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그 시절 목욕탕의 기억

머니투데이 김보일 배문고등학교 국어교사 2016.02.01 08: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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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어찌하다 아이패드를 하나 가지게 되었는데 이것이 완전 밥도둑, 아니 시간도둑입니다. 아이패드로 그림을 그리다 날 새는 줄도 모르게 되었으니 말입니다. 평소 이런 저런 글을 쓰던 차에 조금은 건조한 느낌의 디지털 그림에 아날로그적 논리나 감성의 글을 덧붙여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선과 색이 언어의 부축을 받고, 언어가 선과 색의 어시스트를 받는, 글과 그림의 조합이 어떤 상승작용을하는지를 지켜보는 것이 ‘보일샘의 포스트카드’를 보시는 재미가 될 것입니다. 매주 월, 수요일 아침, 보일샘의 디지털 카드에서 하루를 시작하는 따듯한 기운과 생동감을 얻으셨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지구는 사랑을 나누기 알맞은 행성입니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그 시절 목욕탕의 기억


설을 앞두고 묵은 때를 벗기려고 엄마를 따라 목욕탕에 간 적이 있다. 때가 동동 떠다니는 욕조에는 사람들이 미어터진다. 거기에서 같은 반 여자애를 만나 하초를 감춘 기억은 없으신지. 이태리타올에 수건을 넣어 한 점의 때도 용납하지 않겠다는 듯 아들의 등을 박박 문지르는 엄마는 어찌 그리 힘도 좋으셨는지. 그 시절 목욕탕에서 물이 튀었다고 옆 사람과 그악스레 싸우는 광경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었다. 엄마들의 목소리는 높아지고, 아이들은 울고불고…. 그래도 이쁜이 비누와 이태리타올로 목욕 다 끝내고 손등과 얼굴이 모처럼만에 해반드르해진 모습을 거울로 비춰보면 왠지 신성일이라도 된 듯한 기분이었다. 거기에 붕어빵 한 개 더하면 설 준비 끝이다.

[보일샘의 포스트카드] 그 시절 목욕탕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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