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 목줄 매라" 싸우다 살인까지…서울시, '동물갈등' 관리나서

머니투데이 남형도 기자 2016.02.08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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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강아지·고양이 83만5000마리, 25개 자치구 평균 年 700~1000건 동물갈등 생겨…市 '동물갈등조정관' 신설, 2인1조 현장출동

↑ 지난해 12월 28일 시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주민에게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해 머리와 턱뼈 등을 다쳐 죽음을 넘나들었던 진돗개 단비(1살)가 지난 11일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반려동물문화강좌 및 놀이터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모 사찰 주지 스님의 반려견이었던 단비는 폭행 충격으로 왼쪽 눈이 실명 된 상태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2015.7.12/뉴스↑ 지난해 12월 28일 시끄럽다는 이유만으로 이웃주민에게 쇠파이프로 폭행을 당해 머리와 턱뼈 등을 다쳐 죽음을 넘나들었던 진돗개 단비(1살)가 지난 11일 경북 포항 영일대해수욕장에서 열린 '반려동물문화강좌 및 놀이터 행사'에 건강한 모습으로 나타나 많은 박수를 받고 있다. 경북 포항시 북구 흥해읍 모 사찰 주지 스님의 반려견이었던 단비는 폭행 충격으로 왼쪽 눈이 실명 된 상태로 현재까지 치료를 받고 있다.2015.7.12/뉴스


#. 서울 강동구에 사는 A씨(61)는 지난해 9월 4일 자신의 애완견을 산책시키다 B씨(71)와 시비가 붙었다. B씨가 "내 다리를 스쳤다"며 강아지를 발로 찰 듯 떼어내자 A씨는 "왜 내 강아지를 차려 하느냐"며 싸우다 그에게 주먹질했다. B씨는 충격에 뒤로 넘어져 머리를 심하게 다쳤고, 결국 사망했다. 지난 2009년에는 서울 한 주택가에선 C씨(64)의 강아지가 목줄을 매지 않은 상태에서 행인들에 달려들자 그중 한 명이 강아지를 발로 찼다. C씨는 홧김에 흉기를 가져왔고, 편을 들어줬던 다른 행인에 휘둘러 숨지게 했다.

서울 반려동물 사육가구가 늘면서 동물 갈등이 연간 2만건 이상 급격히 늘자 서울시가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동물갈등조정관'을 신설해 관리에 나서기로 했다. 동물갈등조정관은 민원이 접수되면 2인 1조로 현장을 방문해 갈등을 해결하는 역할을 맡는다.



5일 서울시에 따르면 시는 이 같은 내용의 '동물갈등 조정관 양성 및 운영계획'을 이달까지 마련해 내달 선발을 거쳐 오는 4월부터 동물갈등 조정활동을 시작한다.

2014년 서울서베이에 따르면 서울 반려동물 사육가구는 강아지 75만1000마리, 고양이 8만4000마리를 합해 총 83만5000마리에 달한다. 반려동물 사육가구는 2013년 16.7%에서 2014년 18.8%로 2.1%포인트(p) 늘었다.



반려동물 사육가구 증가에 따라 동물로 인한 갈등도 심화되고 있다. 서울시에 따르면 25개 자치구에서 각각 연평균 700~1000건의 동물관련 민원이 발생하고 있다. 서울시 전체로 따지면 연간 1만7500건에서 2만5000건의 동물갈등이 발생하는 것이다.

동물갈등 중 가장 많은 것은 길고양이로 인한 갈등으로 전체의 38%를 차지한다. 길고양이를 돌보는 이른바 '캣맘'들은 동물보호활동으로 인식하지만, 지역주민들은 길고양이로 인한 불편을 호소해 민원을 제기하는 것이다. 강아지 등 반려동물 사육으로 인한 갈등은 전체의 17% 가량이다. 강아지 짖는 소리, 목줄미착용, 분뇨, 소유자 학대 등 갈등의 유형도 다양하다.

이에 서울시는 지자체 중 처음으로 '동물갈등조정관'을 신설해 방치돼 있던 동물갈등 관리에 나선다. 서울시 직원으로 구성된 동물보호감시원 6명과 역량 있는 전문가로 구성된 동물명예보호감시원 5명을 동물갈등조정관으로 내달까지 임명해 4월부터 조정 활동에 나선다. 전화나 인터넷으로 민원이 접수되면 2인 1조로 구성된 감시원들이 현장에 출동해 현장 확인과 당사자들 면담을 거쳐 갈등을 중재하는 방식이다.


아울러 서울시는 올해 말까지 동물갈등조정관을 운영한 뒤 성과를 분석해 확대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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