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역세권개발 무산 상처…'서부이촌동' 재개발 날개 다나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6.01.09 05: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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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후']용산역세권 개발 무산 뒤 방치된 서부이촌동…특별계획구역 지정됐지만 시유지 매입비용에 사업성 의문

@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머니투데이 유정수 디자이너


"중산시범아파트하고 이촌시범아파트는 시유지에 지어진 아파트에요. 재건축을 하려면 주민들이 시에서 땅을 사서 지분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땅값도 비싸고 사업성도 낮아서 재건축이 쉽지는 않을 겁니다."(서울 용산구 이촌동 K공인중개소)

총 31조원 규모의 용산 국제업무지구로 통합 개발이 추진되다 무산된 용산구 서부이촌동 노후 주거지역이 재건축을 위한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됐다. 용적률을 높이고 용도지역을 변경할 수 있게 하는 등 인센티브를 제공했지만 사업성이 낮고 시유지를 매입해야 하는 등 과정이 복잡해 재건축 추진까지 이어지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서울시는 지난해 12월 9일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해 이촌동 203번지 일대(서부이촌동) 12만5929㎡ 규모를 재정비하는 내용의 '용산 지구단위계획(서부이촌동) 결정(안)'을 통과시켰다. 서부이촌동을 △중산시범 △이촌시범·미도연립 △이촌1구역 등 3개 특별계획구역으로 나눠 재건축을 추진하는 방안이다.

특별계획구역에서는 준주거지역으로 용도지역을 상향할 수 있고 지상 최고 30~35층에 용적률 300%를 적용 받는다. 임대주택을 지으면 용적률은 최대 500%까지 가능하다.



◇총 사업비 31조원 용산역세권 개발 무산에 서부이촌동 '낙동강 오리알'

서부이촌동은 당초 용산 철도정비창을 국제업무지구로 개발하는 사업에 2007년 편입되면서 통합개발이 추진되던 곳이다. 1970년에 지어진 중산·이촌시범아파트와 40년이 넘은 노후 주택들이 밀집된 지역으로 재건축·재개발 필요성이 시급했으나 대지면적과 가구규모가 작아 독자적인 재건축이 어려운 상황이었다.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사업에 한강 르네상스 정책을 연계, 서부이촌동과 국제업무지구를 함께 개발하는 사업을 구상했다. 111층에 달하는 초고층 빌딩을 비롯해 주상복합아파트와 녹지공원을 조성하고 남산과 한강을 연결하는 통경축을 구축한다는 계획이었다.


총 사업비 31조원으로 단군이래 최대 개발사업이라고 불렸던 용산역세권 개발이 발표되자 서부이촌동 일대 집값은 폭등했다.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13㎡(이하 전용면적) 지분의 단독주택은 사업 발표 이후 최고 약 8억원까지 거래됐다. 3.3㎡당 가격은 평균 2억원에 육박했다. 2007년 3월 4억5000만원에 거래된 중산시범아파트 59㎡는 4개월 뒤인 7월에 6억원까지 치솟았다. 이촌시범아파트 59㎡는 2월 3억1000만원에서 8월 6억원으로 6개월 만에 2배 가까이 값이 뛰었다.

투자 열풍이 불었던 용산역세권 개발은 서부이촌동 토지보상문제에 부딪히면서 난관에 봉착했다. 전면수용방식의 개발이 일부 주민들의 반발을 불러 일으킨 것이다. 통합개발구역 안에 포함된 대림·성원아파트의 경우 2007년 당시 지어진지 각각 13년·10년밖에 되지 않아 이주를 원하지 않는 주민들이 많았다.

보상문제로 사업이 지체된 동안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났고 시행사인 드림허브PFV는 금융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결국 2013년 3월 파산했다. 같은해 10월 용산국제업무지구 도시개발구역도 해제되면서 서부이촌동 개발도 좌초됐다.

용산역세권개발이 무산되면서 집값은 급격히 떨어졌다. 한때 8억원을 호가하던 단독주택은 3억원 초반으로 내렸고 아파트 매매가 역시 용산역세권 개발 발표 전으로 돌아갔다. 수억원의 주택담보대출을 받아 서부이촌동에 집을 산 투자자들은 이자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손해를 감수하면서 집을 팔고 나간 사례도 적지 않다고 주변 공인중개소들은 설명했다.

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구 서부이촌동 시범아파트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
◇시유지 매입 비용 가구당 수억원 추정…"사업성 낮아 재건축 추진 어려워"


철도정비창을 포함한 통합 개발이 여의치 않자 시는 정비가 시급한 서부이촌동만이라도 재건축을 할 수 있도록 이 지역을 특별계획구역으로 지정했다.

하지만 지역 공인중개소들은 사업 추진이 쉽지는 않다고 입을 모았다. 대지 면적과 단지 규모가 작아 사업성이 낮고 아파트가 지어진 곳이 시유지라 가구당 수억원의 토지 매입 비용이 추가로 든다는 이유다. 한강변 관리계획에 따라 높이 제한까지 더해져 중산시범의 경우 1대1 재건축도 힘들다는 분석이 나온다.

228가구 규모의 중산시범아파트는 남산 7부 능선 이하구간에는 13층 이하로 묶여있다. 최고 높이는 30층이 기준이지만 한강변 경관심의를 통해 더 낮아질 수 있다. 도로로부터 12m 구역은 높이 4층으로 제한되는 역사문화미관지구여서 이 구역을 피해 집을 지으려면 단지를 1열로 배치해야 한다고 서울시 관계자는 설명했다. 용적률 300%를 적용 받아도 일반분양이 더 늘어나기 어려운 상황이다.

이촌동 C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용적률을 아무리 높여줘도 땅이 좁고 층수제한이 있어 가구수를 많이 늘리기 힘들다"며 "사업성이 낮으면 분담금이 많이 나오는데 주민들이 좋아할 리 없다"고 말했다.

시유지 매입도 문제다. 중산·이촌시범아파트는 시유지라 재건축을 하려면 우선 시유지를 매입하는 절차부터 거쳐야 한다. 하지만 용산역세권 개발로 크게 오른 땅값이 그대로 유지되면서 주민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중산시범과 이촌시범의 지난해 개별공시지가는 3.3㎡ 당 각각 2673만원, 2821만원으로 2007년(각각 1495만원, 1481만원)에 비해 2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다. 용산역세권 개발 무산 이후 주택 가격은 2007년 수준으로 떨어졌지만 공시지가는 그대로 유지된 셈이다. 통상 공시지가는 감정평가의 기준이 되기 때문에 이대로 토지 불하가 진행될 경우 주민들은 가구당 수억원에 달하는 비용을 들여 토지를 매입해야 한다.

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철도정비창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서울 용산국제업무지구 철도정비창 전경. /사진=이재윤 기자
◇신분당선·면세점·호텔 등…용산 개발 호재에 기대감 상승


좁은 토지에 높이 규제 등으로 일반분양이 적게 나오는데다 시유지 매입 추가비용까지 더해져 사업성은 더욱 낮아진다. 지역 공인중개소에 따르면 서부이촌동 주민 상당수는 이전처럼 수용방식을 통한 용산역세권 통합개발을 원하는 분위기다.

가능성은 남았다. 지난달 코레일이 드림허브PFV를 상대로 낸 소유권말소등기 소송에서 승소해 드림허브PFV가 가지고 있던 철도정비창 부지를 돌려받게 되면서 다시 개발될 가능성이 열렸다. 용산역에서 강남을 연결하는 신분당선과 면세점, 대형호텔, 용산미군기지 공원화 사업 등 개발도 예정됐다.

이촌동 G공인중개소 대표는 "지난 8월 가이드라인 발표 이후 중산시범·이촌시범아파트의 매매가가 소폭 상승했다"며 "용산은 개발 호재가 많아 철도정비창 부지 개발 계획만 다시 세워진다면 예전 용산역세권 개발 당시 집값을 회복할 수 있을거란 기대 심리가 높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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