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행성 올테면 와봐라"…'지구방위대' 꾸린다

머니투데이 류준영 기자 2016.02.13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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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언스 라이프]소행성 충돌 위험도 中 1위, 美 11위, 韓 17위…NASA '지구방위합동본부' 발족

소행성 충돌 상상도/사진=KASI소행성 충돌 상상도/사진=KASI


소행성 하나가 또 지구를 향해 날아오고 있다.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다음달 5일(현지시간) 이 소행성(2013 TX68)이 지구 최근접 거리인 1만 7000km를 지나칠 수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지구와 충돌 가능성이 2억 5000만분의 1로 낮아 우려할 정도는 아닌 것으로 추정했다.

앞서 지난해 11월 1일, 스포츠 주경기장 두 배 크기의 소행성(2015 TB145)이 지구로 매섭게 돌진해온 탓에 한때 긴장이 고조되기도 했다. NASA에 따르면 이 소행성은 지구와 달 사이 거리의 1.3배 거리에서 아슬아슬하게 스쳐 지나갔다. 2006년 이후 지구에 가장 가까운 거리였다. 때마침 이날은 '핼러윈 데이'여서 지구에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



지구는 이미 수차례 소행성과 충돌한 적이 있다. 1908년 러시아 시베리아에선 소행성 폭발로 2150㎢의 숲이 불타버렸다. NASA에 따르면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있는 소행성은 약 1400개가 넘는다. 이중 지구와 충돌하면 치명적인 피해를 줄 수 있는 지름 1㎞ 소행성은 875개나 된다.

만약, 소행성이 태평양 정중앙에 떨어지면 어떻게 될까. 전문가들은 "남산보다 훨씬 높은 해일이 서울을 덮치는 끔찍한 장면이 현실에서 벌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소행성 충돌 위험도 韓 17위=좁은 국토면적(약 10만㎢)이지만 우리나라도 소행성·혜성 충돌에서 안전지대가 아니다.

한국이 지구와 소행성 충돌로 피해를 볼 위험도가 전 세계 206개국에서 17번째로 높다는 연구결과가 곧 공식 발표된다.

영국 사우샘프터대학 피터 앳킨슨 교수팀은 오는 6월 30일 '세계 소행성을 날'에 '세계 소행성 충돌 및 영향 분포'라는 제목의 분석 보고서를 발표할 예정이다.


연구팀은 소행성 1만 3000여개 중 2100년까지 지구와 충돌할 확률이 높은 261개를 선정, 자체 개발한 소행성 충돌 위험 프로그램을 가동해 세계 206개국의 소행성 충돌 피해 위험도를 분석했다.

그 결과 소행성 충돌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을 국가는 중국이며, 이어 인도와 파키스탄, 인도네시아, 브라질, 나이지리아, 도미니카공화국, 방글라데시, 일본, 앙골라 등이 뒤를 이었다. 한국은 17번째로 위험도가 큰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은 플로리다와 루이지애나 등에 소행성이 직접 떨어질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예측됐지만, 전체 위험도에선 11번째였다. 피터 앳킨슨 교수팀은 "선진국들이 소행성을 발견하고 위험을 줄이는 데 앞장설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목성 밖 거대 혜성, 예측불허 위협=이런 가운데 최근 소행성보다 지구에 더 큰 위협을 가할 수 있는 거대 혜성(지름 50~100km)들이 목성 밖에 있다는 주장이 제기돼 불안감을 더하고 있다.

영국 버킹엄대학과 아마천문대 연구진은 영국왕립천문학회(RAS) 저널에서 최근 20여년간 목성 밖 외태양계에서 ‘센토’라 불리는 거대 혜성 수백개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센토는 목성과 토성, 천왕성, 해왕성 등 큰 행성들의 공전궤도를 가로지르는 불안정한 궤도를 지나 이동경로 예측이 어렵다. 연구팀은 "센토가 중력장 영향으로 목성 안쪽 내태양계로 밀려나면 지구와의 충돌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또 "3만여년 전 센토 하나가 내태양계로 진입하면서 파괴돼 수많은 잔해들로 분해된 사건이 일어난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지구밖 불청객 막는 '지구방위대' 설립=소행성 충돌 위험으로부터 지구를 지키기 위해 NASA가 이달 '지구방위합동본부'(PDCO)를 발족했다.

이 기구는 지구에 접근하는 소행성 등의 천체를 발견·분석하고, 지구와의 충돌 위험이 나타날 경우, 즉각 정부 및 관계 기관과 대응하는 비상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는다. 미국 연방정부는 올해 5000만 달러(약 600억원)의 예산을 PDCO에 배정했다.

만약 소행성이 지구로 날아올 경우, 소행성을 파괴하기 보단, 운행 방향을 우회시켜 피해 규모를 줄이는 게 더 효율적이다. 이를 위해 NASA는 오는 2020년 소행성 탐사용 우주선 옵션A와 B를 쏘아 올릴 예정이다.

이중 옵션 A는 지름 10m 이하 소행성을 대형 비닐봉지 안에 포획한 후 지구와 달 사이의 라그랑주 지점에 갖다놓는 임무를 맡게 된다. NASA 측은 "포획한 소행성을 이곳에 보관해 뒀다가 지구와 충돌할 가능성이 높은 거대 소행성이 접근해 올 경우 포획한 소행성을 거대 소행성에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NASA는 지난해 9월, 유럽우주기구(ESA)와 함께 소행성에 우주선을 충돌시켜 궤도를 바꾸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프로젝트는 2020년 8월에 첫 시도가 이뤄진다. NASA와 ESA에 따르면 2대의 우주선을 발사한 후 한 대는 지름 170m의 소행성으로 최고 속도를 내 다가가 궤도를 수정할 수 있는 최적 지점에 충돌시키고, 다른 한 대는 그 과정을 촬영해 지구로 전송하는 역할을 맡게 된다.

◇韓 '우주감시기술개발' 사업 착수=우리 정부도 범부처 차원의 종합 대응체계로 '우주위험 대책본부'와 '우주위험 대책반'을 마련하고, 소행성 등 자연우주물체, 10㎝급 우주쓰레기 충돌을 감시하는 '우주감시기술개발' 사업을 올해 착수할 예정이다.

12일 미래창조과학부는 우주물체 광학 감시체계 기술 개발과 우주환경예보센터, 우주환경감시기관 등의 운영을 위해 R&D(연구·개발) 예산 9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해당 사업을 총괄하는 한국천문연구원 측은 "국가우주위험 대응시스템의 서브시스템인 우주물체 광학감시시스템으로 우리 위성의 안정적인 운용을 돕고, 우주환경 예·경보 대국민 서비스를 강화해 우주위험에 효과적으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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