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최대쟁점 '비정규직 2+2'…왜 4년인가?

머니투데이 이상배, 김세관 기자 2015.11.18 05: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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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300] 비정규직 4년 후 정규직 전환율 62% 달해…35세 이상 정규직 전환 9% 불과

그래픽= 김현정 디자이너그래픽= 김현정 디자이너


노동시장 선진화를 위한 17년만의 노동개혁이 '비정규직 2+2년' 논란에 가로 막혀 있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가 원할 경우 현행 2년에서 최대 2년을 더해 총 4년까지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정부·여당의 법안에 야당과 노동계가 반대 입장을 굽히지 않어서다.

그러나 '2+2년'이 모두가 만족할 수 있는 '최선책'은 못 되더라도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늘리고,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높일 수 있는 현실적 '차선책'은 될 수 있다는 견해가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서 설득력을 얻고 있다.



◇ 정규직 전환율, 2년후 16%→ 4년후 62%

17일 정치권에 따르면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20일 법안심사소위원회(법안소위)를 열고 이른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심사에 본격 착수한다. 이 가운데 야당이 가장 거세게 반대하는 법안은 '기간제 및 단시간 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기간제법) 개정안이다. 이인제 새누리당 최고위원이 여당 의원 158명과 공동 발의한 사실상의 정부안이다.

35세 이상 비정규직 근로자 본인이 신청할 경우 최대 2년 범위 내에서 근로계약을 연장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골자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현행 최대 2년에서 추가 2년을 더해 총 4년까지 비정규직의 근로계약 기간을 늘릴 수 있는 셈이다. 또 개정안은 회사가 비정규직과의 근로계약을 최대 2년 연장한 뒤 해고하는 사태를 막기 위해 정규직 전환을 거부할 경우 2년 간의 임금의 10%에 해당하는 '이직수당'(구직수당)을 지급토록 하는 내용도 담았다.



정부가 35세 이상 비정규직을 근로계약 연장의 대상으로 삼은 것은 이들의 정규직 전환율이 특히 저조하다는 문제의식에서다. 고용노동부가 2010∼2012년에 걸쳐 조사한 결과, 전체 기간제 근로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15.1%였던 반면 35세 이상은 9.2%에 불과했다. 35세 이상의 경우 해고될 경우 청년층에 비해 상대적으로 재취업이 상대적으로 어렵다는 점도 고려됐다.

비정규직의 2년 후 추가 근로계약 기간을 최대 2년으로 잡은 것은 총 4년 간 일한 경우 정규직 전환율이 크게 높았다는 조사 결과에 바탕을 뒀다.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2년4개월 간 근무한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은 16%에 그치지만 4년4개월 근무한 경우엔 62%에 달한다. 오랜 기간 일할 수록 그만큼 숙련도가 높아져 회사 입장에서 정규직으로 전환할 유인이 크기 때문이다.

영국도 두번째 이후 근로계약의 기간을 4년으로 설정하고 있다. 일본은 5년을 적용하고 있다. 독일은 근로계약 기간을 2년으로 정하고 있지만 실업률이 낮아 이직이 용이하다는 특징이 있다. 1년 이하의 근로계약은 고용안정성을 해칠 수 있다는 점에서 전세계적으로 지양하는 추세다.


◇ 기간제 30%, 2년반 내 사실상 해고

그럼에도 야당은 '비정규직 2+2년'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이다. 기업들이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는 수단으로 악용해 비정규직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논리다. 환노위 야당 간사인 이인영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기간제법 개정안은 비정규직을 늘리는 내용인 만큼 수용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비정규직 가운데 약 30%가 2년반 이내에 사실상 해고되는 현실을 고려할 때 '2+2년' 근로계약 연장은 비정규직의 해고를 줄이고 고용안정성을 높이는 데 효과가 있을 것이라는 의견이 노동 전문가들 사이에서는 설득력을 얻고 있다.

고용부의 고용형태별 근로자패널조사 결과, 2010년 4월부터 2012년 10월까지 2년반 동안 기간제 근로자 121만명 가운데 약 37만6000명(31.1%)이 비자발적으로 회사를 떠나거나 실업 또는 비경제활동 상태가 됐다. 비자발적 이직이 15.6%, 비경제활동 상태가 10.0%, 실업 상태가 5.5%였다. 출산 등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곤 사실상의 해고다. 근속자는 44.4%, 자발적 이직은 24.5%였다.

지난 16일 노사정위원회의 노동시장구조개선 특별위원회에서 전문가인 공익위원들이 "비정규직 사용기간 연장은 합리적"이라며 정부의 손을 들어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청와대 관계자는 "'2+2년'은 현실적으로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성을 최대한 높일 수 있는 방안"이라며 "자칫 발생할 수 있는 제도의 악용은 근로감독 강화 등을 통해 최대한 줄이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환노위는 이 밖에도 △근로기준법(근로시간 단축) △고용보험법(실업급여 확대) △산업재해보상보험법(출퇴근 재해시 산재보험 적용) △파견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파견 업종 확대) 개정안 등의 노동개혁 법안들을 심사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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