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렉스컴 하경태 대표
18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플렉스컴의 최대주주인 하 대표는 지난 13일 보유주식 전량 115만6050주(지분율 8.5%)를 75억원에 박동혁 어울림모터스 대표에게 양도하는 주식 및 경영권 양수도계약을 체결했다. 박 대표가 14일부터 플렉스컴으로 출근하는 등 하 대표는 사실상 경영권을 잃었다.
사업 첫 해인 2000년 2억4000만원의 매출을 시작으로 △2001년 14억원 △2002년 45억원 △2003년 140억원의 매출을 기록하는 등 성장세를 구가했다. 플렉스컴은 2009년 2월 코스닥 상장사 굿센을 통해 우회상장한 이후 스마트폰 시장이 급성장하면서 본격적인 성장 가도를 달렸다.
하 대표는 2013년 12억원이 넘는 연봉을 받아 스마트폰 부품업계 연봉왕에 오르기도 했다. 당시 플렉스컴의 시가총액도 30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지난 15일 기준 시가총액은 372억원에 불과하다.
◇회사 살리려 '고군분투'=하 대표의 빈손 퇴장은 과욕에서 비롯됐다는 분석이다. 하 대표는 플렉스컴의 전성기인 2014년 2000억원을 들여 베트남에 제2공장을 증설하는 등 공격적 경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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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중국업체의 약진 등 스마트폰시장이 요동치고, 삼성전자가 판매부진을 겪으면서 플렉스컴의 제2공장은 사실상 가동되지 않았다. 플렉스컴은 2014년 영업손실 473억원을 기록했다.
하 대표는 2014년 2월 직접 100억원을 들여 주식을 장내매수하며 주가방어에 나섰지만, 주가가 반토막 나는 데는 1년이 걸리지 않았다. 하 대표의 자금력도 바닥을 보이기 시작했다.
하 대표는 경영난이 심해지자 투자유치를 위해 고군분투했다. 하지만 베트남 공장이 정상적으로 가동되지 않는 상황에서 투자자를 구하기는 어려웠다. 결국 경영권까지 내놓고 자금유치를 하다 박동혁 대표를 만난 것으로 관측된다.
◇결국 '빈손' 퇴장=M&A(인수합병) 과정에서 하 대표가 사채업자에게 주식을 맡겼다가 반대매매 당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기도 했다. 총 경영권 양수도 금액이 75억원이지만, 이를 고려하면 하 대표는 채무를 갚고 나면 사실상 빈손으로 회사를 떠날 것으로 관측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플렉스컴이 베트남 공장을 증설하지 않았다면 이런 벼랑 끝까지 몰리진 않았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하지만 스마트폰시장의 성장둔화, 삼성전자의 판매부진 등 대외환경을 고려하면 플렉스컴의 몰락을 단순히 하 대표의 개인적 판단실수로 돌리긴 어렵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스마트폰 부품업계 대표들은 하 대표의 퇴장을 씁쓸하게 바라보고 있다. 플렉스컴 외에도 베트남에 공장증설을 한 스마트폰 부품 기업 상당수가 재무건전성에 적신호가 켜졌기 때문이다. 하 대표의 심경을 듣기 위해 전화시도를 했지만 연결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