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뷰300]김무성 산타 문재인 산타의 빈 주머니

머니투데이 최경민 기자 2015.12.25 2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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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사진=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트위터/사진=김무성 새누리당 대표 트위터


크리스마스인 25일을 맞아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와 새정치민주연합 문재인 대표의 산타할아버지 분장 모습이 눈길을 끈다. '김무성 산타' 사진은 자신이 직접 SNS(소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린 것이고 '문재인 산타'의 경우 지지자가 SNS를 통해 퍼뜨린 것이다. '김무성 산타'는 인심 넉넉한 할아버지 같고, '문재인 산타'는 미중년의 모습이다.

하지만 현실 정치에서 이들은 모두 진짜 산타가 되지 못했다. 크리스마스를 하루 앞둔 24일 열린 선거구 획정 회동에서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또 굳은 표정으로 헤어졌다. 이달 들어서만 7번째 보는 모습이다. "국민들에게 크리스마스 선물을 주겠다"고 의지를 불태웠지만 결과물은 아무것도 없었다.



선거구 획정 데드라인은 이제 1주일도 채 남지 않았다. 31일까지 선거구 획정 작업이 완료되지 못하면 기존 선거구가 사라지고 예비후보등록도 취소되며 선거운동이 불가능해지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27일에 김 대표와 문 대표는 또 담판을 할 예정이지만 합의는 장담하기 어렵다.

선거구 획정의 발목을 잡고 있는 것은 비례대표 의석수 배분 문제다. 새누리당은 지금까지 △독일식 연동형 권역별 비례대표제 △50% 연동형 비례대표(이병석 중재안) △40% 연동형 비례대표 모두를 거부했다. 이제는 정당 득표율 3% 미만의 경우까지는 3석, 5% 이상일 경우 4석을 최소 의석으로 배정하는 안까지 등장했다.



새누리당은 "새누리당의 과반 의석이 무너질까봐" 연동형 비례제를 반대해왔다. 김무성 대표는 이같은 말을 공식, 비공식적인 자리에서 수차례 해왔다. 김 대표는 지난 9월 심상정 정의당 대표와의 회동에서 "두 야당이 합쳐서 여당을, 과반을 넘어서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크다"고 한 이후 계속 같은 말을 반복하고 있다.

/사진=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트위터/사진=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 트위터
투표의 비례성이 강화될수록 새누리당에 불리하니 받아들일 수 없다는 소리다. 선거의 승리에 충실해야 하는 정당의 솔직한 목소리일수도 있지만, 이를 위해 투표의 비례성이 떨어지는 현재 제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말만 거듭 하는 것은 분명 궁색한 모습이다. 국민을 위해 일해야 하는 국회가 여야 간 '밥그릇' 싸움으로 시일을 보내고 있음을 시인한 셈이다.

'밥그릇 싸움'은 야권에서도 점입가경이다. 지난 13일 안철수 의원의 탈당 이후 새정치연합의 분당은 현실화되고 있다. 야권의 통합과 승리라는 대의명분을 주류, 비주류 모두가 앞세우고 있지만 그 이면에는 '밥그릇'인 공천권을 둘러싼 이해관계가 존재하고 있다.


지난 23일 문재인 대표가 조기 선거대책위원회 출범을 언급한 이후 이같은 모습은 분명해졌다. 문 대표는 조기 선대위가 구성돼도 '20% 컷오프' 공천 등 시스템 공천 기조는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비주류는 문 대표가 사실상 2선 후퇴를 시사했음에도 문 대표의 사퇴가 없는 조기 선대위 구성은 아무 의미가 없다고 반발했다. 이는 곧 문 대표가 추진해온 20% 컷오프 작업을 백지화하고, 이후 구성되는 비상대책위원회나 선대위에서 공천을 실시해야 한다는 뜻이다.

새정치연합 내분의 중심에 '20% 컷오프'가 있는 셈이다. 비주류는 문재인 지도부가 실시하는 '20% 컷오프'의 칼날이 자신들에게 향할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 컷오프' 평가 결과는 철저한 비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것이 오히려 불확실성으로 작용하며 야당을 흔들고 있다.

불확실성은 당직자들의 대화, 온라인·모바일 메신저를 통해 퍼진 '살생부' 등의 확인되지 않은 정보를 통해 극대화되는 중이다. 컷오프 비율이 40~50%에 달할 것이라는 설, 호남 의원들이 대거 숙청될 것이라는 설 등이 난무하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동안 '살생부'로 언급돼온 의원들과 최근 탈당설이 흘러나오는 의원들의 명단은 거의 일치한다.

선거구 획정과 야권의 분열은 12월 한 달 동안 가장 비중있게 다뤄진 정치권 이슈였다. 두 이슈의 중심에는 '밥그릇'이 있다. 국민의 '밥그릇' 보다는 국회의원 자신들의 생계형 '밥그릇'에 가깝다. 우리 '정치인 산타'들에게 산타할아버지의 선물을 기대하기 어려운 듯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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