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과유불급의 세상

머니투데이 최광임 시인·대학강사 2015.12.04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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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1> ‘등’ 송진권(시인)

편집자주 디카시란 디지털 시대, SNS 소통환경에서 누구나 창작하고 향유할 수 있는 새로운 詩놀이이다. 언어예술을 넘어 멀티언어예술로서 시의 언어 카테고리를 확장한 것이다. 자연이나 사물에서 시적 감흥(정서적 반응)을 일으키는 형상을 디지털카메라로 포착하고 그것이 전하는 메시지를 다시 문자로 재현하면 된다. 즉 ‘영상+문자(5행 이내)’가 반반씩 어우러질 때, 완성된 한 편의 디카시가 된다. 이러한 디카시는, 오늘날 시가 난해하다는 이유로 대중으로부터 멀어진 현대시와 독자 간 교량 역할을 함으로써 대중의 문화 향유 욕구를 충족시키에 충분하다.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과유불급의 세상


어릴 적 마을에 전기가 들어오고 마을 입구에 있는 우리 논에 전봇대가 세워졌다. 밤이면 깜깜하던 마을의 길들이 훤해졌고 사람들은 마냥 좋아했다. 몇 해쯤 지나 알게 되었다. 밤낮없이 훤한 곳에서는 생명이 자라지 않는다는 것을. 몇 마지기 되지 않는 논에 모내기를 했으나 어느 해부턴가 그나마 수확이 줄고 있었기 때문이다. 가로등 불빛 그늘 아래의 모들은 더디 자랐다. 벼들은 작달막한 키에 나락은 몇 알 달리지 않았고 쭉정이만 남아 있었다.

넘쳐나서 잘 못된 세상이다. 산 것들이 제대로 살지 못하는 세상이라면 저 등인들 무슨 소용이겠는가.



[최광임 시인이 읽어주는 디카시]- 과유불급의 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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