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은 사람이 치워라"…2년차 주부 설 명절후 "못살겠다" 이혼

머니투데이 이미영 기자 2016.02.10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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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민우회 설명절 관련 포스트잇 공개…명절 '불만' 드러내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설 연휴 마지막 날인 10일 오전 서울역에 도착한 귀경객들이 집으로 향하고 있다. /사진=뉴스1


#A씨는 지난해 설 명절을 보낸 후 결혼 2년만에 남편과 합의 이혼했다. 명절을 쇠는 방식에 대한 남편과의 의견 충돌이 도화선이 됐다. A씨는 추석과 설 명절을 번갈아 가면서 시댁과 친정에서 보내자고 제안했다. 남편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결국 합의이혼에 이르렀다. 명절이 이혼의 가장 큰 이유는 아니었지만 이를 통해 서로가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음을 확인한 것이다.

#B씨는 결혼 후 설 명절에 처음 내려간 후 결혼 생활이 막막해졌다. 결혼 전 집안에서 지내지 않았던 제사를 집에서 지내는 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친척들이 수십명으로 늘어나면서 부담도 커졌다. 게다가 어르신들마다 아직 생각에도 없는 2세 계획을 물어보는 등 심리적 압박도 견디기 어려웠다. 한끼 식사를 할 때마다 수북이 쌓이는 설거지를 볼 때마다 '결혼을 왜 했나'는 후회가 밀려왔다. 명절 때문에 부부관계가 소원해졌다는 선배들의 말이 현실로 다가왔다.




여성민우회가 공개한 시민들의 설 명절에 한 메모. / 사진=여성 민우회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여성민우회가 공개한 시민들의 설 명절에 한 메모. / 사진=여성 민우회 페이스북 홈페이지 캡처
여성민우회가 설 명절을 맞아 페이스북에 공개한 시민들의 메모에서 명절에 대한 부담과 고민을 엿볼 수 있다. 명절을 하나의 행사로 치르기보다는 편안한 마음으로 휴식을 취하거나 자기만의 방식으로 명절을 즐기고 싶다는 의견이 많았다.

"그냥 명절이 사라져버렸으면 좋겠다" ,"시댁이든 친정이든 내가 가고 싶은 곳 마음대로 골라가고 싶다", "처먹은 사람이 치워라" 등 명절 때마다 이어지는 며느리들의 고충이 가장 많이 눈에 띠었다.



젊은 세대들이 명절에 대한 생각의 변화도 엿볼 수 있다.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명절음식을 해먹으면서 편히 쉬고 싶다", "이번 설에 네가 하고 싶은 일하면서 쉬어라는 엄마의 문자를 받고 싶다" 등 명절을 휴식의 개념으로 생각하는 사람들도 늘어났다.

명절 때마다 취업, 결혼, 출산 등 대답하기 곤란한 질문 때문에 부담을 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았다. "남자친구 있니"라는 질문에 "여자친구 있어요"라고 대답할 수 있는 명절, "취업 결혼 외모 등 오랜만에 봐서 할 말이 없는 거라면 할 얘기들을 준비해 왔으면 좋겠다" 등의 의견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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