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김현정 디자이너
한국거래소가 지난해 시행한 가격 제한폭 확대와 더불어 이번 거래시간 연장은 둘 다 시장의 효율성과 편의성 제고라는 다소 추상적인 목적을 추구하지만 구체적인 결과는 거래량으로 나타난다. 그러나 매매시간 연장이 개미투자자들에게 별다른 혜택을 주지 못하는 허탈한 현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거래소와 증권사 입장에서는 30분 연장도 큰 도움이 될 수 있다. 세수도 늘어나서 재정에도 도움이 된다. 또 일부 전업투자자나 단타 전문 투자자들은 거래시간 연장을 추가 수익의 기회로 보고 반길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의 거래시간이 부족하다고 불편을 느끼거나 수익에 장애가 된다고 불평하는 투자자들은 그리 많지 않다. 거래 시간이 늘어난 만큼 시장 참여가 길어지고 또 그만큼 추가적인 거래가 발생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이는 개미투자자는 물론이고 기관투자자의 펀드매니저들도 피해갈 수 없는 상황이다.
결국 추가 거래 발생으로 30분 간의 거래 비용이 늘어남은 물론이고 추가 시장 몰입으로 인한 에너지 소모도 늘어난다. 주식시장처럼 역동적인 재산 변동을 유발하는 시장은 거래시간이 길면 길수록 긴장과 피로가 누적되어 판단력이 떨어지게 된다. 결국 자연스럽게 불필요한 거래가 유발되고 투자 실패의 확률도 높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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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잃은 사람들은 만회할 기회가 주어졌다고 좋아할 수도 있겠지만 30분 도박을 더 하면서 오히려 더 많은 손실을 입을 위험도 뒤따른다. 도박을 해본 사람은 안다. 대개 끝날 무렵 호주머니가 더 가벼워진다는 걸.
거래시간 연장은 한국거래소가 올해 안으로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하고 내년 IPO를 앞둔 상황에서 수익 구조 강화 방안의 하나로 추진되고 있다. 더욱이 20일 입법 예고된 대체거래소의 거래량한도 확대안(전체의 15%, 개별주식의 30%)이 통과되면 한국거래소의 독점체제가 위협받게 된다는 점에서 초조한 상황이다.
그렇다고 투자자들의 투기적 본성만 자극하고 그에 대한 투자 성과(실패)는 투자자들의 책임으로만 돌리는 제도는 시장의 건전하고 지속적인 성장을 위해 바람직하지 못하다. 시장 효율성이나 국제화도 좋지만 거래시간 연장과 더불어 투자자들의 수익성에 도움이 되는 조치가 병행돼야 한다.
사실 지난해 거래가 증가한 이면에는 가격 제한폭 확대와 더불어 증권사들의 공짜에 가까운 수수료 인하 경쟁이 주요 원인이 됐음을 부인할 수 없다. 이와 같이 거래 비용을 절감하면서 거래량을 늘이는 경우엔 투자자들이 불만을 제기할 여지가 없다.
그렇지만 이번 거래시간 연장은 투자자들의 거래 비용을 낮춰주는 어떠한 조치 없이 단지 거래량 증가에 따른 반사 이익만 취득하려는 시도로 보여지기 쉽다. 독점적 지위를 이용한 제도 변경 만으로 거래소 및 유관기관이 앉아서 수익을 챙기는 상황은 아무리 자발적인 거래라 할지라도 투자자들로서는 마뜩잖을 수밖에 없다.
이런 투자자의 입장을 고려하여 거래 증가로 발생하는 수익의 일부라도 투자자 보호 내지 교육 기금을 마련하는 등의 신뢰 강화 조치를 병행할 필요가 있다. 물론 투자자들도 거래 시간 연장에 따른 불필요한 거래를 줄이기 위하여 충동적 매매나 습관적 매매 같은 악습을 고쳐야 한다. 카지노에 입장한 이상 카지노를 탓 해봐야 부질없는 노릇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