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구로동에 마련된 제주 분양형 호텔, 코업시티호텔 하버뷰의 홍보관에서 투자 상담을 받고 있는 사람들의 모습. /사진제공=(주)경성.
김씨는 홀로 땅이나 주택을 살 때처럼 큰 돈을 들이지 않고도 매월 꼬박꼬박 일정한 수익을 올릴 수 있다는 말에 솔깃했다. 제주에 관광객이 지금처럼만 유지된다면 '노후 대비용'으로 나쁠 게 없다는 생각에 투자를 고심 중이다.
분양형 호텔은 오피스텔과 투자금 규모는 5000만원~2억원 정도로 비슷하지만 임대차 계약이나 시설관리에 신경을 쓰지 않아도 위탁운영주체가 이를 도맡아 한다는 이점 때문에 퇴직 이전 장년층의 관심이 높다.
객실당 분양가는 1억1000만~1억7000만원으로 계약금 10%에 중도금 50%는 무이자 융자가 지원된다. 1억6000만원을 투자한다고 가정하면 계약금은 1600만원이며 준공일까지 24개월간 연 6%의 이자도 지급한다. 호텔 운영을 시작하면 첫 1년은 연 최대 12.5%의 수익을 보장하고 이후부터 가동률에 따라 수익이 분배된다.
코업시티호텔 하버뷰 분양 관계자는 24일 "노후 준비에 관심이 많은 40~50대의 투자 문의가 가장 많다"며 "호텔이 평균 65% 정도만 가동되면 최초 1년간 보장 수익률을 지급하는 데 문제가 없고 이후에도 꾸준히 수익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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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구도심에 자리 잡은 데이즈호텔 제주시티도 내년 3월 호텔 운영을 앞두고 분양 중이다. 지하 2층~지상 10층 규모, 총 375실로 지어지는 이 호텔은 윈덤그룹 계열로 면세점과 공항이 인접해 중국인 관광객을 주 타깃으로 한다.
지난해 3월부터 강남 양재동에 홍보관을 운영 중인 이 호텔은 객실당 분양가가 1억6000만~2억원선이며 중도금 60% 무이자에 수익률은 첫 해 연 최대 16%, 다음 9년간 연 최대 11%를 보장한다.
호텔 분양 관계자는 "주로 40대 고객들이 노후 대책으로 1~2개 객실 정도에 대출을 받아 투자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며 "적은 실투자금으로도 분양을 받을 수 있고 매매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제주뿐 아니라 인천국제공항으로 입국하는 관광객을 겨냥한 수도권 분양형 호텔도 공급되고 있다. 김포아라뱃길 인근에 들어서는 호텔마리나베이서울은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분양을 시작해 현재 60% 가까이 팔렸다.
객실당 1억6000만~1억8000만원에 분양되는 이 호텔은 중도금 무이자에 대출을 받아 실투자금 7000만원 가량만 투자하면 10년간 연 8%의 수익을 보장하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전문가들은 분양형 호텔 투자시 실제 안정적인 수익보장이 가능한지, 보장기간 이후의 배당 수익은 어떻게 될지 여부를 잘 따져볼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제주의 경우 관광객은 증가하는 추세지만 숙박시설이 줄줄이 들어서며 공급과잉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최소 1년부터 최대 10년까지 확정수익기간이 끝나면 호텔 가동률 하락시 수익률이 낮아질 가능성도 있다. 지난해 한국은행은 호텔 가동률을 65%로 가정했을 때 투자수익률을 실투자액 대비 5.1% 수준으로 추정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연구원은 "분양형 호텔들이 내세우는 연 10%대 수익률은 대출을 분양가의 50~70% 가량 받았을 때를 기준으로 한 것"이라며 "매각차익을 내거나 거래가 수월한 상품도 아니기 때문에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함영진 부동산114 리서치센터장도 "그동안 분양형 호텔 공급이 늘면서 수익률이 점차 떨어지는 게 사실"이라며 "호텔은 결국 운영으로 수익을 내기 때문에 입지가 좋은지, 운영주체가 노하우를 갖고 있는지 등을 따져봐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