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구 획정, 열쇠 쥔 정의화…'직권상정' 승부수 통할까

머니투데이 진상현 김태은 기자 2015.12.14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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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본회의 표결 거쳐야 해 여야 입장 무시할 순 없어…협상 촉매 역할은 할듯

 정의화 국회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방문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 등 원내지도부를 만나 쟁점법안 및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12.14/뉴스1  정의화 국회의장이 14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장실을 방문한 새누리당 원유철 원내대표와 조원진 원내수석 등 원내지도부를 만나 쟁점법안 및 선거구 획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2015.12.14/뉴스1


정의화 의장이 14일 내년 총선의 선거구 획정안이 예비후보자등록일(15일)을 넘길 경우 직권상정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입장을 밝히면서 표류하고 있는 선거구 협상에 돌파구가 될 지 주목된다.
하지만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여야의 공감대가 없는 법안일 경우 본회의에서 부결된 가능성도 배재할 수 없어 합의점을 찾아가는 작업이 역시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다. 직권상정을 하더라도 본회의 의결을 거치므로 결국 다수인 여당쪽이 협상에서 유리할 수 밖에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은 이날 쟁점법안 등에 대한 직권상정을 요구하기 위해 의장실을 찾은 새누리당 원내지도부와 만난 자리에서 "여야 합의가 안 돼서 내일 본회의가 안 열리면, 31일 이후부터는 여러분 지역구도 다 없어지고 예비후보도 간판을 내려야 한다"면서 "(이런 경우는) 입법비상사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국회법 85조에 따르면 국회의장은 특정 안건의 심사기간(직권상정)을 지정할 수 있다. 하지만 이는 △천재지변의 경우 △전시·사변 또는 이에 준하는 국가비상사태의 경우 △의장이 각 교섭단체대표의원과 합의하는 경우를 충족할 때 가능하다.
선거구 획정안의 경우 헌법상 국민의 권리인 선거권을 침해하고 출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 예비후보 자격을 잃게 될 수도 있는 등 안건 미처리시 혼란스러운 상황이 국가비상사태에 준하는 위협 요소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다. 헌법재판소가 지난해 10월 선거구 인구격차를 2대1 이내가 되도록 재조정하라는 결정을 내리면서 그 시한을 오는 12월31일로 못박아 이후에는 기존 선거구가 효력이 사라진다.
때문에 15일부터 예비후보 등록을 하더라도 선거구획정이 마무리되지 않으면 내년 1월1일부터는 예비후보 등록이 불가능하고 기존에 예비후보로 등록한 사람도 자격을 상실하게 된다.

정 의장은 앞서 지난 10일 대국민담화문에서도 "선거구 획정 문제는 예비후보 등록이 시작되는 15일 이전에 반드시 결론을 내려야 한다"며 "그렇지 않으면 국회의장으로서 특단의 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 없다"고 밝힌 바 있다. 당시 언급한 '특단의 조치'가 바로 직권상정인 셈이다.



정 의장이 직권상정을 언급하면서 여야의 협상 속도는 더 빨라질 것으로 보인다. 최악의 경우 자신들의 이해에 반하는 안이 정 의장의 직권상정으로 본회의에 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새누리당은 현행 지역구 246석과 비례 54석을 유지하는 방안과 지역구 의석을 7석 늘리고 비례를 그만큼 줄이는 두 가지 안을 본회의에 올려 무기명 비밀투표로 진행하자는 입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비례대표를 7석 줄이는 대신 비례성 확보를 위해 이병석 정개특위 위원장이 제시한 50% 연동형 권역별비례제의 도입을 요구하고 있다. 연동형 권역별비례제가 도입되지 않을 경우에는 비례대표 축소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주장이다. 정 의장은 개인적으로 두 가지 정도의 선거구 획정안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정 의장이 제시할 안 역시 본회의 표결을 거친다는 점에서 여야 협상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을 전망이다. 정 의장이 제시안 안이 본회의에 상정됐다가 부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직권상정으로 올린 안이 부결될 경우 의장의 리더십에 큰 상처가 될 수 밖에 없고, 새로운 대안도 다시 모색해야 한다.

비슷한 관점에서 정 의장의 직권상정 시도가 결국은 다수당인 여당에 유리한 결과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있다. 극단적인 경우 여당이 찬성하는 안은 야당이 반대해도 본회의에서 가결될 수 있지만, 여당이 반대하는 이상은 본회의를 넘기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정 의장의 직권상정안이 실질적인 위력을 갖기 위해선 최소한 여당 일부의 동의라도 끌어낼 수 있는 안이어야 하는 셈이다.


국회 관계자는 "직권상정을 감안하더라도 협상과 여러가지 절차와 경우의 수를 생각해야 한다"면서 "매우 복잡한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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