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3㎡당 4000만원…강남권 재건축의 분양가 '눈치보기'

머니투데이 김사무엘 기자 2015.12.06 06: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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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분양가 논란속 일부 청약미달·미분양…집값 하락 우려에 분양가 책정 '고심'

@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머니투데이 김지영 디자이너


3.3㎡당 평균 4000만원 안팎의 초고분양가가 예상되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들이 분양가 책정을 위한 눈치보기에 나섰다.

앞서 선보인 강남권 재건축 단지 가운데 일부 미분양이 발생하면서 비싼 분양가가 원인이었던 게 아니냐란 지적 때문이다. 2017년 이후 공급과잉에 따른 집값 하락 우려가 고개를 들면서 조합에서도 적정 분양가를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3.3㎡당 평균 4257만원으로 역대 최고 일반분양가를 기록한 서초구 반포동 ‘반포래미안아이파크’(서초한양 재건축)는 지난달 25일 진행한 특별공급에서 77가구 모집에 17가구 만이 청약, 대거 미달됐다.



특별공급 미달 물량은 다음날 일반공급분으로 넘어가 1순위에서 평균 경쟁률 12.3대 1로 마감됐다. 이는 올해 서울 강남권에서 분양한 단지 가운데 가장 낮은 청약경쟁률이다.

서초한양아파트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특별공급은 신혼부부나 다자녀가구 등 자격조건이 까다롭고 비싼 아파트에 청약할 만큼 경제적 여유가 넉넉한 경우가 많지 않아 청약 미달이 발생했다”고 설명했다.



지난 10월 분양에 나선 서초구 반포동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은 3.3㎡당 평균 4094만원으로 올해 서울에서 공급된 단지 가운데 두 번째로 비쌌다. 초고분양가 논란속에서도 평균 21대 1의 높은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당첨자를 대상으로 한 정당계약기간 동안에 계약을 마치지 못했다.

반포센트럴푸르지오써밋 분양 관계자는 “분양시장이 좋다보니 웃돈에 대한 기대감으로 자격을 따져 보지도 않고 묻지마 청약을 하는 사례가 있어 부적격 당첨자를 거르다 보니 미분양이 나왔다”며 “일부 당첨자는 막상 계약하려니 수천만원에 달하는 계약금(분양가의 10%)이 부담돼 계약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었다”고 말했다.

이처럼 잇단 재건축 단지들의 청약 미달과 미계약 발생으로 분양을 앞둔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고민에 빠졌다. 일반분양가를 높이면 조합원의 재건축 이익을 극대화할 수 있지만 분양이 잘 안돼 자칫 미분양 상황이 입주때까지 이어지면 그에 따른 추가분담금이 고스란히 조합원들에게 전가되기 때문이다.


서초구 잠원동 반포한양아파트를 재건축하는 ‘신반포자이’는 이달 중 일반분양에 나설 계획이다. 일반분양가는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잠원동 H공인중개소 관계자는 “신반포자이가 반포래미안아이파크보다 교통여건이 좋아 분양가가 더 높을 것으로 보는 의견이 있다”며 “반포래미안아이파크 계약 결과를 보고 분양가가 결정될 것 같다”고 내다봤다.

내년 상반기 일반분양을 계획하고 있는 ‘아크로리버뷰’(신반포5차 재건축) 역시 분양가 책정을 두고 고민하는 분위기다. 1대1 재건축으로 진행되는 아크로리버뷰는 한강 조망 프리미엄이 있지만 일반분양 물량이 적고 대부분 3~4층에 몰려있어 상대적으로 이점이 적다고 주변 공인중개소들은 설명했다.

신반포5차 재건축조합 관계자는 “지난 1월 관리처분총회에서 일반분양가를 3.3㎡당 3600만원으로 잠정 결정했다”며 “일반분양은 한강이 보이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 분양가 책정에 고민이 많다”고 털어놨다.

집값 하락 우려로 고분양가에 대한 부담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박원갑 KB국민은행 부동산전문위원은 “과잉공급, 정부의 가계부채 대책, 금리 인상 등 부동산 시장 변수에 고분양가에 대한 거부감이 더해져 일부 분양 성적이 저조했던 것으로 보인다”며 “현재 시장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반영된 결과”라고 설명했다.

안명숙 우리은행 고객자문센터장은 “과거 경험했던 부동산경기 침체와 집값 하락의 악몽이 떠오르면서 투자심리가 위축된 것”이라며 “시장에선 내년 집값이 하향 조정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라고 말했다.

강남권 미분양은 일시적인 것으로, 나중엔 웃돈까지 형성될 가능성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반포동 신반포1차를 재건축한 아크로리버파크는 지난해 10월 3.3㎡당 평균 분양가(4130만원)가 최초로 4000만원을 넘었다.

당시에도 초고분양가 논란이 있었지만 현재는 약 2억원의 웃돈이 붙어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홈페이지에 따르면 14억2000만원에 분양된 84㎡(이하 전용면적) 분양권은 지난달 16억1900만원에 손바뀜이 있었다.

김규정 NH투자증권 부동산 연구위원은 “그들만의 수요시장이 형성돼있는 강남권은 부동산시장에 변화가 와도 타격이 적다”며 “공급이 많더라도 서울에선 당분간 공급 물량보다 멸실 물량이 많기 때문에 강남권 분양시장이 쉽게 흔들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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