오랫동안 개정되지 않은 조항은 약사·한약사가 아니면 약국을 개설할 수 없다고 규정한 약사법 제16조 1항이다. 헌재가 2002년 9월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린 이후 13년 5개월 동안 개정되지 않은 채 남아 있다.

혼인관계가 끝난 이후 300일 이내 출생한 자녀를 전 남편의 자녀로 추정하도록 규정한 민법 제844조 2항도 헌재가 입법기한을 따로 정하지 않고 헌법불합치로 결정한 경우다. 이 법은 지난해 4월 선고된 이래 10개월 동안 개정되지 않았다.

헌재가 위헌으로 결정했는데도 법령을 삭제하거나 개정하지 않은 채 그대로 남겨둔 조항도 16건에 이르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 가운데 가장 오래된 것은 1992년 4월 위헌으로 결정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해 구속기간 연장을 허용하는 국가보안법 제19조다. 위헌으로 결정됐는데도 25년째 죽은 법으로 법전에 남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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