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것질? 명품음식!' 금고 연 대기업의 '미식 탐험'

머니투데이 송선옥 기자 2016.02.07 11: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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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그린푸드·유수홀딩스 등 맛집 유치로 매출 확대 나서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매그놀리아 컵케이크


#얼마전 미국에서 1년가량 체류하다 온 이민아씨(여, 38)는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렀다가 깜짝 놀랐다. 뉴욕 여행 가서도 일정 때문에 들르지 못했던 컵케익 전문점 ‘매그놀리아’가 떡하니 손님들을 끌어 모으고 있었기 때문. 더군다나 몇 년 전 도쿄 여행을 갔을 때 파스타 소스 등을 쇼핑했던 ‘이틀리’가 함께 입점해 있는 것을 보고 현대백화점의 MD(머천다이징) 능력에 감탄하지 않을 수 없었다.

#여의도에서 근무하는 김은지(30)씨는 최근 친구들과의 약속 장소로 여의도에 새로 생긴 ‘테라스원’으로 종종 잡는다. 지하 2층부터 6층까지 홍대 앞 유명 빵집인 리치몬드 베이커리와 삼진어묵 등을 포함해 일식 중식 한식 카페 등 다양한 맛집들이 포진해 있어서다. 테라스원은 한진그룹으로부터 분리된 상장사 유수홀딩스 (5,510원 ▲60 +1.10%)가 한진해운 주차장 부지를 활용해 세운 상가 건물이다.



상장사들의 ‘맛 사냥’이 본격화되고 있다. ‘냉장고를 부탁해’ ‘집밥 백석생’ 등 유명 쉐프들이 스타로 거듭나고 미식에 대한 관심이 커지면서 ‘먹거리’가 짭짤한 현금수익원으로 부상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8월에 오픈한 현대백화점 판교점에는 매그놀리아 이틀리를 비롯해 ‘유럽의 스타벅스’라 불리는 조앤더주스 등이 포진해 있다. 현대그린푸드 (4,710원 ▲40 +0.86%)가 이들 브랜드를 공급하고 있다.



현대백화점 판교점에 들어가면 그 규모에 놀라게 된다. 영업면적 1만3860㎡로 국내 최대 규모다. 장기 불황을 극복할 아이템으로 식품을 선택했다는 의미로 명품과 함께 먹거리가 고객들을 끌어 모으는 아이템으로 단단히 자리매김하고 있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매그놀리아는 여성들에게 인기를 끌었던 미드 ‘섹스앤더시티’에 나와 팬덤을 형성했다. 판교점의 경우 월평균 매출이 약 6억원에 달한다. 경기부진으로 ‘작은 사치’를 원하는 소비자들의 많다는 얘기다. 현대그린푸드는 지난 12월 현대백화점 무역센터점에 매그놀리아 2호점을 오픈했다.

현대백화점 뿐만 아니라 신세계 (162,900원 ▼1,100 -0.67%) 롯데백화점 등도 딘앤델루카, SSG푸드마켓, 펙(PECK) 등 고급 식재료 판매점을 내놓으면서 차별화에 나서고 있다.


유수홀딩스가 운영하는 테라스원은 전문 컨설팅 업체의 손길을 거쳐 완성됐다. 주차장 부지를 활용할 계획을 세우다 보니 오피스 건물보다는 상가 건물이, 여의도 트렌드에 맞게 맛집이 적절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일부 업체는 유수홀딩스가 직접 모셔오기도 했다.

유수홀딩스 관계자는 “여의도에서 음식 관련된 임대사업을 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판단 아래 테라스원을 열었는데 고객들이 많이 몰리는 것을 보면 판단이 적절했던 것 같다”며 “향후 다른 지역에도 이와 같은 맛집 상가를 구상중”이라고 말했다.

상장사들의 맛집 유치는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맛집으로 소문나면 일정 수준의 매출을 확보할 수 있는 데다 고객들의 체류 시간 상승으로 구매 효과도 만만치 않기 때문이다.

김지효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백화점 업체들의 지난 7년간 품목별 매출을 살펴보면 유일하게 ‘식품군’만 역신장 없이 연평균 6.2%의 견조한 성장을 기록한 것을 확인할 수 있다”며 “집객 효과와 매출 향상 등을 꾀할 수 있는 식료품점과 레스토랑을 합친 ‘그로서란트’의 열풍은 올해도 지속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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