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99% 승소율의 비밀 들여다보니…

머니투데이 윤재관 보좌관 2015.12.29 13: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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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국회사용 꿀팁(2)]보험회사 패소율은 1%뿐… 자문의, 법원·보험사 '양다리'

편집자주 ‘나’로 시작해 ‘우리’가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나의 억울함만 해소되는 것이 아니라, 나처럼 억울한 일을 당한 다른 이들에게도 혜택이 돌아간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맨날 싸우기만 한다는 비난을 받는 국회가 어떤 일을 하고 우리들에게 직접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사례를 통해 소개합니다. 현직 배테랑 보좌관이 국회를 어떻게 활용해야하는지 '팁'을 알려드립니다. 윤재관 보좌관은 17년전 국회의원 인턴 생활을 시작으로 박병석 의원 비서관, 김영주 의원 보좌관을 거쳐 현재 장병완 의원 보좌관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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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험회사랑 소송을 하겠다고 하면 주위에서 다들 말려요. 어차피 질 게 뻔하니까 그냥 대충 합의하라구요. 괜히 덤볐다 시간이랑 돈만 날린다는 거죠."

자동차보험에 대해 억울함을 호소하는 사람들이 많다. 그러나 정작 소송을 하겠다고 하면 모두들 뜯어 말린다. 개인이 보험회사랑 싸워서 이기는 경우를 거의 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정감사 준비를 하는 회의 자리에서 나는 이 문제에 신경이 쓰였다.



"질 게 뻔하다니 대체 승소율이 얼마나 되는데?"
"보험회사가 99% 이기고 있어요. 99대 1이에요."
"뭐? 99:1? 그게 말이 돼?"
보험회사의 승소율 99%. 이 숫자가 내 마음에 불을 붙였다. 이건 잘못돼도 크게 잘못된 것이다. 나는 이 문제를 깊이 파고들어보기로 했다. 2007년의 일이다.

<보험회사 승소율 99%, 패소율 1%의 비밀구조>



교통사고 관련 재판에서 법원이 판결을 내릴 때, ‘신체감정의'의 자문을 받는다. 신체감정의는 법원에 자문을 하는 의사를 말한다. 의학적 소견이 있어야만 이를 근거로 판결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종 판결은 판사가 하지만 사실상 판결에 최대 영향을 미치는 사람은 신체감정의다. 그들이 환자의 각종 의학적 검사결과를 보고 "60%밖에 안 다쳤는데요"라고 말할 때와 "90%를 다쳤네요"라고 말할 때, 재판결과는 크게 달라진다. 특히 사고 이전에 ‘기왕력', 즉 과거에 병력이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는 소견이 나오면 보험회사는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을 것이고, 보험 소비자는 사고로 다쳤는데도 불구하고 꼼짝없이 보상도 못 받고 전전긍긍해야 한다. 따라서 법원에서 고용한 신체감정의의 의견으로 사실상 판결이 갈리게 마련이다.

"보험회사에도 자문의가 있지 않나?"
"있죠. 보험회사에서 자문료를 지급하는 의사들이 있어요."

법원에서 고용한 신체감정의는 법원의 일만을 전담하는 것이 아니다. 자기가 속한 병원에서 환자도 보고, 다른 활동들도 한다. 그렇다면 혹시 ‘양다리'를 걸친 의사는 없을까? 법원과 보험회사 양쪽에 자문의를 하는 사람이 있다면? 머릿속에 불이 켜졌다. 뭔가 수상쩍은 연결고리가 감지됐다.


"자문의들 명단을 봐야겠어. 전국 모든 법원의 신체감정의 명단을 확보해. 그리고 보험회사 자문의 명단도 확보해. 싸그리 모아봐!"

만약 보험회사에서 정기적으로 자문료를 수수해온 사람이 법원에서 자문을 하게 된다면, 일반인을 위해서 발언을 하겠는가, 아니면 보험회사를 위한 발언을 하겠는가? 당연히 밀월관계를 맺어 온 보험회사 편을 들 것이다.

나와 동료들은 법원 자문의와 보험회사 자문의의 명단을 구해서 일일이 대조하는 작업에 들어갔다. 양쪽에 발을 걸쳐놓고 있는 의사를 찾아내기 위해서였다. 자료를 받기도 쉽지 않았고 소속과 직책, 이름, 주민번호 뒷자리까지 확인해야 하는 일이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걸렸다. 꼬박 석달동안 이 일에 매달렸다. 그리고 결국 미스테리한 99% 승소율의 비밀을 찾아냈다.

"빙고! 이거 봐. 주민번호 똑같지? 보험사에서 돈을 이렇게 받으면서 법원자문도 했네."

나는 의사명단 중에 상당수가 양쪽의 일을 동시에 했다는 사실을 발견해냈다. 거액의 자문료를 받고 손해보험사에 자문하면서 동시에 법원에도 자문하고 있는 겸임 자문의가 실제로 존재했다. 그것도 적지 않은 숫자가! 손보사 자문건수의 무려 63%, 법원 자문건수의 35%를 장악하고 있었다.
보험사 99% 승소율의 비밀 들여다보니…
손보사 자문의를 법원 신체감정의 선정에서 배제시키지 않았던 것이 보험소송의 공정성과 객관성을 잃게 했던 것이다. 소비자는 백전백패, 손보사는 백전백승을 거두는 보험소송의 비밀이 바로 여기에 있었다.

그렇다면 법원에서는 이러한 사실을 모른단 말인가? 그렇지 않다. 하지만 인력풀이 좁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측면도 있었다. 정형외과 전문의로서 법원에서 신뢰할 수 있을 정도의 연륜을 갖춘 의사이면서 그런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 의사는 많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그것은 보험회사 쪽에서 볼 때도 마찬가지다. 따라서 이 두 리스트가 겹칠 가능성은 매우 높다. 이것을 검증하고 걸러내는 시스템이 없다보니, 보험회사에서 악용하는 상황이 되었던 것이다.

어느새 보험회사는 자신들이 유리한 구조로 만들어 놓은 법원에서 보험소비자를 상대하고 있었다. 싸움이 벌어지면 내가 유리한 판으로 상대를 끌고 오게 마련이다. 보험회사도 그렇다. 고객과의 분쟁이 발생하면 자율조정을 통해 해결하지 않고 어떻게든 법원으로 이끄는 이유가 이것이다.

그로부터 8년이 지난 올해 여름. 라디오에서 들리는 뉴스 하나가 귀를 쫑긋하게 했다. 일부 보험회사가 계약무효확인소송, 민사조정 등을 제기하여 보험계약자 등을 심리적으로 압박함으로써 보험금 일부지급 합의 또는 보험계약 해지를 유도하는 사례가 많다는 것이다. 이를 시정하고자 금융감독원이 보험회사의 부당한 소송을 억제하겠다는 뉴스였다.

세월이 지나도 보험회사의 횡포는 여전했다. 이 횡포에 억울해하며 몸은 물론 마음까지 다쳐 신음하고 있는 국민들이 얼마나 많았으면, 이런 대책이 나왔을까. 마음이 참 무거웠다. 8년 전에도 그랬다. 당시 국정감사를 통해 내가 밝힌 사실이 알려지자 법원은 제도를 개선했다. 보험회사에서 돈을 받으며 자문의를 했던 사람들은 법원의 자문의로 활동하지 못하도록 만든 것이다. 그러나 나중에 다시 파악해보니 제대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었다.

<국회활용 꿀팁 2> 국회의 사계


‘맨날 놀고 먹는다'는 욕을 먹는 국회는 정말 놀고 먹을까? 정기국회가 열리지 않을 때도,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 예산안 처리 같은 빅 뉴스가 나오지 않는 시즌에도 국회는 바쁘게 돌아간다.

* 겨울(1-3월) - 의정보고와 2월 임시국회
한해가 시작되는 1월, 2월이면 국회의원들은 지역의 민원에 집중한다. 지난 한 해 동안 어떤 활동을 했는지 보고하는 의정보고서를 만들고, 지역 구석구석을 열심히 돌아다니며 의정보고대회를 연다. 지역사회를 위해서 어떤 일을 했고, 통과시킨 법안이 무엇이고, 어떤 예산을 확보했는지, 상세하게 보고한다. 주민들하고 직접 만나는 것이 주목적이다. 민원을 직접 듣고, 지역의 문제를 직접 눈으로 살피는 시간이기도 하다.
2월에는 임시국회가 열린다. 전년도에 통과시키지 못한 법안을 통과시키고, 이번 해에 정부가 어떤 일을 하게 될지 정부 주요 부처들의 업무보고를 받는다. 한 해 동안의 국정방향에 대해 살펴보면서 분야별로 관심가져야 될 사안에 주목하게 된다. 자신의 지역에서 꼭 해야 할 사업과 연결시킬 수 있는 접점을 꼼꼼히 찾아나서기도 한다. 특히 각 부처가 대통령에게 직접 보고하는 안건에 대해서는 반드시 확인하는 편이다. 사업추진 속도가 빠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이런 사업이 지역구의 숙원사업과 연계되어 있거나, 지역발전에 꼭 필요한 사업이라면 성과를 낼 수 있는 좋은 기회다.

* 봄(4-6월) 4월 임시국회, 결산준비
4월에도 임시국회가 열린다. 상임위원회 정책질의, 법안심사를 주로 한다.
5, 6월에는 결산준비를 한다. 전년도 정부가 지출한 예산에 대해서 보고를 하면, 그에 대한 문제가 없었는지 살펴본다. 전년도 결산은 다음해 예산 문제와 결부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예산 싸움의 첫 출발점이기도 하다. 하반기에 있을 국정감사에 대한 준비도 이때부터 시작한다. 긴 시간의 준비를 요하는 아이템은 이때 기획에 들어가야 연구의뢰를 할 수도 있고, 실태조사를 충실히 할 수 있다. 환노위 소속이었을 때, 전국 해수욕장의 수질문제를 지적하기 위해서 6월부터 계획을 세웠다. 그리고 피서철인 7,8월 전국의 해수욕장을 찾아 직접 수질검사를 실시하기도 했다.

* 여름(7-8월) 결산국회, 국정감사 준비
모두들 휴가를 떠나는 7,8월은 본격적으로 결산처리와 국정감사 준비에 돌입하는 시기다. 국정감사를 위한 아이템의 조사에 착수하고 우리가 꼭 통과시켜야 할 법안들을 정비한다. 물론 휴가도 간다. 하반기에는 주말조차 반납해야 할만큼 여유가 없기 때문에 이때 미리 가족들에게 봉사를 해두어야 한다.

* 가을(9-12월) 국정감사, 법안심사, 예산안 심사.
국회에는 가을이 없다. 9월의 국회는 국정감사에 올인한다. 국정감사는 국회의원들에게 최고의 무대다. 대부분의 활동이 당대당의 경쟁이라면, 국정감사는 300명간의 경쟁이다. 국회의원이 자신의 역량을 최대한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국정감사다. ‘우수국회의원'으로 평가받는 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항목이 두 개가 있다. 그 중 하나는 법률 대표 발의 건수와 가결 건수이며, 다른 하나는 국정감사에서 얼마나 전문성을 보이며 이슈를 제기했느냐이다. 이 두 가지 모두 개인전이다.

참고로 국정감사 및 조사에 관한 법에는 ‘매년 정기회, 즉 9월 1일부터 개회되는 정기국회이전에 국정감사를 실시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다만 본회의 의결로 정기회 기간에 감사를 실시할 수 있다'고 규정되어 있다. 정기국회 이전에 국정감사를 끝내고 9월부터는 예산안과 법안심사에 매진하자는 취지로 2012년에 이렇게 법이 만들어졌는데, 지금까지 매년 9월 이후에 국정감사를 실시했다. 민망한 일이다. 앞으로도 9월 이전에 국정감사가 실시될 개연성은 글쎄다.

10월은 다음 연도의 예산 심사에 들어간다. 새해 예산안은 회계연도가 개시되기 90일 전까지 예산편성권을 가진 정부가 국회에 제출한다. 10월 초에 해당된다. 그 후 예산안은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예비심사를 받는다. 예산과 관련해 주요 단체들과 기자회견도 많이 하고, 꼭 필요한 예산이 누락된 데 대해 이슈화시키는 것도 이때다.

우여곡절 끝에 전문위원의 검토보고도 받고 대체 토론과 찬반 토론 및 표결을 통과한 예비심사 내용은 예결위의 예산안조정소위로 넘겨진다. 예산안조정소위는 먼저 예산안의 감액 심사부터 진행한다. 여기에서는 여야 국회의원 15명 내외가 전체 예산안을 보면서 중복 예산도 잡아내고 불필요한 예산도 솎아내며 예산의 우선순위를 조정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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