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S서거]구속 악연 전두환·노태우도 마지막길엔 애도(상보)

머니투데이 김태은 최경민 기자 2015.11.25 17: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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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전두환, 빈소 전격 방문…노태우, 장남 보내 "정중히 조문"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15.11.25/뉴스1  전두환 전 대통령이 2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서 고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문한 뒤 차량으로 향하고 있다. 2015.11.25/뉴스1


35년에 걸친 악연도 고인의 마지막 길에서는 원망 아닌 '애도'로 남았다. 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은 전직 대통령인 자신들을 법정에 세우고 평생 화해를 거부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의 빈소를 찾아 조의를 표했다.

전 전 대통령은 25일 오후 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에 마련된 김 전 대통령의 빈소를 전격적으로 찾았다. 그는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지난 22일 보도자료를 내고 한차례 애도 메시지를 발표한 바 있다. 영결식을 하루 앞두고 전 전 대통령이 직접 조문을 올 것인지 관심이 쏠렸다.



전 전 대통령은 장례식장에 도착하자마자 방명록에 "고인의 명복을 기원합니다"란 글을 남기고 곧장 빈소로 들어갔다. 분향한 후 내빈실에서 김 전 대통령의 차남 김현철씨 등과 환담을 나눴다. 주로 건강에 관련된 주제로 대화를 주도하며 중간중간 김현철씨의 팔을 쓰다듬으며 위로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씨의 나이를 물은 후 장남인 전재국씨와 같은 57세라는 답을 듣자 "나는 내 나이만 많은 줄 알았는데 애들도 나이가 많다"며 "고생많이 했다. 애 많이 썼다. 연세가 많으면 다 가게 돼 있다"고 말했다.



김씨가 전 전 대통령의 건강을 묻자 "난 원래 술 담배를 안 한다"며 군생활 당시 건강관리법을 소개했다. "요즘도 산에 가시느냐"는 질문에는 "요즘은 못 간다"고 답했다. 전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에 대한 이야기는 언급하지 않았다.

조문 후 김 전 대통령과 정적 관계에서 얽힌 악연에 대해 기자들의 질문이 쏟아졌으나 "수고하십니다"라고만 하고 자리를 떴다.

김 전 대통령과 1980년 5·17 조치로 상도동 자택에 가택 연금을 당하는 등 신군부의 정치탄압에 맞서 1983년 23일간 목숨을 건 단식투쟁을 감행하며 전두환 정권과 싸웠다. 대통령 취임 후엔 전 전 대통령과 노태우 전 대통령을 군사반란 주도와 수뢰 혐의로 구속시켰다.
노 전 대통령 역시 이날 장남 노재헌씨를 통해 김영삼 전 대통령 서거에 대한 조의를 표했다. 노 전 대통령은 김 전 대통령이 서거한 당일인 22일 조화를 보내 "건강상의 이유로 직접 조문하지 못해 안타깝다"고 애도의 뜻을 표한 바 있다.


노재헌씨는 "(노 전 대통령이) 지금 거동하기 힘들기 때문에 가서 정중하게 조의를 표하라고 전하셨다"며 조문 배경을 밝혔다.

노 전 대통령은 올해 83세로 10년 넘게 연희동 자택에서 투병 중이다. 지난 2002년 전립선암 수술 이후 입원과 퇴원을 반복하면서 외부 활동을 하기 힘든 상태로 알려졌다.

김 전 대통령과 노 전 대통령은 1990년 3당합당으로 한때 정치적 동지가 됐지만 이후 차기 대선 후보 결정과 관련해 사이가 틀어졌으며 김 전 대통령이 대통령이 되고 난 후에는 '역사 바로세우기'와 비자금 수사 등으로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을 구속하는 등 악연으로 이어졌다. 노 전 대통령은 비자금 수사로 3000억원에 가까운 추징금을 선고받았고 지난 2013년 말 이를 완납했다.

이후 노 전 대통령이 자신의 회고록에서 김 전 대통령에게 3000억원 규모의 비자금을 전달했다고 폭로해 두 사람은 화해의 기회를 잃은 것으로 보였다.

노 전 대통령이 문민정부에서 고초를 겪은 것에 대해 언급한 것이 없느냐는 질문에 노씨는 "그런 말씀은 딱히 없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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