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14일 오후 서울 중구 시청 세종대로에서 열린 민중총궐기대회에서 참가자들이 차벽을 무너뜨리려 하자 경찰이 물대포를 쏘고 있다. / 사진 = 머니투데이DB
경찰이 오는 5일 예정된 2차 '민중총궐기 대회' 집회·시위 대응책으로 '차벽 앞 경찰력 배치'와 '불법·폭력 시위대에 대한 과감한 검거 작전'을 내세우면서 직접 시위 현장에 투입될 경비대 소속 의경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이전보다 공세적인 진압 작전이 예상되는 만큼, 대규모 집회·시위 현장에 이른바 '인간방패'로 투입돼 더 크게 다칠 수 있다는 우려다.
반면 민주노총과 전국농민회총연맹을 비롯한 1차 민중총궐기 집회 참가단체들은 경찰의 집회 금지 통고와 검거 위주의 작전 전개 등 공세적 변화에도 예정대로 2차 민중총궐기 집회를 강행하겠다는 입장이다. 시위대 규모만 해도 1차 대회 못지 않은 수만명으로 예상된다. 집회·시위 최일선에서 그간의 저지선이었던 '차벽'마저 등져야 할 의경들의 불안감이 커지는 대목이다.
물리적 폭력 외에 집회·시위 현장에서 오가는 '언어폭력'에 따른 충격이나 스트레스가 더 커질 수 있다는 것도 의경들이 걱정하는 대목이다. 다수 의경들은 시위대로부터 쏟아지는 거친 욕설이나 인격모독은 집회·시위가 마무리 되더라도 오랫동안 기억에 남는다고 입을 모았다.
의경 송모씨(24)는 "현장에서 시위대로부터 욕을 들을때마다 '내가 왜 여기서 이러고 있나'라는 생각이 드는 등 정체성에 혼란이 온다"며 "실제 폭력을 행사하는 사람은 일부지만, 욕을 하는 사람은 상당히 많다. 정신적으로 상당히 괴롭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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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의경 부모들…"군 복무 이유로 인간방패로 쓰는 것"
집회·시위 현장에 투입된 의경들의 부모들도 걱정이 앞서기는 마찬가지다. 부모들은 "군 복무를 한다는 이유로 의경들을 인간방패로 쓰는 것과 다름없다"며 "부상을 당할 가능성이 이전보다 더 커졌다"며 한 목소리로 걱정했다.
강정숙 전·의경 부모모임 대표는 "의경들을 인간방패로 쓰는 것 같아서 모임 회원들이 모두 화가 났다"며 "지금까지는 그래도 '방어선'인 차벽이라도 있어서 아이들이 조금이나마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는 이마저도 사라진 것 아닌가"라고 지적했다.
이어 "고도의 훈련을 받았다고 해도 의경들이 굉장히 불안해 하고 있다"며 "불법·폭력 시위대에 대한 처벌도 보다 더 강력해져야 하고, 의경들이 보다 안전하게 작전을 수행할 수 있는 조건도 마련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부모들은 경찰력을 투입, 초기에 불법·폭력시위를 막아야 한다면서도 경찰의 강경대응으로 오히려 불똥이 튀지 않을지 노심초사하고 있다. 한 의경의 어머니는 "부모들에게 권한은 없지만, 시위대를 건드려서 오히려 충돌을 일으킬 수도 있을 것 같아 걱정이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