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 투자자들, 영국 프리미어리그에 푹 빠진 이유는?

머니투데이 주명호 기자 2015.11.26 1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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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파른 매출 성장세·손쉬운 비용 조절에 안전투자처로 인식

사진은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사진은 프리미어리그 공식 홈페이지.


미국 시카고에 위치한 사모펀드사 피크6(PEAK6)는 이달 초 영국 프리미어리그 소속 구단 AFC본머스의 지분 25%를 인수했다. 본머스는 작년 영국 2부리그인 챔피언십리그에서 우승하며 승격에 성공, 창단이래 처음으로 프리미어리그에 들었다.

역시 미국계 사모펀드사인 아폴로의 조시 해리스 공동창업자와 블랙스톤의 데이빗 블리처 이사는 최근 이청용이 뛰고 있는 프미리어리그 소속 구단 크리스탈팰리스FC의 지분 인수 계약을 마무리했다. 해리스와 블리처는 각각 18%씩 크리스탈팰리스 지분을 소유하게 된다.



이전까지 영국 프리미어리그는 전 세계 억만장자들의 투자처로 알려졌다. 첼시 구단주인 러시아 석유재벌 로만 아브라모비치와 맨체스터시티 구단주인 셰이크 만수르 아랍에미리트(UAE) 왕자가 대표적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서 이 같은 추세가 변화를 맞고 있다. 사모펀드 등 전문 투자자들이 프리미어리그에 높은 관심을 보이면서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프리미그리그 구단들의 가파른 매출 성장세와 손쉬운 비용 조절 때문이라고 진단한다. 높지만 안정된 수익성이 보장된다는 것이다. 일종의 안전투자처로 인식되고 있다는 의미다.



프리미어리그 주요 구단인 맨체스터유나이티드, 맨체스터시티, 첼시, 아스날, 리버풀의 작년 기준 매출은 전년대비 최소 19% 이상씩 증가했다. 맨체스터유나이티드의 경우 매출은 4억파운드(약 6930억원)를 웃돌았다.

리그 구단 전반적으로도 수익성이 좋다. 시장조사업체 딜로이트에 따르면 작년 프리미어리그의 영업이익은 6억1400만파운드(약 1조637억원)로 이전 사상 최고 수준이었던 2012년도 독일 분데스리가 영업이익의 3배에 육박한다.

프리미어리그 구단들은 막대한 TV중계 수수료를 보장 받는다. 지난 2월 체결된 계약에 따르면 올해 프리미어리그 중계수수료는 올해 부터 3년 간 51억파운드(약 8조8359억원)로 이전 30억파운드(약 5조1975억원)에서 약 70%가 뛰었다. 하위리그로 강등만 당하지 않으면 연간 최소 1억파운드(약 1732억원)의 수입을 보장 받게 된다. 리그 및 대회 우승시 받는 상금과 기업들의 스폰서십도 구단들의 수익 급증에 한몫한다.


실제로 크리스탈팰리스의 경우 중계권료, 대회 우승상금, 기업 스폰서십 덕분에 2013년 프리미어리그 입성 첫해 매출이 전년대비 500% 이상 증가했다. 선수 연봉 지출이 두 배 이상 올랐음에도 별다른 재정 문제가 없는 이유다. 본머스 역시 올해 이 같은 매출 증가세가 예상된다.

여기에 지난 2011년 도입된 재정적페어플레이(FFP) 규정으로 구단들은 비정상적인 선수 이적료 등 무리한 지출을 할 수 없게끔 수익에 따라 지출 규모가 제한된 점도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일조하고 있다. FFP 규정을 어길 경우 해당 구단은 벌금 등 제재를 받는다. 딜로이트의 댄 존스 스포츠부문 대표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히려 돈을 벌지 못하는 게 더 어렵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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