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일공은 '노가다꾼'? 일당 40만원 '전문직'

머니투데이 신아름 기자 2015.12.12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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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아름의 시시콜콜]

레벨링(수평) 작업 중인 타일 시공자의 모습 레벨링(수평) 작업 중인 타일 시공자의 모습


몇 해 전 겨울, 새벽 인력시장 취재차 찾은 남구로역 4번 출구. 차가운 새벽 공기를 가르던 검정색 10인승 승합차가 한 대 나타나더니 웬 남자가 창문을 열고 큰 소리로 외친다. "타일 16만원!"

허름한 배낭을 짊어지고 옹기종기 모여 서있던 사람들의 얼굴엔 순간 아쉬운 빛이 스친다. 아무도 나서지 않자 승합차는 잠시도 지체할 겨를이 없다는 듯, 이내 자리를 뜬다. 옆에 서 있던 사람에게 "왜 차에 올라타지 않았느냐"고 묻자 "저건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라는 답변이 돌아온다.



매일 새벽, 인력시장에 나와 그날의 일감을 찾아야 하는 건설현장 일용직들이라고 다 같은 처지는 아닌 것이다. 타일은 기술과 실무경험을 겸비한 숙련된 일손이어야만 시공이 가능한 특성 때문에 아무나 할 수 없는 일이었다. 타일공의 일당이 당시 5~7만원이던 일반 일용직의 2~3배나 됐던 이유다.

최근 만난 한 욕실업체 관계자가 타일공 구하기가 '하늘의 별 따기'라고 말한 것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다. 그는 "실력이 검증된 사람을 구하려면 한 달 전 예약은 기본이고, 일당은 40만원을 부르더라"며 혀를 내둘렀다.



실제로 타일은 '조적'(벽돌 쌓기), '미장'(벽이나 천장, 바닥 등에 흙, 회, 시멘트 등을 바르는 것)과 더불어 '국제기능경기대회' 3대 건축 종목에 속한다. 전문성을 인정 받는 직종인 것이다. 문제는 타일 시공 기술을 배우려는 사람들이 점점 줄면서 수요와 공급 간 불균형 현상이 점점 심각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술 경시 풍토, 건축 관련업을 '3D'(더럽고 힘들고 위험한 분야의 산업)로 여기는 사회적 인식과 무관치 않을 터다.

비단 타일에 국한된 문제도 아니다. 건축 관련 업종 전반에 걸쳐 나타나는 현상인 것이다. 한때 5년제로 학제를 전환하면서까지 국가 차원에서 고급 인력 양성에 힘썼던 건축사가 대표적이다. 과거 건축학도라면 으레 목표로 삼았던 건축사 자격증을 따겠다는 요즘 학생들을 보는 건 매우 힘든 일이 됐다.

이 같은 현상의 이면엔 난관을 뚫고 전문자격을 취득한 건축사들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바뀌지 않는 시선이 존재한다. 우리 사회에서 건축 관련업에 종사하는 사람을 지칭하는 말인 '노가다꾼'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 같은 사회적 인식과 풍토가 바뀌지 않는 한, 우리나라가 인테리어 선진국으로 가는 길은 요원해질 수밖에 없다. 건축, 인테리어 공사의 완성도에서 시공 품질이 자재자체의 품질을 압도한다는 점을 곱씹어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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