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제 발등 찍었나…개혁-통제 갈림길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6.01.1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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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SJ, 中 시장 개입이 禍 키워…英이코노미스트 "中 '통제수렁'"

중국 정부의 시장 개입이 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발 쇼크를 키웠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0일(현지시간) 중국 정부의 개입이 이 나라 금융시장을 둘러싼 우려를 악화시켰다고 보도했다. 중국 경제는 중국 공산당이 완전히 통제할 수 없을 정도로 개방됐는데 중국 지도부가 간섭 욕구를 거두지 못하고 오히려 시장의 혼란을 부추겼다는 것이다.

중국은 경제의 중심축을 투자에서 내수로 바꾸는 경제 구조개혁을 추진하고 있다. 전보다 더디지만 지속가능한 성장을 도모한다는 목표다. 전문가들도 중국이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며 중국의 개혁을 지지했다. 중국 정부도 어느 정도 저성장은 용인할 수 있다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혔다.



하지만 중국 정부는 경제 성장세가 둔화하고 이 여파로 금융시장이 요동칠 때마다 본능적으로 시장에 뛰어들었다. 지난해 여름 세계 금융시장을 강타한 중국 증시 급락사태 때도 그랬다.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이 경기부양을 위해 단행한 갑작스런 위안화 평가절하가 주가 급락을 부채질했을 때다. 중국 정부는 곧장 주가 부양에 열을 올렸고 뚝 떨어진 위안화 가치를 띄어 올리느라 고전했다.

비슷한 상황은 올해도 재현됐다. 새해 들어 두드러진 위안화 절하 조치가 증시에 직격탄을 날렸다. 지난해 증시 급락사태를 교훈 삼아 증시 급변동을 막겠다며 올해 도입한 서킷브레이커도 시장 혼란을 부추겼다. 중국 증시는 서킷브레이커에 따라 지난주에 2번이나 조기 폐장했는데 전문가들은 서킷브레이커가 투자자들에게 투매 신호가 됐다고 지적한다.



외환시장 개입도 부작용을 낳긴 마찬가지였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절화와 관련해 겉으로는 환율 자유화를 내세웠지만 수출을 촉진해 성장세를 자극하겠다는 속내를 숨기지 않았다. 위안화 약세는 결국 외자 이탈을 가속화하는 결과를 초래했다. 중국 정부는 위안화 가치가 급락하자 보유 외환을 동원해 환율 방어에 나서야 했다. 이 결과 중국의 외환보유액은 지난해 말 현재 3조3000억달러로 3년여 만에 최소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12월에는 월간 기준으로 사상 최대인 1079억달러가 감소했다.

영국 경제 주간지 이코노미스트도 지난 9일자 최신호에서 최근 세계 금융시장을 뒤흔든 중국 증시 급락사태를 두고 "중국이 '통제수렁'(control quagmire)에 빠졌다"고 진단했다. 중국 정부가 개혁을 강조하는 듯 하더니 통제욕구를 포기하지 못해 결국 사달을 냈다는 것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의 시장 간섭을 '전쟁같은 사랑'에 빚댔다. 미국 비평가 헨리 루이스 멘켄은 "사랑은 전쟁과 같다. 시작하기는 쉽지만 멈추긴 어렵다"는 말을 남겼다.


이코노미스트는 이번 중국 증시 급락 사태가 중국 지도부의 금융개혁 강도가 얼마나 약했는지 보여주는 대표 사례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지도부가 경제와 시장에 대한 통제권을 내려 놓겠다고 거듭 강조했지만 금융시장에 대해서는 여전히 본능적인 통제 의지를 갖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금융시장을 통제하겠다는 중국 정부의 욕구가 결국 중국 경제 전반에 그림자를 드리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더 큰 문제는 홍역을 치른 중국 지도부가 아직 통제 의지를 꺾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오는 3월에 발표할 5개년 계획에서 연간 성장률을 6.5%로 제시할 전망이라며 이는 대다수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하는 성장률을 훌쩍 웃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중국 정부가 생각하는 성장률은 경제 주체들이 부채를 다시 대거 늘려 중국 경제가 위기 수준에 근접하지 않고는 달성할 수 없는 목표라고 지적했다.

이코노미스트는 중국 정부가 더 많은 통제권을 포기하고 개혁에 나서지 않으면 언젠가는 모든 통제권을 내려 놓아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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