好실적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그들의 고민

머니투데이 엄성원 기자 2016.02.12 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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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X파일]연초부터 해외 수주 급감…이란 등 신규 시장 개척 절실

好실적에도 웃을 수만은 없는 그들의 고민


시공능력평가순위에서 상단을 차지하는 대형 건설업체들이 이달 초부터 잇달아 지난해 연간 실적을 발표했다. 겉으로 드러난 숫자만 보면 지난해 건설업계 성적은 나쁘지 않다.

현대건설과 현대엔지니어링은 1조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냈고 GS건설도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다. 대림산업, 대우건설, 현대산업개발 등도 주택사업 호조 속에 이익성 개선에 성공했다. 기대 이하의 성적을 기록한 곳은 호주에서 대규모 손실을 낸 삼성물산과 사업부 매각, 구조조정을 진행한 두산건설 정도다.



하지만 나쁘지 않은 성적에도 새해를 준비하는 건설업체들의 마음은 분주하기만 하다. 올해 시장환경이 어느 때보다 혹독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대형과 중견을 막론하고 업계 전체가 상시 구조조정 체제에 돌입했다는 말까지 나올 정도다.

가장 큰 걱정거리는 뚝 끊겨버린 해외 수주다. 해외건설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건설업체들의 해외 수주는 461억달러로 2007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부진 분위기는 새해 들어서도 이어지고 있다. 올 1월 해외건설 수주액은 29억3000만달러로 전년 동기(59억4700만달러)의 절반 수준으로 주저앉았다. 저유가 장기화로 인한 중동 수주 위축이 지속되고 있는 데다 그간 중동발 수주 부진을 메워줬던 동남아, 중남미 수주도 동반 감소했다. 1월 아시아 지역 수주액은 9억9900만달러로 전년 대비 48.8% 감소했고 같은 기간 중남미 수주액은 5억8900만달러로 84.7% 줄었다. 이 같은 분위기는 이달 들어서도 크게 달라지지 않는 모습이다.

이란 제재조치 해제에 기대가 쏠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중국의 경기 둔화와 미국의 금리 인상 등 악재 속에서 동남아나 중남미 신흥국들의 대형 프로젝트 발주가 이전만 못할 것이라는 게 업계의 공통된 시각이다.

하지만 이란 건설 수주가 가시화되기까지는 적지 않은 어려움을 이겨내야 한다. 대형 개발 프로젝트 수주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유럽업체들과 기술력 경쟁을 벌이는 동시에 제재 기간에도 꾸준히 이란사업을 지속해온 중국 업체들과 가격 경쟁을 펼쳐야 한다.


A건설업체 임원은 "이란 시장에서는 해외업체는 물론 국내업체들간 경쟁도 매우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남보다 먼저 실적을 내야 한다는 생각에 무턱대고 수주를 서두르다 보면 과거와 같은 해외수주 부실이 재현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찬바람이 불고 있는 국내 주택경기도 고민거리다. 지난해 국내 주택 분양시장은 연초부터 활기를 보였다. 지난해 건축허가 규모는 76만가구로 16년래 최대치를 기록했고 실제 분양도 52만가구로 전년 대비 50% 이상 증가했다. 삼성물산, 현대건설, 대우건설, GS건설, 대림산업 등 상위 5개사 중 삼성물산을 제외한 나머지 4개사들은 지난해 전년 대비 2배 가까운 분양 물량을 쏟아냈고 이 같은 공격적인 분양사업 확대가 해외 부진 속에서도 좋은 실적을 남길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

그러나 미분양 우려, 대출 규제, 금리 인상 등 연이어 터지는 악재에 올해 분양시장은 연초부터 분위기가 좋지 않다. 이에 GS건설, 대우건설 등은 올해 분양 목표를 지난해보다 20~30%씩 낮춰잡았고 일부 업체는 연초 예정됐던 분양 계획을 뒤로 미루며 일찌감치 연간 목표 수정까지 검토하고 있다.

B건설업체 관계자는 "지난해에는 주택 경기 호조로 해외 수주 부진 속에서도 나쁘지 않은 실적을 거둘 수 있었지만 올해는 해외는 물론 국내까지 쉽지 않은 경기 여건이 예상된다"며 "마이너스 성장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이란과 같은 신규 발주처 발굴과 사업 다각화 노력이 절실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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