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불가역적 해결' 해석분분, 위안부 합의 "후폭풍"

머니투데이 오세중 기자 2015.12.29 1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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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韓, '日약속 이행 못바꿔' vs 日, '더 이상 논란 삼지 말 것' 의미로 해석 가능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일 양국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 타결했다.윤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로, 이 문제는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됨을 확인한다며 소녀상과 관련된 일본 공관 측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단체와 협의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뉴스1 윤병세 외교부장관과 기시다 후미오(岸田文雄) 일본 외무상이 2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외교부청사에서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공동기자회견을 마친 뒤 악수를 나누고 있다.한일 양국은 이날 한일 외교장관 회담을 갖고 군 위안부 문제를 최종 타결했다.윤 장관은 이날 "일본 정부가 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 합의한 내용을 충실히 이행한다는 전제로, 이 문제는 최종적, 불가역적으로 해결됨을 확인한다며 소녀상과 관련된 일본 공관 측의 우려를 인지하고 있다. 소녀상 문제는 관련 단체와 협의해 해결할 것이라고 밝혔다./사진=뉴스1


한일 외교장관의 담판으로 위안부 문제가 극적인 합의를 이뤘지만 합의 내용에 있는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표현을 두고 논란이 커지고 있다.

합의문은 한글과 일본어 두가지 버전이며, 일본어판에는 '不可逆的に解決' (불가역적 해결)'로 표현돼있다. '불가역적'이라는 뜻 자체는 원래 상태로 돌아갈 수 없는, 즉 돌이킬 수 없다는 뜻을 지니고 있다.



일본 정부가 사죄의 뜻을 표명했고, 향후 일본이 약속한 조치를 이행한다는 전제 조건에서 우리 정부가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확인을 해줬지만 해석에 따라 달라질 여지가 있다.

특히 일본이 위안부 문제가 더 이상 국제사회에서 거론되지 않기를 바랐다는 점에서 일본의 의도에 따라 이 표현이 삽입됐다는 것이다.



기시다 후미오 일본 외무상도 기자회견 후 일본 기자들을 만나 이번 합의가 "최종적이고 불가역적 해결을 확인한 역사적, 획기적 성과"라고 평가했다. 일본 입장에서는 더 이상 거론되지 않을 수 있다는 명분을 세운 셈이다.

일본 언론도 이 명분이 일본 정부가 협상에 임하는데 있어 얼마나 중요했는지를 잇달아 전하고 있다.

요미우리 신문은 29일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회담에 앞서 24일 기시다 외무상을 불러 위안부 협상 방한을 지시하면서 합의에 '최종적·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를 넣을 것을 분명히 했고, 그 문구가 들어가지 않는다면 교섭을 그만둘 것을 주문했다고 전했다. 일본이 얼마나 이 문구에 집착했는지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우리 정부는 일본이 약속한 조치들을 이행해야 한다는 전제조건 아래 그 내용을 바꿀 수 없다는 입장에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이해했을 수도 있다.

다시 말해 외교적으로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천명한 만큼 향후 일본 정부의 '말 바꾸기'가 있어서 안된다는 것에 무게를 실은 것이다.

비록 일본이 원하는대로 국제사회에서 위안부 문제를 쟁점화 하지 않겠다는 주장대로 끌려간 면이 있지만 우리 정부로서도 전제조건을 건 만큼 일본이 약속을 어길 시 언제든지 다시 위안부 문제를 거론할 여지도 남아 있는 셈이다.

진창수 세종연구소장은 "'불가역적 해결'이라는 문구에 '일본 정부의 착실한 조치 이행'이라는 전제 조건이 붙었기 때문에 일본 정부의 향후 행보가 더욱 중요해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평가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여전히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을 두고 굳이 이런 문구까지 넣을 필요가 있었는지와 더욱 신중했어야 한다는 비판도 나온다.

국민 여론과 위안부 피해자들에 대한 설득과 이해 없이 성급하게 '불가역적'이라는 문구로 넣음으로써 향후 우리 정부의 이의 제기가 필요할 경우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불가역적'이라는 표현에 대해 일본이 '획기적 성과'라고 평가하는 것처럼, 돈의 성격과 소녀상 이전 문제에 대해 우리 정부는 뚜렷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있는 반면 일본 정부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고 있다.

기시다 외무상은 일본이 지원하는 재단운영금에 대해 '배상이 아니다'고 못 박았다. 위안부 할머니들이 요구하는 배상과 진정한 사죄와도 거리가 있다. 또한 논란이 촉발된 소녀상 이전과 관련 "적절히 이전될 것으로 안다"고 분명히 했다.

우리 정부가 이번 합의 내용과 표현에 대한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못한다면 국민적 설득은커녕 공분을 살 가능성만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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