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위안화 환율 '페그' 완화 시사…'환율전쟁' 전운

머니투데이 김신회 기자 2015.12.13 1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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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민은행, 바스켓 방식 환율제도 도입 시사…"위안화 약세 유도 길 닦는 셈"

중국이 복수의 통화에 연동된 바스켓 방식의 위안화 환율 관리 방침을 예고하면서 글로벌 환율전쟁의 전운이 다시 짙어졌다. 환율전쟁은 세계 각국이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자국 통화 가치를 경쟁적으로 떨어뜨리는 것을 말한다.

12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 중앙은행인 인민은행은 전날 웹사이트에 낸 논평에서 위안화 환율을 달러뿐 아니라 다른 여러 통화를 아우른 바스켓에 연동돼 움직이도록 관리하는 게 더 나을 것이라고 밝혔다. 지금처럼 달러에 사실상 고정(페그)된 위안화 환율을 바스켓에 연동시키는 게 합리적인 시세 균형을 유지하는 데 더 이로울 것이라는 설명이다.



인민은행은 다만 위안화 환율 관리 시스템을 언제, 어떻게 바꿀지에 대해서는 구체적으로 언급하지 않았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인민은행의 위안화 환율 유연화 방침은 위안화 약세를 유도하기 위해 길을 낸 것으로 '신(新)환율전쟁'에 대한 불안감을 고조시켰다고 지적했다.



스튜어트 오클리 노무라 신흥시장 책임자는 "바스켓을 도입하면 인민은행이 달러에 대해 위안화의 약세를 유도하는 게 더 쉬워질 것"이라고 말했다.

위안화 환율은 인민은행이 매일 정하는 달러/위안 고시환율에 따라 움직인다. 달러/위안 환율의 하루 변동폭은 고시환율의 ±2% 이내로 제한된다.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가 예상대로 오는 15, 16일에 금리인상에 나서면 최근 두드러진 달러 강세에 더 힘이 붙을 전망이다. 사실상 달러에 묶인 위안화도 강세 압력을 받게 된다. 인민은행이 위안화와 달러의 고리를 느슨하게 풀고 다른 통화를 끌어들이면 당장 달러 강세에 따른 위안화 강세 압력을 낮출 수 있다.


오클리는 중국이 위안화가 교역가중 바스켓 통화에 대해 고평가돼 있음을 보여주면 미국 정부가 중국에 수출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 위안화 약세를 조장하고 있다는 비판을 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지적했다.

외환 헤지펀드인 SLJ마크로파트너의 스티븐 젠 대표도 "인민은행이 바스켓 방식의 환율제도를 도입하면 경쟁적인 위안화 평가절하 혐의에서 자유로워질 수 있다"고 말했다.



문제는 위안화 평가절하가 글로벌 금융시장에 미칠 충격이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인민은행이 지난 8월에 사흘동안 달러 대비 위안화 가치를 3% 넘게 떨어뜨리는 평가절하를 단행했을 때도 세계 금융시장은 강력한 투매로 홍역을 치렀고 이는 FRB가 금리인상을 미루는 배경이 됐다. SLJ의 젠은 인민은행이 이번에도 위안화 평가절하로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면 FRB가 금리인상 시기를 미룰 수 있다고 경고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인민은행이 10년 전에도 비슷한 조치를 언급하고 이후에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은 만큼 이번에도 말잔치에 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다만 중국이 바스켓 방식의 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것은 어찌됐든 합리적인 선택이라고 지적한다. 국제통화기금(IMF)의 중국 책임자를 지낸 에스와 프라사드 미국 코넬대 교수는 인민은행이 달러만이 아닌 여러 바스켓 통화에 대해 위안화 환율을 관리하는 게 보다 유연한 환율로 이행하는 과정을 순탄하게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IMF도 올 초 중국이 바스켓 방식의 환율제도를 도입하는 게 위안화 환율을 완전 자유화하기까지 훌륭한 중간 조치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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