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경밖 과학]"아직 안 끝났다" WHO, 치명적인 감염병 8종 발표

머니투데이 김형근 객원기자 2015.12.28 10:41
글자크기

<37>인수공통감염병으로 아프리카서 주로 발병…폭발력 지닌 유행병들로 연구지원 거의 없어

편집자주 하루에 수백 건씩 쏟아지는 외신 뉴스. 항공·우주, 에너지, 환경, 건강 등 과학 분야에서 눈에 띄는 소식만을 골라 빠르게 전달한다.

최근 WHO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8대 유행 전염병을 발표했다. 대부분 가난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들로 관심과 연구지원에서 벗어나 있다. 과학자들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인 이들 질병 바이러스는 진화와 변이를 계속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 매개체인 과일 박쥐/사진= lubee.org<br>최근 WHO는 앞으로 인류를 위협할 8대 유행 전염병을 발표했다. 대부분 가난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는 질병들로 관심과 연구지원에서 벗어나 있다. 과학자들은 모두 인수공통전염병인 이들 질병 바이러스는 진화와 변이를 계속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폭발력을 지니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은 에볼라 바이러스 매개체인 과일 박쥐/사진= lubee.org<br>


올해 한해 동안 우리나라에 일어났던 가장 큰 이슈 가운데 하나는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였다. 방역당국은 23일 '상황 종료'를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 5월 20일 첫 환자 발생 이후 218일 동안 이어졌던 메르스 사태가 일단락 됐다.

방역당국은 메르스의 유행은 끝이 났지만 상황이 종료됐을 뿐 해외에서 다시 메르스가 유입될 가능성이 있는 만큼 '종식'이라는 말 대신 '상황 종료'라는 표현을 사용했다. 1번 환자로부터 이어진 유행 상황은 완전히 끝났지만, 새로운 환자가 유입될 가능성에 대해서는 긴장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의미다.



◇메르스와 에볼라 치료와 백신 연구에 새로운 기회 제공

그러나 전세계 언론의 헤드라인을 장식한 것은 에볼라였다. 빈곤한 일부 아프리카 지역에서만 발생하는 지역적인 풍토병 정도로 인식됐던 에볼라는 전 지구촌을 강타할 수 있다는 잠재력을 과시하면서 경각심을 자아냈다.

에볼라가 공포로 다가온 것은 무엇보다 단순히 지역에만 국한된 전염병이 아니라 전 세계 구석구석 모든 곳까지 전염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기 때문이다. 또 치명적이라는 점과 치료제가 없다는 것도 커다란 이유로 작용했다.



그러나 위기(危機)는 항상 기회를 제공한다. 이번 경험을 통해 인류는 새로운 희망과 위안을 찾을 수 있었다. 과학자들이 에볼라바이러스에 대항할 수 있는 신약과 백신을 개발하여 테스트할 수 있는 기회를 갖게 되었고, 지금껏 상당한 진전을 이루었다.

◇WHO의 8대 감염병, 생소한 질병 많아

저널 사이언스에 따르면 세계보건기구(WHO)는 최근 에볼라와 비슷한 위험을 가진 병원체의 목록을 발표했다. 이번에 발표된 목록은 WHO가 구상하고 있는 '감염병 예방을 위한 R&D 청사진' 프로그램의 일부다.


서아프리카에서 에볼라가 발생하여 빠른 속도로 전파되고 많은 희생자들이 속출하자 비난의 여론이 비등했다. 세계 언론은 WHO의 초기대응이 늑장대처로 인해 실패했다고 질타했다.

지난 5월 WHO 총회는 유행병에 대한 대응방법을 개선하고 심각한 감염병에 대한 연구개발을 촉진하라고 주문했다. 유행병에 대한 치료방법은 유행병이 돌고 있는 동안 개발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후보약물과 백신을 미리 개발하여 비축해 놓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WHO에 따르면 지난 8~9일 이틀간 과학자와 의사 등 20여명의 전문가들이 스위스 제네바에 모여 5~10가지 병원체를 놓고 가까운 미래에 심각한 감염병 유행 사태를 초래할 가능성이 높고, 예방이나 치료수단이 없는 감염병을 선정하는 논의를 했다. 여기에는 바이러스학자를 비롯해 미생물학, 면역학, 공중보건, 임상의학, 수학자 등이 참석했다.

◇선정된 유행병 모두 인수공통감염병

그 결과 전문가들은 △크림-콩고 출혈열 △에볼라 △마버그 △사스 △메르스 △니파 △라사열 △리프트밸리열 등 8개 치명적 감염병 목록을 최종적으로 확정했다. 우리에게 생소한 질병들도 많다.

우선 크림-콩고 출혈열은 열성 출혈을 일으키는 치명적인 감염병으로, 크림-콩고출혈열 바이러스를 보유한 진드기에 물리면 감염된다. 감염시 혈관계통에 치명적 손상을 입기 때문에 심한 경우 피를 토하며 곧바로 사망(사망률 30%)할 정도로 치명적인 질병이다.

마부르그 출혈열은 마버그 바이러스에 의한 감염증으로, 사람의 체액이나 분비물, 혈액 등으로 감염되며 치사율은 23~90%에 이른다. 중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역시 인수공통 감염병인 니파 바이러스 감염증은 감염된 말이나 돼지와의 직접 접촉이나 오염된 조직과의 접촉에 의한 것으로 밝혀졌다. 고온의 발열과 근육통, 류머티즘 등 독감 증상과 비슷하다. 뇌염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 기면상태, 혼수, 경련 등의 신경증상을 나타내며 약 50%의 사망률을 보이는 치명적인 감염병이다.

라사열은 서부 아프리카에서 주로 발생하는 감염병으로, 감염자의 사망률도 높지만 회복되더라도 약 3분의 1 정도는 청각기능을 잃게 되는 심각한 후유증을 남긴다.

리프트밸리열은 주로 아프리카에서 발생했으나 최근에는 일부 중동국가 지역에서도 감염자가 보고되고 있다. 전체 감염자 가운데 1%가 사망하지만 출혈열 증상을 보일 경우 치사율은 50%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에 확정된 8대 감염병은 모두 인수공통감염병으로 주로 가난하고 관심 대상에서 벗어난 아프리카 지역에서 발생하고 있다. 또한 상대적으로 감염자 수가 적어 백신이나 치료제 개발이 적극적으로 이뤄지지 않았다.

WHO가 이들 감염병을 지정한 것은 관련 백신이나 치료제의 연구개발을 적극 독려함으로써 대유행 사태로 공중보건 위기를 초래하기 전에 치료제 후보약물과 백신을 미리 개발해 놓자는 의도이다.

한편 WHO는 HIV와 에이즈(AIDS), 결핵, 말라리아, 조류독감, 뎅기열 등의 감염병도 공중보건을 위협할 우려가 상당히 높지만 이미 관련 치료약물 개발이나 각 국가 차원의 보건의료 정책개입이 적극적으로 이뤄지고 있기 때문에 이번 목록에 포함시키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과학자들은 2급 중증질환으로 뎅기열의 일종인 '치쿤구니아', '중증 열성혈소판감소증후군', 동물을 통해 모기에 의해 전염되는 '지카' 등 3개 질병을 지정했다.

※본 콘텐츠 저작권은 사이언스타임즈(http://www.sciencetimes.co.kr)에 있습니다.

이 기사의 관련기사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