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 여론조사 자체가 선거운동" 비판 왜?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6.01.15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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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여론조사의 정치학③]말도 많고 탈도 많은 여론조사

"선거 여론조사 자체가 선거운동" 비판 왜?


선거가 끝나면 선거이전 실시된 여론조사의 정확성이 도마에 오른다.

지난 2010년 지방선거 당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장 선거를 앞두고 대부분의 여론조사 결과는 오세훈 당시 한나라당 후보가 한명숙 당시 통합민주당 후보를 10%p 이상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투표일 직전 시행된 방송3사 여론조사에서도 비슷한 결과가 나와 오세훈 후보의 낙승이 예상됐다. 실제 투표결과는 개표 진행 내내 한명숙 후보가 앞서다가 막판에 겨우 오 후보가 한 후보를 따라잡아 0.6%p의 박빙으로 승리했다.

서울시장 선거 뿐 아니라 강원도와 인천, 충북 지역에서도 여론조사와 실제 개표 결과가 큰 차이를 보이면서 여론조사 방법에 대한 의문이 제기됐다. 당시 여론조사에 주로 쓰인 유선전화 조사방식이 통신기술의 변화와 달라진 생활 양식 등을 반영하지 못해 특정 세대를 지나치게 부각시키거나 실제 유권자의 의사를 제대로 이끌어내지 못한다는 문제점이 인식됐다.



이후에는 실제 전화를 사용하는 대상자를 무작위로 추출하고 유선전화와 휴대전화 조사를 혼합하는 등의 방식으로 정확도를 높이는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럼에도 유무선 혼합 비율이나 자동응답조사(ARS) 등의 방법적인 문제는 여론조사의 정확성에 대해 끊임없이 논란을 낳고 있다. 휴대전화의 경우 사용자의 거주지역을 파악하기 힘들어 지역 단위 선거에서 응답의 유의미성을 담보하기 힘들다. ARS는 비용이 적게 들어 여론조사 전문기관들이 사용하기 쉽지만 응답률이 현저히 낮아져 조사의 편향성을 초래한다.

여론조사 자체의 공정성이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질문의 설계나 조사 방식 등을 애초에 특정 결과값을 염두에 두고 조작한 후 이를 통해 도출된 여론조사 결과를 특정인에게 유리하도록 이용된다는 의혹이 나온다.



특히 4·13 총선을 앞두고 지역별 후보 경쟁력 등에 대한 각종 여론조사가 쏟아져나오는 가운데 상당수의 예비후보들은 선거 여론조사가 사실상 선거운동으로 이용되고 있다는 불만을 쏟아내고 있다. 여론조사가 불공정한 방식으로 도출되는데도 마치 객관적인 결과인 것처럼 보도돼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치게 된다는 주장이다.

경기도 고양덕양갑 지역구인 심상정 정의당 대표는 "최근 총선 관련 여론조사들을 보면 특정 동들은 아예 조사 대상에서 빼버린 채 이뤄지고 있다"며 "불공정한 여론조사가 무분별하게 나오는 것에 대해 기자회견을 열고 문제점을 지적하려 한다"고 말했다.

여론조사가 선거 결과 예측 뿐 아니라 각종 당내 경선이나 의사결정에 활용되는 경우가 많아지면서 여론조사 결과를 왜곡하기 위한 편법 동원이 논란을 일으키는 사례도 많아졌다.


2012년 총선 당시 통합진보당의 당 경선 과정은 여론조사를 활용한 총체적 부정선거로 결론난 바 있다. 당시 이정희 통합진보당 대표가 출마했던 서울 관악을 경선에서 응답 연령을 조작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낸 것이 확인되면서 후보에서 물러나게 됐다. 또 당 비례대표 경선 과정에서는 소스코드 열람과 대리투표 등 조직적 부정 의혹이 드러났다.

최근에도 일반전화의 휴대전화 착신, 단기전화 가입, 특정 연령대 선택 등을 종용해 여론조사 결과에 영향을 미치려는 시도가 적발되고 있어 여론조사 후유증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장덕현 한국갤럽 기획조사실 부장은 '선거시기 여론조사 정확성 제고방안'에 대해 "한국의 선거 여론조사는 전통적인 방법이 한계에 부딪혔으나 아직 새로운 조사방법이 정립되지 않은 상태"라며 "언론보도의 허용, 방법공개, 면접원 인증제등 다양한 제도적장치를통해 연구노력을 촉진시켜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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