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런치리포트]법보다 앞선 통신시장 빅뱅

머니투데이 황보람 , 그래픽=이승현디자이너 기자 2015.12.08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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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종합)

'SKT+CJ헬로비전'이 바꾼 판도...통신비 인하 법안 '원점'으로

[런치리포트]법보다 앞선 통신시장 빅뱅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의 통신시장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국회에 계류된 각종 가계 통신비 인하 관련 법안들은 새로운 판도 속에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통신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번 인수합병으로 정책방향 재수립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7일 통신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내 통신시장은 2000년대 초반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로 정립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KT와 KTF합병,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의 합병 등 유무선 통신간 결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시기 케이블TV 업계는 주요 케이블방송사를 중심으로 지역 SO들의 합병을 통해 MSO로 성장해 갔다.

이어 IPTV가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출이 가시화됐고 케이블TV 진영에서도 통신시장 진출이 본격화된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케이블TV 업계도 이동통신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의 시장에 진출하는 환경에서 통신업체와 유료방송사의 합병은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내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결합상품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15%를 넘겼고 KT 또한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통신사가 방송과 통신의 '결합상품' 마련에 주력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SK브로드밴드의 IPTV와 케이블방송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에 끼어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분야로 한정해 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알뜰폰 시장의 재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 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알뜰폰 경제력 제고 및 신규사업자 진입기반 조성 방안을 내놨다. 저가의 알뜰폰이 이동통신 3사를 자극해 요금인하에 기여할 것이란 전략이었다.


또 제4이동통신 도입을 통해 사업자 수를 늘림으로써 기존 3강체제에서 4강체제로 개편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안도 추진됐다.

하지만 환경이 변했다. 기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2위 사업자(SK텔링크)인 SK텔레콤이 접수하면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30.41%를 SK텔레콤이 확보하게 된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도 51%로 올라간다.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알뜰폰이 더이상 시장의 '경쟁 촉매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오는 이유다. 제4이동통신 또한 내년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 되더라도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알뜰폰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봐야할 문제이지 이통시장 점유율이라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살펴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를 포기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내세울 '인가조건'은 결합상품이나 알뜰폰 사업의 경쟁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양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시장지배력 확대 및 전이와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년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의 경우 1년 내 시장 점유율을 50% 이내로 낮추고 SK텔레텍 단말기 공급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하는 등 가지 인가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반면 KT와 KTF의 합병이나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합병,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의 합병 등에서는 특별한 인가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자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시장에 너무 종속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하는 만큼 결합상품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단통법 개정 논의 올스톱…SKT+CJ헬로비전 여파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약 1년이 지난 30일 서울 용산의 한 휴대전화 전문상가가 한산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개인 판매점은 약 3,500곳이 폐업했으나 이동통신사 직영점은 약 600곳이 늘었다. 2015.9.30/뉴스1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시행 후 약 1년이 지난 30일 서울 용산의 한 휴대전화 전문상가가 한산하다. 단통법 시행 이후 개인 판매점은 약 3,500곳이 폐업했으나 이동통신사 직영점은 약 600곳이 늘었다. 2015.9.30/뉴스1
시행 1년을 넘긴 '이동통신 단말장치 유통구조 개선에 관한 법률'(단말기 유통법)이 연이은 비관론 속에서도 봉합수술 없이 해를 넘길 상황에 놓였다. 국회에는 단말기 유통법 폐지를 포함한 각종 개정안이 발의된 상태지만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라는 빅뱅을 만나면서 법안 논의가 '올스톱'됐다.

단말기 유통법에 대해서는 긍정보다는 부정평가가 우세하다. 이동통신사 가입비가 폐지됐고, 지원금 대신 20%요금할인 및 데이터중심요금제를 선택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된 점은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하지만 최민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에 따르면 가계당 평균 통신장비 부담액은 단통법 시행 직후인 지난 해 4분기 월별 평균 2만1000원에서 올해 2분기 2만2700원으로 오히려 증가했다. 단통법 시행 이후 9개월동안 이통3사의 리베이트 금액은 총 2조271억원에 달한다는 주장까지 제기됐다. 단통법 시행에도 불구하고 가계통신비는 오르고 리베이트 암시장은 살아남았다는 결론이다.

돈을 번 건 이통사였다. 이통사의 가입자당 평균 수입은 단통법 시행 이전보다 늘어 직영 대리점들은 수는 불어난 반면, 소형 대리점과 일반 판매점은 상당수 문을 닫았다. 또 여전히 많은 가입자들은 암암리에 계속되는 '페이백'을 통해 남들보다 싸게 휴대전화를 사고 있다.

국회에서도 단말기 유통법의 문제점을 충분히 인식하고 있지만 논의는 진전을 이루지 못한 상황이다. 특히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인한 통신 환경의 변화와 이에 대한 정부 방침이 세워진 이후 단말기 유통법 및 가계통신비 관련법을 다시 논의해야 한다는 분위기에 밀려 법안 논의는 유야무야 됐다.

지난달 16일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단말기 유통법 개정안 및 가계통신비 관련 법안을 일괄 상정해 논의했지만 결론 없이 소위는 끝이 났다.

당시 미방위에서는 각 법안들을 한건씩 별개로 심의하지 않고 '가계통신비 관련법' 등 이름으로 묶어 한꺼번에 심의했다. 사실상 개별 법안에 대한 심도있는 논의를 하지 못할 것이라는 판단에서였다.

그 배경에는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 주요한 영향을 끼쳤다. 통신분야 1위 사업자인 SK텔레콤이 케이블방송 1위이자 알뜰폰 시장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인수합병하게 되면, 그 영향력이 폭발적으로 강해져 통신 정책 판도가 급변한다는 인식이 깔려있었다. 단통법 개정안은 이번 인수합병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음에도 논의를 미루는 좋은 구실이 된 셈이다.

또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법안이나 단통법 개정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는 정부가 요금인가제 폐지법안 통과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괘씸죄'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인 여야의 '법안 주고받기'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이 제동이 걸리자 당시 한 데 묶어 논의됐던 분리공시제·완전자급제 등 단통법 개정안 논의도 심화되지 못했다.

당시 소위에서 미래부 측은 '기본료 폐지'에 대해 "사업자들이 자율적으로 없애는 게 바람직하고 정부가 임의로 폐지하라고 할 수 없다"고 답했다. '분리공시'에 대해서는 "분리공시는 다른 부처에서도 기본적으로 반대입장"이라고 전했다.

이에 우상호 새정치연합 의원은 "통신대기업의 과점 형태가 통신비 인하를 막는 요인"이라며 "기본요금 폐지 때도 같은 논리로 대기업을 보호하다가 폐지했다. 이렇게 계속 기업 편에 서서 국민에게 부담을 주는 이유를 모르겠다"고 비판했다.

향후 통신 관련 법안들의 향방 또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의 '인가권'을 쥐고 있는 미래창조부가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통신비 관련 법안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미방위 여당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문제로 통신시장 구도가 어그러지고 정부의 알뜰폰 및 제4이동통신 정책도 무력화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정부가 어떤 통신정책을 펼칠 것이냐에 따라 요금인가제 폐지가 맞느냐, 이미 발의된 가계통신비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실효성 있느냐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SKT-CJ헬로비전 합병에 '요금인가제 폐지법안' 제동

정의당, 참여연대,통신공공성포럼, 민생희망본부, KT새노조, 소비자유니온은 지난 7월 15일 서울 광화문  KT건물앞에서 휴대폰 기본요금 1만 1천원 폐지, 통신요금인가폐지 저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정의당, 참여연대,통신공공성포럼, 민생희망본부, KT새노조, 소비자유니온은 지난 7월 15일 서울 광화문 KT건물앞에서 휴대폰 기본요금 1만 1천원 폐지, 통신요금인가폐지 저지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뉴스1↑
통신시장 마지막 규제로 여겨지는 '통신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이 19대 마지막 정기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는 앞선 정기국회 법안심사에서 'SKT-CJ헬로비전 인수 합병'에 대한 정부 정책을 고려해야 한다는 이유로 해당 법안 논의를 미뤘다. SKT의 CJ헬로비전 인수로 SKT의 시장지배력이 더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 속에서 '최후의 족쇄'를 풀어야 될지 논의는 임시국회로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은 기존 기간통신사업자의 서비스별 요금 등에 관한 이용약관을 미래부 장관이 '인가제'로 운영하던 것을 '신고제'로 전환하는 내용이다. 법안 제안이유에는 "전기통신사업의 효율적인 경쟁체제의 구축과 공정한 경쟁환경 조성을 위해 경쟁상황평가의 절차 및 기준을 정비하는 등 현행 제도의 미비점을 개선·보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됐다.

시장지배적 사업자인 SK텔레콤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으로 여겨졌던 해당 법안은 CJ헬로비전 인수합병이라는 호재로 인해 오히려 제동이 걸렸다.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을 인수할 경우, SK텔레콤이 이동통신가입자의 51%를 차지하게돼 '이미 경쟁체제가 구축됐다'고 본 정부의 요금인가제 폐지 '전제조건'이 깨진다는 이유에서다.

미래부에서는 "인가제 폐지가 요금인하로 이어질지는 불투명하다"하다면서도 규제 철폐 흐름에 맞게 마지막 족쇄인 인가제를 폐지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국회에서는 신중론이 힘을 얻었다. 미방위 다수 위원들은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으로 향후 통신시장 영향력이 방송으로까지 전이될 수 있는 상황에서 무조건 규제를 풀 수는 없다는 '우려'를 보였다.

또 통신요금 기본료 폐지법안이나 단통법 개정안을 하나도 수용하지 않는 정부가 요금인가제 폐지법안 통과에만 공을 들이고 있다는 '괘씸죄'도 일부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통상적인 여야의 '법안 주고받기'가 성립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요금인가제 폐지법안이 제동이 걸리자 당시 한 데 묶어 논의됐던 분리공시제·완전자급제 등 단통법 개정안 논의도 심화되지 못했다. 사실상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합병과는 무관한 법안까지 발이 묶인 것이다.

향후 통신 관련 법안들의 향방 또한 SK텔레콤-CJ헬로비전 인수 과정과 밀접한 연관을 맺을 것으로 보인다. 인수합병의 '인가권'을 쥐고 있는 미래창조부가 어떠한 '조건'을 제시하느냐에 따라 통신비 관련 법안 셈법이 달라질 수 있다.

미방위 여당 관계자는 "이번 인수합병 문제로 통신시장 구도가 어그러지고 정부의 알뜰폰 및 제4이동통신 정책도 무력화된 측면이 있다"며 "향후 정부가 어떤 통신정책을 펼칠 것이냐에 따라 요금인가제 폐지가 맞느냐, 이미 발의된 가계통신비 관련 법안들이 여전히 실효성 있느냐가 판가름 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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