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부펀드, 저유가 직격탄…투매 역풍 키우나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12.23 1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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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가 급등에 몸집 키운 중동·亞 국부펀드 유가 급락에 타격

국제유가 급등세에 힘입어 몸집을 불린 국부펀드들이 저유가 기조에 직격탄을 맞았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2일(현지시간) 중동과 아시아 지역 산유국 국부펀드들이 국제유가 급락세로 불확실성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중앙 아시아 최대 산유국 카자흐스탄의 국부펀드인 삼룩카지나JSC가 대표적이다. 550억달러(약 64조5000억원)를 운용하는 것으로 알려진 삼룩은 카자흐스탄을 금융위기에서 건져냈고 카자흐스탄 정부가 참여한 2022년 동계올림픽 유치전에 돈을 대겠다고 나섰다.



그러나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상황이 반전됐다. 삼룩은 지난 10월에 석유 관련 투자로 궁지에 몰린 자회사를 지원하기 위해 출범 이후 처음으로 15억달러를 차입했다.

WSJ는 삼룩처럼 중대국면에 직면한 국부펀드가 한둘 아니라고 했다. 국부펀드들은 대개 원유로 대표되는 원자재 수입과 이를 통해 키운 외환보유고를 밑천으로 삼지만 국제 원자재 가격은 역사적 저점으로 떨어진 지 오래다. 특히 중동과 아시아 지역의 국부펀드들은 강력한 경제 성장세와 국제유가 급등세를 배경으로 몸집을 대거 키웠지만 최근 국제유가가 급락하면서 궁지에 몰렸다. 말레이시아의 국영 투자회사인 1MDB는 최근 110억달러가 넘는 부채를 떠안고 채무조정과 구제금융에 의존하게 됐고 비리 의혹까지 맞물려 파문을 일으켰다.



JP모간 자산운용에 따르면 전 세계 국부펀드의 자산은 현재 7조2000억달러로 2007년에 비해 2배 넘게 늘었다. 이는 글로벌 헤지펀드와 PEF(사모펀드)의 운용자산을 모두 합한 것보다 많다. 국제금융협회(IIF) 집계로는 전 세계 국부펀드 수는 현재 79개로 2007년에 비해 44% 증가했다. 이들 국부펀드가 운용하는 자산의 60%가량이 원유를 비롯한 에너지 수출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이에 따라 상당수 국부펀드는 자산이 급감했고 일부는 정부의 지원에 의지하게 됐다. 국부펀드들의 차입이나 자산매각도 흔한 일이 됐다.

아드난 마자레이 국제통화기금(IMF) 중동 및 중앙 아시아 담당 부국장은 "이미 요동치고 있는 시장에서 국부펀드마저 억지로 자산을 매각해야 할 판이어서 걱정"이라고 말했다. 세계 경제를 둘러싼 불확실성에 투매 바람이 일고 있는 가운데 국부펀드마저 투매행렬에 동참하면 시장 불안이 더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마자레이는 국부펀드가 언제, 어느 정도 규모의 자산매각에 나설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덧붙였다.


WSJ는 국부펀드의 비밀주의가 불확실성을 더 자극한다고 지적했다. 국부펀드들이 자산을 얼마나 운용하는지, 어떤 자산을 보유하고 있는지, 전반적인 투자전략이 뭔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금융감독기구인 금융안정위원회(FSB)는 지난 9월에 국부펀드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영향을 미칠 잠재적 취약성을 조사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구체적인 내용은 알려진 게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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