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출 5200억원 코스닥 CEO의 쓸쓸한 '빈손' 퇴장

머니투데이 박광범 기자 2016.01.18 1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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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경태 대표, 회사 창립 16년 만에 플렉스컴 대표서 물러나

플렉스컴 하경태 대표플렉스컴 하경태 대표


연매출 5200억원대 코스닥 상장사를 이끌며 '성공 신화'를 썼던 하경태 플렉스컴 (73원 ▼92 -55.8%) 대표가 쓸쓸히 퇴장했다.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플렉스컴의 최대주주인 하 대표는 지난 13일 보유주식 전량 115만6050주(지분율 8.5%)를 75억원에 박동혁 어울림모터스 대표에게 양도하는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가 14일부터 플렉스컴으로 출근하는 등 하 대표는 사실상 경영권을 잃었다.



◇승승장구…부품업체 연봉킹 자리 오르기도=1965년생인 하 대표는 기술 영업 전문가였다. 영풍전자, 데보라전자, 뉴플렉스에서 영업을 담당하다 2000년 1월 자본금 2억원의 연성회로기판(FPCB) 전문기업 플렉스컴을 설립했다.

사업 첫 해인 2000년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1년 14억원 △2002년 45억원 △2003년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했다. 플렉스컴은 2009년 2월 코스닥 상장사 굿센을 통해 우회상장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플렉스컴은 2010년 삼성전자의 1차 밴더로 등록됐다. 경쟁 업체들이 국내 공장 설비증설에 열을 올리던 2008년 국내 업체 최초로 삼성전자의 전략적 생산기지인 베트남에 진출한 덕분이었다. 우회상장 직전 750억원대 매출은 2013년 5200억원까지 확대됐다.

하 대표는 2013년 12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 스마트폰 부품업계 연봉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플렉스컴의 시가총액도 30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 시가총액은 372억원에 불과하다.

◇회사 살리려 '고군분투'=하 대표의 빈손 퇴장은 과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하 대표는 플렉스컴의 전성기인 2014년 2000억원을 들여 베트남에 제2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했다.


하지만 중국업체의 약진 등 스마트폰시장이 요동치고, 삼성전자가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플렉스컴의 제2공장은 사실상 가동되지 않았다. 플렉스컴은 2014년 영업손실 473억원을 기록했다.

하 대표는 2014년 2월 직접 100억원을 들여 주식을 장내매수하며 주가방어에 나섰지만, 주가가 반토막 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하 대표의 자금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 대표는 경영난이 심해지자 투자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베트남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경영권까지 내놓고 자금유치를 하다 박동혁 대표를 만난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빈손' 퇴장=M&A(인수합병) 과정에서 하 대표가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맡겼다가 반대매매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총 경영권 양수도 금액이 75억원이지만, 이를 고려하면 하 대표는 채무를 갚고 나면 사실상 빈손으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플렉스컴이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지 않았다면 이런 벼랑 끝까지 몰리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스마트폰시장의 성장둔화, 삼성전자의 판매부진 등 대외환경을 고려하면 플렉스컴의 몰락을 단순히 하 대표의 개인적 판단실수로 돌리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대표들은 하 대표의 퇴장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플렉스컴 외에도 베트남에 공장증설을 한 스마트폰 부품 기업 상당수가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하 대표의 심경을 듣기 위해 전화시도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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