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중앙순시조가 '금융방'을 바꿀 수 있을까

머니투데이 베이징(중국)=원종태 특파원 2015.11.25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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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중앙순시조가 '금융방'을 바꿀 수 있을까


중국이라는 대륙을 통치하는 일은 간단치 않아 보인다. 인구 14억명, 한국 영토의 100배에 달한다는 숫자가 일단 벅차다. 여기에 한족 외 50개가 넘는 소수민족들이 31개 성·시·자치구에 나뉘어 다른 음식과 다른 문화를 유지하며 살고 있는 것을 감안하면 신기할 따름이다.

사실 중국에 살면서 이 '중국'이라는 큰 배가 깜박하면 산으로 갈 수 있겠다 싶은 장면이 한 두 번이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은 어느새 사태를 수습하고, 다시 나아갔다. 여기에는 '의법치국(법에 따른 국가통치)'과 '반부패'라는 강력한 통치이념이 한 몫 했다고 본다.



특히 부패 권력의 '저승사자'로 불리는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활약이 단연 눈에 띈다. 기율위가 순시에 나서는 순간 서슬 퍼런 부패 권력은 꼬리를 내려야 했다. 보시라이 전 충칭시 당서기와 저우융캉 전 정치국 상무위원, 링지화 전 통일전선공작부장, 쉬차이허 전 중앙군사위 부주석은 물론 최근 쑤수린 푸젠성장에 이르기까지 기율위는 한계가 없어 보인다. 물론 정적 숙청 관점으로도 볼 수 있지만 그러기에는 기율위의 조사 대상이 너무 방대하다.

하지만 '뛰는 호랑이를 잡는다'는 기율위의 순시가 실제 그렇게 폼만 나는 것은 아니다. 지난 21일 중국 출구신용보험공사 당 위원회 정문 앞. 수 십명의 공사 직원들이 기율위 중앙순시조를 애워싼 채 건물 진입을 막아섰다. 지난해 4월 중앙순시조가 정저우시의 게스트하우스에 묵으며 순시 활동을 벌일 때도 지방 공무원 100여명이 게스트하우스 출구를 봉쇄했다. 이 공무원들은 중앙순시조 보호 명목으로 출구를 지키고 섰지만 실제로는 자신들이나 상관들의 비리를 고발하는 제보자 출입을 막은 것이다. 뿐만 아니라 중앙순시조 관계자들은 핸드폰 도청이나 회의 감청에 노출되기 일쑤고, 협박 문자나 편지에 시달릴 때도 부지기수라고 한다.



하지만 기율위는 게의치 않고 자체 홈페이지에 '순시업무' 코너를 따로 만들고, 순시 일정과 담당 순시조의 조장 및 부조장 명단, 이메일, 심지어 업무용 핸드폰 번호까지 공개한다. 내년 1월30일까지 진행하는 간쑤성 13개 시 4개 순시조 명단도 누구나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올 들어 이렇게 중앙순시조가 일정을 알린 뒤 순시에 나서 처리한 사건만 2만7328건으로 당에 처벌을 의뢰한 인원만 2만3951명에 달한다. 이런 통계도 기율위는 여과 없이 홈페이지에 내놓는다.

이렇다보니 중앙순시조 활약은 늘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다. 출구신용보험공사 순시조 진입 저지 사건이 발생하자 수 만명의 네티즌들이 "순시조를 무장시켜야 한다'며 한 마디씩 거들었다.


요즘 중앙순시조가 주목받는 이유는 또 있다. 연말까지 일명 '1행3회(인민은행, 은행감독관리위원회 증권감독관리위원회, 보험감독관리위원회)'로 불리는 중국 금융권력을 정조준하고 있어서다. 전문가들은 미흡한 자본시장 관리와 그에 따른 증시 폭락이 이번 조사를 더욱 강도높게 이끌 것으로 본다. 이미 증감위 장위쥔 전 주석 조리(차관급)는 해임됐고, 증감위 2인자인 야오강 부주석도 조사를 받고 있다.

사실 중앙순시조를 진두지휘하는 기율위 왕치산 서기도 인민은행 부행장과 건설은행장을 거친 금융 경제통이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중국 금융개혁의 기초를 만든 것도 그였다.

이번 순시를 통해 기율위가 중국 금융시장의 어떤 부패를 도려낼지 지켜볼 일이다. 부패 권력의 상징이었던 석유방과 철도방에 이어 금융방 개혁의 신호탄이 이어질 지 주목된다. IMF 특별인출권(SDR) 가입이나 금리 자유화, 증시 안정보다 더 중요한 것은 결국 그 안에 몸 담고 있는 사람들의 개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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