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행정법원 행정4부(부장판사 김국현)는 국정원 직원 이모씨가 "정직 처분을 취소하라"며 국정원장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고 25일 밝혔다.
이씨는 일본에서 직무연수를 하던 2008년 내연녀를 불러 동거하며 직무상 얻은 비밀을 누설한 것으로 드러나 징계위원회에 넘겨졌다.
이씨는 해임조치가 위법하다며 소송을 냈고, 법원은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국가공무원법에 따르면 기관장은 징계가 가벼우면 상급기관 징계위에 재심사를 청구할 수 있지만, 국정원의 상급기관인 대통령 직속 징계위는 존재하지 않아 재심사 청구 자체가 위법이기 때문이다.
2차례 법원 판결로 징계가 취소됐지만 국정원은 지난해 4월 다시 징계위를 열어 이씨에게 정직 2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에는 기존에 문제삼았던 부분 대신 이씨가 또다른 지인에게 직무와 관련한 내용을 누설한 점, 이씨의 내연녀가 "이씨를 혼인빙자간음죄로 처벌해달라"며 민원을 제기한 점을 징계 이유로 삼았다.
그러나 이씨가 이에 불복해 제기한 소송에서 재판부는 다시 이씨의 손을 들어줬다. 앞선 2차례의 소송과 마찬가지로 징계의 절차가 위법하다는 판단이 중요한 이유가 됐다. 국정원직원법 시행령은 징계 대상자가 유리한 증인을 징계위에서 직접 심문할 수 있도록 규정하는데, 국정원 징계위가 이를 무시했다고 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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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는 "이씨는 자신의 비위에 대한 증인을 신청했는데 국정원 징계위는 이씨가 없는 상태에서 심문을 진행하고 증언 내용도 이씨에게 공개하지 않았다"며 "이같은 징계 절차는 심문권을 박탈한 하자가 있다"고 판단했다.
아울러 "이씨는 비슷한 징계사유로 이번 소송을 포함해 6년에 걸쳐 3차례 소청심사와 5번의 재판을 겪고 있다"며 "이 과정에서 해임과 복직을 거듭하며 사실상 직무에 종사하지 못한 채 상당한 고통을 겪었을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