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롯데렌탈은 올 들어 3분기 누적 순이익이 88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5% 이상 줄었다. 이 기간 영업이익도 598억원으로 33% 줄었다. 연결회사를 제외한 롯데렌탈 자체의 별도 실적은 적자로 돌아섰다. 올 3분기 누적 순손실이 30억원을 넘는다.
지난 3분기 기준으로 롯데렌탈의 매출 구성을 보면 차량렌탈이 71.3%, 중고차 매각이 21.0%, 일반렌탈이 7.7%다. 매출 규모는 차량렌탈 부문이 좌우하지만 실제 이익의 대부분은 3년 이상 된 렌터카를 매각하면서 발생하는 중고차 매각 차익에서 나온다. 통상 3년이 되면 중고차 가치는 55% 감가상각되는데 렌탈회사들은 이를 50% 수준에 팔아 5%가량의 이윤을 남긴다.
시장에서는 고가 인수 논란이 다시 불거지는 분위기다. 롯데렌탈 인수가는 당초 6000억~8000억원으로 거론되다 입찰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롯데그룹이 1조200억원에 인수했다. 지난해 자산가치 기준으로 인수가가 PBR(주가순자산비율)의 3배 수준에 달했다. 렌탈업 속성을 누구보다 잘 아는 AJ렌터카가 인수를 검토하다 접은 것도 이런 사정과 무관치 않았다는 분석이다. SK그룹은 KT렌탈 인수시 시너지 효과가 가장 클 것으로 평가되면서 유력 인수 후보로 꼽혔으나 낙마한 뒤 오히려 시장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일각에서는 신 회장이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무리수를 뒀던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온다. 1조원대 베팅은 '화려함을 멀리하고 실리를 추구한다'는 롯데그룹의 경영철학에 비춰도 파격적인 행보였다는 평가다. 시장 관계자는 "오너의 의지 없이 예상을 뛰어넘는 가격을 제시할 수 있었겠느냐"며 "자칫 하이마트의 재판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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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그룹은 2012년 말 전자제품 유통업계 1위 기업인 하이마트를 1조2480억원에 인수했지만 이렇다 할 시너지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롯데하이마트는 지난해 매출이 3조7543억원으로 전년비 6.9% 늘었으나 영업이익은 1444억원으로 19.3% 감소했다. 영업이익률은 최근 4년 연속 하락세다.
시장에선 롯데렌탈의 다음달 초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 롯데렌탈의 실적 부진과 회사채시장의 냉각 분위기를 감안하면 자금 조달이 녹록치 않을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한편 롯데렌탈 관계자는 "중고차 시세하락 외에 M&A에 따른 브랜드 교체 비용 등이 반영되면서 실적이 줄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