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급 정확하게 평가하니 매출이 주네..신평사 딜레마

머니투데이 김성은 기자 2015.12.01 0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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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등급 선제조정 후 해당 기업으로부터 평정업무 제외 비일비재…투자자에도 신평사 선택 권한 줘야"

/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그래픽=김지영 디자이너


STX와 동양 사태를 거치며 채권에 대한 신용등급 평가가 선제적으로 이뤄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하지만 신용평가사는 회사채 발행기업의 눈치를 봐야 하는 처지라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3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아시아나항공은 지난 27일 1000억원 규모의 2년 만기 회사채를 발행하면서 한국신용평가(한신평)와 나이스신용평가(나이스신평) 두 곳에서 신용평가를 받았다. 현행 금융투자협회 규정에 따르면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2곳 이상의 신평사에서 평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국내 신평사는 한신평과 나이스신평에 한국기업평가(한기평)까지 세 곳이다.



흥미로운 점은 아시아나항공이 지난해 10월부터 이번 회사채 발행 직전인 올해 7월까지 총 3차례 회사채를 발행할 때는 줄곧 한기평을 등급평정 회사로 선정해왔다는 점이다.

그러다 이번에 돌연 신평사를 바꾼데 대해 업계에서는 한기평이 올해 8월에 아시아나항공 회사채 신용등급을 신평사 3곳 가운데 가장 먼저 BBB+에서 BBB로 내린 점이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3번 연속 신평사로 선정해줬는데 가장 앞장서 신용등급을 내리니 상당히 서운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나이스신평은 지난 10월에 한기평에 이어 아시아나항공의 신용등급을 낮췄고 한신평은 아직 기존 등급(BBB+)을 유지하고 있디.

한 IB업계 관계자는 "회사채를 발행할 때 신평사를 정하는 것은 전적으로 발행사의 권한"이라며 "기업 입장에서는 조달비용을 낮추는 것이 관건인데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되면 발행 금리가 높아져 비용이 늘어나니 선제적으로 등급을 낮춘 신평사가 편할 리가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아시아나항공의 사례가 신평사가 여전히 발행사의 눈치보기에서 자유로워지기 힘든 예라고 지적했다. 신평사가 발행사의 눈밖에 나 평정기관에서 제외되는 탓에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에 타격을 입는 일이 비일비재하다는 설명이다.


일례로 지난 2009년 한기평은 대한해운 신용등급에 대해 A-로 평정하면서 등급전망을 가장 먼저 '부정적'으로 제시했다. 이후 대한해운은 한기평에 평정업무를 의뢰하지 않아 구설수에 오르기도 했다. 대한해운은 결국 2011년 초 법원에 회생절차개시를 신청했다. 아울러 한기평은 대한항공에 대해 2012년 9월 등급전망을 '긍정적'에서 '안정적'으로 내린 이후 상당기간 대한항공으로부터 회사채 관련 업무를 맡지 못했다는 후문이다.

한기평의 시장점유율은 2008년 업계 1위(34.6%)에서 지난해 3위(32.7%)로 내려왔다. 한 신평사 관계자는 "좀더 객관적인 신용평가 업무를 할 수 있으려면 발행사 뿐만 아니라 해당 회사채에 투자할 기관투자자들에게도 신평사를 지정할 수 있는 권한을 주는 것이 필요해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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