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0인터뷰]'TK물갈이 주도說' 김재원, "인위적 물갈이 불가능"

머니투데이 김태은 기자 2015.11.25 06: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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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권력 획득 후에도 유지·확대·강화하려고만 하면 안돼"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300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유진수 작가↑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이 국회 의원회관에서 더300과 인터뷰 하고 있다./사진=유진수 작가


김재원 새누리당 의원에 대한 당내 시각은 '친박(친 박근혜) 핵심' 그 이상이다. 누구보다 청와대의 의도를 잘 읽기도 하지만 자신의 논리와 판단에 따라 한 수 더 내다보는 행보를 하는 전략가로 통한다.

'진박(진짜 박근혜) 물갈이설'이 불거지고 '친박 골품'까지 회자되면서 김재원 의원은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윤상현 새누리당 의원과 함께 '친박 성골'로 분류되기도 했다.



첫 질문으로 "'친박 성골'로 분류된다"고 운을 띄우자 김 의원은 주저없이 "그렇다 치고"라며 질문을 넘겼다. 민감한 질문을 피해가는 임기응변이겠으나 동시에 답할 필요없이 명백한 사실이란 자신감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최근 새누리당 내에서 초미의 관심사로 떠오른 'TK(대구·경북) 물갈이' 시나리오에 대해 김 의원은 다른 친박들과는 다른 대답을 내놨다.



김 의원은 "(제가) 공천 희생된 경험이 있는 사람이고 인위적인 물갈이에 반대한다"고 잘라 말했다. 그는 18대 총선 당시 당내 공천에서 탈락, 4년 간 절치부심의 시간을 보낸 바 있다.

나아가 "청와대도 전략공천을 원하지 않는다. 어느 누구도 청와대 완장을 차고 공천을 차지하기 쉽지 않다"며 "결국 경선을 해야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면서 "나는 내 공천이 걱정이다"며 눙치는 것도 잊지 않았다. 김 의원의 지역구는 경북 군위·의성·청송으로 역시 TK 지역이다.

당내 일각에서는 김 의원이 'TK 물갈이'의 판을 짜는 것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친박 핵심에 전략가 이미지가 어우러진 탓이다. 이에 대해서도 "나설 생각도 없고 나설 이유도 없고 나설만한 위치에 있지 않다"고 단호히 고개를 저었다.


그는 "정치인은 국민들과 공감하는 능력이 가장 중요하다"며 "국민의 공감을 얻지 못하면 전략은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또한 "오해를 받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 그 이후에 진면목을 보여주면 되는 것"이라면서 "전략도 '의'를 기반한 전략이어야 한다. 이해관계 속에서 정말 내가 지켜야할 것은 '의'라는 마음으로 정치 일선에 서고 싶고 그렇게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고 강조, 또 강조했다.

김 의원은 정치의 기본 원칙을 '견리사의(見利思義)'에 두고 있다. 공자가 군자의 덕목으로 꼽은 것이다.
다른 '친박성골'의 '의(義)' 역시 김 의원과 같은 걸까. 유승민 새누리당 전 원내대표 상가에서 윤상현 의원이 '대구 물갈이' 발언을 내놓은 데 대한 의견을 물었다. 김 의원은 "맞는 이야기라도 시간과 장소에 따라 다를 수 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과했다고 하잖느냐"며 조심스럽게 답했다.

그러나 "아마 이렇게 기사화되고 논란이 될 줄 모르고 편하게 이야기한 것일 것"이라며 "(이원집정부제 개헌 논란을 일으킨) 홍문종 의원도 조금 풀어진 상태에서 (편하게) 말을 꺼낸 것 같다"고 논란거리를 피해갔다.

이른바 '반기문 대통령-친박 총리' 시나리오가 친박계 인사들 입에서 나와 논란이 일파만파가 일어나자 김 의원은 어느 비박 의원보다 적극적으로 반박하고 그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김 의원은 이원집정부제의 문제점에 대해 "대통령과 총리가 극악무도하게 싸울 수밖에 없고 그것을 해결할 길이 아무 것도 없다"면서 "(이원집정부제를) 하고 있는 나라는 몽골 정도로 이원집정부제나 분권형 개헌 이런 이야기는 안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분권형 대통령제라고 말하든 이원집정부제라고 말하든 결국 정권 연장의 한 수단으로 국민들이 바라보기 시작했다"면서 "개헌 논의는 절대로 성공할 수 없다"고도 했다.

'반기문 대망론'에 대해서도 "(반 총장이) 실제 국내 정치에 뛰어들 지, 또한 끝까지 할 만큼 의지가 있는지 미지수"라며 부정적인 입장을 보였다.

친박 핵심 전략가의 이 같은 부인에도 내년 총선 이후 박 대통령을 중심으로 권력구도 개편 가능성이 끊임없이 제기되고 있다. 김 의원 역시 3선 국회의원으로 올라서게 되면 당 지도부의 핵심 포스트 물망에 오를 가능성이 크다. 향후 여권 내부나 정치권에서 벌어질 권력투쟁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김 의원은 "현대 사회에서 정치는 갈등을 조정하고 공동체 의사결정 과정을 이끄는 역할을 해야 한다"며 "주위에 늘 분란이 일어나고 갈등이 조장되는 사람은 좋은 지도자가 아니다"고 지도자관을 밝혔다.

그는 "많은 경우 분란이 일어나는 것은 '의' 때문이 아니라 '이(利)' 때문이다"며 "내 이해관계를 챙기려고 하면 분란이 생기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것이 '견리사의'"라며 "문제를 해결하고 그 문제에 관련된 사람들이 다 수긍하고 만족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좋은 지도자"라고 강조했다.

권력투쟁에 대해서도 "보통의 정치인들은 권력투쟁에 평생을 보내면서 권력획득 자체가 목적이 돼서 그 다음에 대해서는 생각할 겨를도 없고 준비도 안돼 있다"고 꼬집었다.

그는 "진시황은 본래 영민한 개혁가로 중국 역사의 엄청난 부흥을 가져온 것은 분명하다"며 "그러나 권력을 사후세계까지 유지하기 위해 묘를 만들고 2세황제, 3세황제 등 자손대대로 권력이 이어지도록 하면서 권력을 수단으로 이루려던 이상국가는 온데간데 없어졌다"고 역사 속에서 교훈을 꺼냈다.

이어 "권력투쟁이 중요하지만 투쟁도 인간의 얼굴을 해야 한다"며 "나아가 권력을 획득하면 무엇을 할 것인지 성찰하지 않으면 추한 권력이 될 뿐"이라고 지적했다.

3선 국회의원을 향해 뛰는 그의 정치적 포부 또한 간단치 않다.

김 의원은 "새누리당이 꿈꾸는 나라가 무엇인지, 우리 당이 집권하면 어떤 국가를 만들 것인지 보여줘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사회가 워낙 급변하니까 지금까지의 비전은 너무 낡아버렸다"며 "국민들에게 희망을 줄 수 있도록 국가를 재설계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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