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2015년 1권 이상의 일반도서(교과서·참고서·수험서·잡지·만화를 제외한 종이책)를 읽은 사람들의 비율(연평균 독서율)은 성인 65.3%, 학생 94.9%로 나타났다.
하지만 이는 5000명을 대상으로 한 표본조사다. 평균의 함정이 있을 수밖에. 직업적 특성상 책을 읽을 수밖에 없거나 다독하는 상위 몇 프로를 고려하면 1년에 책을 단 한 권도 안 읽는 성인은 훨씬 더 많을 것으로 추정할 수 있다. 읽어도 겨우 2~3권 정도인 이들도 다수를 차지할 거다. 자, 이제 물을 때다. 당신은 어떤가?
이유는 뭘까. 책 안 읽는 풍속도는 최근 스마트폰으로 대표되는 디지털 문화 때문만은 아닌 듯하다. 주변을 보면 “바빠, 책 읽을 시간이 없어”가 심심치 않게 들린다. 나 역시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책을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모처럼 시간이 나도 혼자가 아니면 한두 시간 이상 책을 붙잡고 있기 어렵기 때문이다. 독서의 가장 큰 적은 '잠'이기도 하다.
공부가 직업인 사람들이야 그렇다 쳐도 책 읽기를 공부처럼 한다는 건 끔찍하다. 책은 여가활동과 취미활동이어야 하지 않나. 재미있고, 즐겁게. 하지만, 그게 안되면 분명한 '필요'를 정하는 것도 방법이다. 모든 일이든 목적이 분명하다면 결과도 그에 따라 나올 테니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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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를 들어 연애 시장의 전술이다. 뇌까지 '섹시'하고자 하는 '뇌섹남·뇌섹녀'가 되기 위한 목적도 나쁘지 않다. 지금 하는 일, 조직을 관리하거나 아이디어를 얻는데 책의 유용함을 깨달은 이라면 '먹고 살기 위한 독서'라고 정의하면 되겠다.
문화체육관광부에서 이 자료를 낸 지 며칠 되지 않아 재미있는(?) 뉴스가 나왔다. 우선 아모레퍼시픽이 만드는 '설화수'라는 화장품이 단일 품목으로 매출 1조원을 넘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 6조원에 달하는 회사 매출과 20% 이상의 성장률을 책임진 일등공신이었다. 2014년도 출판시장이 2조여원으로 추정된다는 뉴스가 나온 지 얼마 안 돼서다.
그리고 이보다 앞서 나온 소식은 미국 문학평론가 마이틸리 G. 라오가 뉴요커 온라인판에 '한국은 정부의 큰 지원으로 노벨문학상을 가져갈 수 있을까?'라는 칼럼을 썼다는 소식이었다. '상위 선진국 30개국 중 국민 한 명당 독서를 위해 들이는 시간이 가장 적다'는 영국의 조사 결과를 인용하면서 책 읽지 않는 한국인과 노벨상에 대한 집착을 비꼬았다고 언론은 전했다.
EU와 비교해 한국인의 독서율이 '선진국 수준'이라고 애써 위로할 이유가 없다. 그저 우리는 '책 안 읽는 어른이 넘치는 나라'일 뿐이고, 놀이로도 목적으로도 독서는 제 자리를 찾지 못한 상황임을 만천하에 알리는 게 오히려 방법이다.
설 연휴가 무려 5일이다. 고향방문, 가족 나들이, 상차리기, 모처럼의 휴식. 여전히 '바쁜 일상'이 기다리고 있지만, '책을 단 한 권도 읽지 않은 어른'에서 빠져나올 수 있는 모처럼의 시간을 만들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