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문제 해결 위해 학부생들이 발로 뛰다…결과는?

모두다인재 이진호 기자 2015.12.22 1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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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화여대, '대학-신촌 지역연계 강의'로 지역활성화 모색

지역문제 해결 위해 학부생들이 발로 뛰다…결과는?


"과정은 쉽지 않겠지만, 수요와 욕구를 정확히 파악한다면 지역경제 발전 방향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사회 통합 관점에서 어려운 처지에 있는 길거리 상인들을 만났습니다. 온라인 설문조사와 심층 인터뷰도 진행했고요. 사회적 약자들을 위해 장애복지관과 노인복지관도 방문했습니다."

지난 10일 서울 서대문구 이화여대 캠퍼스에서는 전문가들의 기획회의(?) 같은 풍경이 펼쳐졌다. 조상미 사회복지학과 교수가 강의하는 '지역사회복지론' 수업 현장에서다.



수업은 서대문구청이 올해 추진한 '대학-신촌 지역연계 강의'의 일환으로 마련됐다. 대학생들이 직접 지역사회 문제를 조사하고 구체적인 복지 정책을 내놓는 데 초점이 맞춰졌다. 학생들의 의견은 논의를 거쳐 서대문구 구정에 일부 반영될 계획. 구청에서는 수업보조금으로 300만원을 지원해 여러 비용 마련과 교재 구입을 도왔다.

학기를 마무리하는 이날 정리발표에서 학생들은 충실한 현장답사와 톡톡 튀는 아이디어로 '대학생이 생각하는 바람직한 지역사회'의 모습을 그려냈다.



조상미 교수는 "학부생들에게 쉽지는 않은 수업"이라면서도 "학생들 스스로 답을 찾고, 모르는 사람들과 접촉하며 탐색하는 과정이 학생들에게 흥미로웠을 것"이라고 말했다. 책상 앞에서 정해진 공부에 익숙하던 학생들이 실제 현장의 목소리를 듣고, 실행계획까지 세우는 수업형태가 신선했을 것이란 이야기다.

그의 기대처럼 수강생들은 이날 마지막 프리젠테이션을 위해 발로 뛰었다. 지난 9월 개강 이후 한 학기 동안 지역 주민들의 의견을 수렴했다. 그만큼 현장에서 느끼는 생생한 지역문제가 들려왔음은 당연지사. 학생들은 정규 수업 시간 외에도 스스로 거리를 누비며 서대문구의 문제점을 조사했다.

총 19명의 수강생들은 각각 △주거 △건강 △경제 △복지 △문화 등 5개 주제로 팀을 꾸렸다. 각 팀은 맡은 지역의 SWOT 분석을 통해 복지 문제 해결 방안과 행동계획을 내놨다. 팀원 구성과 주제 선정은 모두 학생들의 토의를 통해 결정됐다.


/그래픽=이주영 디자이너/그래픽=이주영 디자이너
"신촌에 사는 많은 자취생들은 끼니를 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지역주민들과 소통도 거의 없습니다. 노인은 소득이 안정적이지 못하고 길거리 상인은 적절한 판매환경도 찾지 못하고 있어요."

첫 번째 발표에 나선 주거팀은 '협동조합'을 지역 문제 해결의 열쇠로 꼽았다. 능숙한 솜씨로 발표에 나선 김진영씨(이화여대 스크랜튼 3)는 풍부한 현장조사 경험을 통해 반찬을 판매하는 협동조합이 번영을 이끌 수 있을 것이라고 봤다.



건강팀과 경제팀도 마찬가지. 각각 '충전자전거'와 '웨딩특성화 관광단지 조성'을 문제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두 팀도 자세한 시장조사와 주민·상인 인터뷰 등 지역의 생생한 이야기를 통해 저마다 색다른 지역 활성화 방안을 내놨다.

건강팀은 분석결과, 북아현동 주민들이 비교적 소득수준이 높지 않고, 생업에 치여 운동이 부족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래서 생각한 것이 전동자전거. 이는 직접 타는 자전거가 아닌 부스 내에 설치된 사이클 머신 형태의 자전거다. 페달을 밟으면 스마트폰 충전을 할 수 있게 해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렸다.

건강팀 남윤재씨(이화여대 사회복지 3)는 "설문조사 결과 짧은 시간에 운동을 하고 싶어하는 이들이 많았다"며 부스 형태의 자전거 설치가 주민들의 운동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 분석했다. 이들은 직접 문항을 마련한 100부의 설문조사지를 북아현동 식당과 거리에 배포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았다.



경제팀의 발표 모습. /사진=이진호 기자경제팀의 발표 모습. /사진=이진호 기자
북아현동 웨딩 거리의 주차공간 확충과 거리 벽화 재창조를 주장한 경제팀은 시장 조사 결과, 웨딩거리의 침체로 상인들이 무력감을 느껴 지역사회 전체에 불안감을 준다고 설명했다. 상권 침체가 지역사회에 미치는 영향까지 꿰뚫은 것이다. 이들은 불법주차된 차량과 낙후된 벽화 등 직접 촬영한 현장 사진을 제시해 공감을 이끌어 내기도 했다.

또한 지난 14일 2차 발표에 나선 복지팀과 문화팀도 각각 도시농사 프로젝트와 보헤미안 축제·토론형 카페·그래피티 거리 조성 등을 지역활성화 방안으로 제시했다. 이들 5개 팀 모두 1년간의 실행계획을 짠 시간표를 제시하고, 대략적인 예산안도 세워 실제 구정에 반영 가능성을 높였다. 대학생들이 단순히 머리를 맞댄 것을 넘어 실제 실현가능성까지 꾀한 것이다.

현장 답사가 주를 이룬 수업인 만큼 에피소드도 많았다. 남윤재씨는 "처음 설문지를 돌릴 때는 주민들한테 '도를 아십니까' 아니냐는 오해도 받았다"고 되돌아봤다. 그는 "그러다가도 자세히 수업 취지를 설명하자 '정말 내 말이 구청에 전달되느냐', '원하는 대로 변할 수 있는거냐'면서 주민들이 기대하셨다"고 웃음지었다.



쉽지 않은 수업이었지만 대학생들은 프로 못지 않은 솜씨로 전문가들에게도 깊은 인상을 남겼다. 10일 발표를 참관한 박홍표 서대문구청 지역활성화과장은 "학생들이 생각보다 충실한 조사를 해오고 아이디어도 신선했다"면서 "학생들의 (일부) 의견이 구정에 반영될 것으로 본다"고 전했다.

수업을 지도한 조상미 교수는 "현장을 알아야 사회복지 전문가로서 더욱 성장할 수 있다"면서 "지역문제는 나와 동떨어진 문제가 아니라는 인식을 제고하고 싶었다"고 밝혔다.

이어 "직접 현장에서 다른사람을 설득하고 참여하는 과정이나 의사소통 연습이 추후 사회복지 전문가로서나 (여대 특성 상) 좋은 엄마가 되는 과정에도 긍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본다"고 현장중심 수업이 가져다줄 효과를 설명했다.



한편, 구정 반영을 위한 타운홀 미팅은 오는 28일 신촌 유플렉스에서 개최된다. 행사는 이화여대를 비롯해 연세대, 추계예대, 명지전문대 등 이번 학기 연계강의 수업을 진행한 학과생들과 지역주민들이 참여한 가운데 진행될 예정이다.

지역사회복지론 수업은 대학생의 시각에서 지역활성화 문제를 꼼꼼히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상미 교수의 모습. /사진제공=서대문구청지역사회복지론 수업은 대학생의 시각에서 지역활성화 문제를 꼼꼼히 진행할 수 있었다는 평이다.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조상미 교수의 모습. /사진제공=서대문구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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