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T+CJ헬로비전'이 바꾼 판도...통신비 인하 법안 '원점'으로

머니투데이 황보람 기자 2015.12.08 0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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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런치리포트][법보다 앞선 통신시장 빅뱅①]

'SKT+CJ헬로비전'이 바꾼 판도...통신비 인하 법안 '원점'으로


SK텔레콤이 CJ헬로비전 인수 계획을 밝히면서 기존의 통신시장 경쟁구도에 지각변동이 예고됐다. 국회에 계류된 각종 가계 통신비 인하 관련 법안들은 새로운 판도 속에서 논의가 원점으로 되돌아갔다.
정부는 통신 시장 경쟁활성화와 가계통신비 인하라는 두 가지 관점에서 통신 정책을 추진해 왔지만, 이번 인수합병으로 정책방향 재수립에 머리를 싸매고 있다.

7일 통신업계와 국회에 따르면 국내 통신시장은 2000년대 초반 KT와 SK텔레콤, LG유플러스 등 통신3사로 정립되는 구도가 형성됐다. 이 과정에서 KT와 KTF합병, SK텔레콤의 하나로텔레콤 인수,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의 합병 등 유무선 통신간 결합이 활발하게 진행됐다. 이 시기 케이블TV 업계는 주요 케이블방송사를 중심으로 지역 SO들의 합병을 통해 MSO로 성장해 갔다.



이어 IPTV가 등장하면서 통신사업자의 방송시장 진출이 가시화됐고 케이블TV 진영에서도 통신시장 진출이 본격화된다. 알뜰폰 사업을 통해 케이블TV 업계도 이동통신 사업까지 영역을 확장한 것이다.

SK텔레콤은 통신사업자와 방송사업자가 서로의 시장에 진출하는 환경에서 통신업체와 유료방송사의 합병은 자연스럽다는 입장이다. 국내 이동통신과 유료방송 결합상품 가입자가 전체 유료방송 가입자의 15%를 넘겼고 KT 또한 위성방송 사업자인 스카이라이프를 보유하고 있다는 것. 이런 상황에서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을 막을 명분이 부족하다는 입장이다.



반대로 통신사가 방송과 통신의 '결합상품' 마련에 주력하는 추세를 감안하면 SK브로드밴드의 IPTV와 케이블방송이 SK텔레콤의 이동통신 서비스에 끼어팔기 상품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통신시장의 지배력이 방송시장으로 그대로 전이될 수 있다는 것이다.

통신 분야로 한정해 보면 SK텔레콤의 CJ헬로비전 인수는 '알뜰폰 시장의 재편성'이라고 볼 수 있다. 지난 6월 정부는 '이동통신시장 경쟁촉진 및 규제 합리화를 위한 통신정책 방안'을 발표하고 알뜰폰 경제력 제고 및 신규사업자 진입기반 조성 방안을 내놨다. 저가의 알뜰폰이 이동통신 3사를 자극해 요금인하에 기여할 것이란 전략이었다.

또 제4이동통신 도입을 통해 사업자 수를 늘림으로써 기존 3강체제에서 4강체제로 개편해 경쟁을 촉진하겠다는 방안도 추진됐다.


하지만 환경이 변했다. 기존 알뜰폰 1위 사업자인 CJ헬로비전을 2위 사업자(SK텔링크)인 SK텔레콤이 접수하면 전체 알뜰폰 가입자의 30.41%를 SK텔레콤이 확보하게 된다. 이동통신 시장 점유율도 51%로 올라간다. SK텔레콤의 영향력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알뜰폰이 더이상 시장의 '경쟁 촉매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는 회의론도 나오는 이유다. 제4이동통신 또한 내년 사업자 선정이 마무리 되더라도 시장에서 유의미한 성적을 거두기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에서 당장 가계통신비 인하로 이어지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SK텔레콤은 CJ헬로비전 인수에 알뜰폰은 큰 고려대상이 아니었다는 입장이다. 방송-통신 융합이라는 거시적인 관점으로 봐야할 문제이지 이통시장 점유율이라는 근시안적 관점에서 살펴볼 문제가 아니라는 것이다. 이에 따라 SK텔레콤이 알뜰폰 사업자를 포기하는 것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이에따라 정부가 내세울 '인가조건'은 결합상품이나 알뜰폰 사업의 경쟁활성화에 초점이 맞춰질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는 양사의 인수합병에 따른 시장지배력 확대 및 전이와 불공정 행위 가능성을 집중 검토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는 2000년 SK텔레콤-신세기통신 합병의 경우 1년 내 시장 점유율을 50% 이내로 낮추고 SK텔레텍 단말기 공급물량을 연간 120만대로 제한하는 등 가지 인가조건을 부과한 바 있다. 반면 KT와 KTF의 합병이나 SK텔레콤과 하나로텔레콤의 합병, LG텔레콤과 LG파워콤, LG데이콤의 합병 등에서는 특별한 인가조건을 제시하지는 않았다.

국회 미래창조과학방송통신위원회 관계자는 "SK텔레콤과 CJ헬로비전의 합병 자체는 소비자 입장에서는 좋은 것이라고 본다"면서도 "다만 유료방송시장이 통신시장에 너무 종속되는 구조는 바뀌어야 하는 만큼 결합상품에 대한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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