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보..양보..탈당…중대기로에 선 '안철수 정치'

머니투데이 진상현 기자 2015.12.13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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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대통령 출마로 정치 입문, 탈당 카드로 다시 야권 빅뱅 중심에

 당 혁신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공식 선언한 뒤 취재진에 둘러쌓여 있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에서 도저히 안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가려고 한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2015.12.13/뉴스1  당 혁신과 지도체제 개편 문제 등을 놓고 문재인 대표와 갈등을 빚어온 새정치민주연합 안철수 전 공동대표가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 정론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공식 선언한 뒤 취재진에 둘러쌓여 있다. 안 전 대표는 이 자리에서 "안에서 도저히 안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캄캄한 절벽 앞에 지금 제가 선택할 수 있는 가장 어려운 길로 나가려고 한다"며 "정권교체를 이룰 수 있는 정치세력을 만들기 위해 모든 일을 다 할 것이다"고 밝혔다. 2015.12.13/뉴스1


"저는 이제까지 늘 야당의 통합과 정권교체를 위한 선택을 해 왔습니다. 대통령 후보를 양보했고, 지방선거를 앞두고 통합했습니다."

안철수 새정치민주연합 전 대표가 13일 탈당을 공식선언했다. 지난해 3월 민주당과의 통합을 거쳐 새정치민주연합의 일원이 된지 1년9개월만이다. 안 전 대표는 정치입문 후 지금까지 3년3개월 동안 누구보다 드라마틱한 정치행보를 걸어왔다. 이날 발표한 탈당 선언문에서도 지난 정치역정이 야권의 성공을 위한 것이었음을 재차 강조했다.



안 전 대표는 성공한 벤처사업가로, 선량하고 반듯한 이미지로, 대중들에게 어필하면서 2011년을 전후해 단숨에 차세대 정치인으로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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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를 앞두고 압도적인 지지를 받았지만 박원순 현 시장에게 서울시장 후보직을 양보하는 대신, 유력 대선 후보로 떠올랐다. 이 때부터 안 전 대표의 '대망론'이 구체화되기 시작했다. 이후에도 높은 지지가 이어지면서 2012년 9월 대선 출마를 선언하며 정치에 공식 입문한다. 안 전 대표는 '새정치'와 '정권교체'를 내세워 바람몰이에 나섰지만 제1야당 후보인 문 대표와의 후보 단일화 협상은 순탄치 않았다. 단일화 방식을 둘러싸고 대립을 하다, 후보 등록일 이틀을 앞두고 안 전 대표가 전격 포기하는 방식으로 단일화가 성사됐다. 단일화는 이뤄졌지만 안 전 대표측의 앙금은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문 대표와의 관계 역시 이후 줄곧 좋지가 않았다.

대선 당일 미국으로 출국했던 안 전 대표는 다음해 서울 노원병 보궐선거를 통해 국회의원에 당선됐다. 이후 1년 가까이 독자 신당 창당을 준비하며 정치구도를 흔들 '진원지'로 여겨졌다. 그러다 6·4 지방선거를 석달여 앞둔 지난해 3월 민주당과 통합하면서 야권 단일화에 다시 힘을 보탰다. 제1 야당의 공동대표라는 새로운 도전에 나선 셈이지만 평소 주장했던 '새정치'가 '합종연횡' '단일화' 등 기존 정치행태와 다를 바가 없다는 지적이 적지 않았고, 신당 포기를 두고 '철수 정치'라는 비판도 나왔다.



새정치민주연합 공동대표 재임도 4개월에 그쳤다. 6.4 지방선거 공천 잡음에 이어 7.30 재보선에서 참패하면서 김한길 대표와 함께 스스로 공동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문재인 대표 체제가 들어선 이후 한동안 조용한 행보를 이어갔지만 문 대표 역시 재보선 등에서 연패하고 내년 총선 공천을 앞두고 당내 갈등이 고조되면서 대안 세력으로 다시 전면에 부상하게 됐다. 안 전 대표는 문 대표 체제의 혁신안에 반기를 들며, 제대로된 혁신을 주장한데 이어 최근에는 '혁신전대'를 마지막 카드로 문 대표와 대립하다 결국 탈당까지 결행하게 됐다.

제1 야당과 결별한 안 전 대표의 상황은 겉으로만 보면 신당을 준비하던 1년9개월 이전과 유사하지만 여러가지 상황에서 차이가 있다. 우선 동반 탈당이 잇따를 것으로 예상되는 현역 의원 그룹을 상당수 흡수할 수 있는 상황이다. 신당 추진 시절에는 현역 의원은 안철수계로 분류되던 송호창 의원 외에는 지지가 미약했다. 안 전 대표의 비서실장을 지낸 문병호 의원은 이날 이르면 14일, 늦어도 15일에는 탈당할 것이라고 밝히고, "연말까지 2차, 3차 탈당이 이뤄지면 교섭단체 구성에 필요한 20명 규합은 문제가 없다. 최대 30명까지도 내다보고 있다"고 밝혔다. 제1야당의 공동대표, 국회의원으로서 원내 경험 등 정치적인 경험이 더 쌓인 것도 달라진 점이다. 안 전 대표는 최근 호남 방문 때 '강한 리더십'을 뜻하는 '강철수'라는 별명을 얻는 등 예전과는 다른 정치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당장 '탈당 선언'이 그의 달라진 면모라는 해석도 있다.

물론 우호적인 여건만 있는 것은 아니다. 야권이 새누리당에 정당 지지율 등에서 크게 밀리는 와중에 총선을 불과 4개월 앞두고 분당의 직접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 결정적인 부담이다. 야권 분열로 총선에서 야당이 대패하고 안 전 대표가 희망했던 야권의 변화도 끌어내지 못할 경우 공멸을 초래한 원흉으로 몰릴 가능성이 있다. 정치입문 초기 등에 비해 대중의 지지 열기가 높지 않은 점도 부담이다. 최근 여론 조사에서 안 전 대표는 문재인, 박원순 등 다른 경쟁 후보들에 비해 지지율에서 뒤쳐지는 추세다. 여론의 지지를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자신을 믿고 따를 정치적 원군도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결국 안 전 대표는 야권 분열에 대한 부담을 줄이기 위해 총선 전이라도 자신을 중심으로 한 야권의 재편을 계속해서 시도할 것으로 예상된다. 안 전 대표는 이날 "안에서 도저히 안 된다면, 밖에서라도 강한 충격으로 변화를 이끌어내야 한다"고 말했다.

대통령 출마로 정치에 입문했던 한 정치 신인이 3년3개월 후 '탙당'이라는 결정적 카드로 다시한번 대한민국 정치지형 변화의 중심에 서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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