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개혁, 5대입법 이어 2대지침 핵폭탄 온다

머니투데이 세종=우경희 이동우 2015.11.18 03:20
글자크기

[일반해고 임금피크 논의개시]30일 정부용역 중간보고…'고용유연화·정규직보호완화' 등 갈등 예고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5.11.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정부 여당이 추진하는 노동개혁 5대 법안에 대한 심의에 착수했다. 16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이 의원들의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2015.11.16/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노동개혁 5대입법을 국회로 넘긴 노사정이 사실상 본게임에 들어간다. 고용유연화의 상징에 해당하는 '근로계약해지'와 '임금피크 도입을 위한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이라는 이른바 '2대쟁점'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노사정대타협의 발목을 끝까지 잡아끌던 사안이라 어렵게 항해하던 노동개혁호(號)가 새로운 급류를 만날 가능성이 커졌다.

◇노동개혁 핵심, 일반해고 논의 개시=정부는 일반해고 지침을 저성과자·업무부적응자에 대한 계약해지 시 가이드라인으로 활용할 수 있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뚜렷한 부적응과 해사행위에도 해고할 수 없는 법의 사각지대를 보완하고, 이를 통해 기업의 생산성을 높이겠다는 거다. 부적응의 기준 등은 그간의 판례를 활용해 마련하기로 했다. 사측이 충분히 재교육을 실시한 후에야 해고를 인정하는 등 단서조항도 넣기로 했다.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허용은 정부 입장에서는 임금피크제의 민간기업 도입 확대를 위해 꼭 넘어야 하는 걸림돌이다. 근로기준법 상 취업규칙을 근로자가 불리한 방향으로 변경할 땐 노조의 동의를 받아야 한다. 정부는 이번 지침 마련을 통해 임금피크제를 위해 취업규칙을 변경할 때는 노조동의없이도 변경을 허용토록 한다는 방침이다.

일반해고와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지침(가이드라인)은 5대입법과는 달리 국회의 의결이나 협의 없이 정부고시만으로 개정과 시행이 가능하다. 입법사항이 아닌 가이드라인인 만큼 강제성도 없다. 현장에서 지키지 않는다 해도 처벌할 규정이 없다.



하지만 노동계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반해고 지침이 마련될 경우 노조가 구성되지 않은 중소 영세사업장에서 사업주들이 정부지침을 들어 불합리한 해고를 단행할 수 있다는 거다. 불리한 취업규칙 변경 역시 회사 측이 일방적으로 임금피크제 도입을 추진할 때 중견중소기업 근로자들이 사실상 방어할 수 있는 수단을 없애는 조치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경영계는 정 반대의 이유로 정부 방침에 반대하고 있다. 지침 수준으로는 현장에서 구속력이 없는 만큼 실효성을 기대할 수 없다는 거다. 아예 법제화해야 한다는 방침을 세우고 정부를 압박하고 있다. 노사정의 2대지침이야말로 노사정의 '동상이몽'이 가장 큰 항목이다.

2대지침 중 일반해고는 사실상 이번 노동개혁의 핵심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정부는 이번 노동개혁의 종착점을 청년고용 확대를 중심으로 한 '고용률 끌어올리기'로 정한 상태다. 글로벌 경기부진이 계속되는 상황에서 고용확대와 정년연장은 기업에 큰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불만이 가득한 재계에 정부가 약속한게 바로 고용유연화(정규직 과보호 완화)다. 그리고 고용유연화의 핵심 항목이 일반해고 지침 마련이다.


노사정은 대타협을 통해 '근로계약 해지 등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화'하는데는 동의했다. 다만 공정한 평가체계를 구축하고, 근로계약 체결 및 해지의 기준과 절차는 법과 판례에 따라 명확히 하기로 했다. 이상의 문구를 완성하는데도 1년이 걸렸다. 그러면서도 지침 마련에 최종 합의하지 못해 후속과제로 돌려야 했다. '정부가 일방적으로 시행하지 않으며 노사와 충분히 협의를 거친다'는 단서조항이 달렸다. 취업규칙변경도 마찬가지다.

정부는 오는 30일 정부용역안의 중간보고를 시작으로 2대지침의 논의를 본격화한다는 방침이다.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경제관계장관회의에서 '12월 내 2대지침 확정발표'를 언급한 상황이라 논의 시점을 더 이상 미루기는 어렵다. 노사의 줄다리기가 통상 정부 안을 놓고 이뤄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날 발표되는 용역 결과가 사실상 논의의 중심이 될 수밖에 없다.



이기권 고용노동부 장관은 일단 연내 시한론에 대해서는 선을 그었다. 그는 "정기국회 후 본격적인 논의를 시작할 예정이며 충분한 논의를 약속했기 때문에 아직 논의 시한을 말하기는 부적절하다"며 "다만 판결에 입각해 지침을 마련한다는 원칙을 세운 만큼 지금이라도 노동계나 경영계가 질의를 해 오면 얼마든지 정부 안에 대해 답을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빛광장에서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타협 합의가 야합의 결과라며 23일 총파업을 한다고 밝혔다. 2015.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민주노동조합총연맹 조합원들이 19일 서울 종로구 한빛광장에서 총파업 선포 결의대회를 열고 있다. 민주노총은 노사정 대타협 합의가 야합의 결과라며 23일 총파업을 한다고 밝혔다. 2015.9.19/뉴스1 <저작권자 © 뉴스1코리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5대입법에 2대지침, 노동전쟁 개막=5대입법과 동시에 2대지침에 대한 논의가 시작되면서 노동개혁 이슈가 연말 국정에 상당한 영향을 줄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노동계가 여전히 정부·경영계와 각을 세우고 있고, 국회에서도 야당 의원들이 5대 법안 개정안에 강하게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2대지침 논의가 개시되면 노동계의 투쟁동력이 더 강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연말 노동현장은 전쟁터를 방불케 한다. 노사정위를 박차고 나서 장외투쟁을 하고 있는 민주노총은 지난 14일 민중총궐기를 조직하고 노동개혁 비판 성명을 내는 등 실력행사를 이어가고 있다. 비정규직 쟁점에 대한 합의를 위해 노사정 대표가 회의를 진행한 지난 16일에도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파견 업종 확대 등 정부안을 비판하는 내용의 집회를 개최했다.



한상균 민주노총 위원장은 지난 4월 총파업, 5월 노동절 집회에서 불법 시위를 주도한 혐의로 법원으로부터 구속영장이 발부된 상태다. 이에 한 위원장은 서울 종로구에 위치한 조계사에 피신했다. 당분간 조계사에 머물며 연말에 집중될 노동개혁 반대 투쟁 등을 계획할 것으로 알려졌다.

노사정위 노동계 주체인 한노총도 본격적인 움직임을 예고한 상태다. 국회 압박을 통해 노동개혁 5대 법안의 처리를 막는다는 계획이다. 한노총 관계자는 "정부가 사용자 입맛에 맞게 바꾸려는 해고와 취업규칙 문제는 노동자의 기본적인 권리를 위해서도 결코 양보할 수 있는 문제의 성격이 아니다"며 "아울러 국회에서도 여야 의원들이 비정규직 관련 문제를 제대로 파악할 수 있도록 의견을 지속적으로 피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2대 쟁점에 대한 논의가 노사정위에서 진행되는 동안, 국회에서는 비정규직법 등 5대 법안 개정안 처리로 시끄러운 논의가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 16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5개 법안을 상정하고 법안심사소위로 회부했다.



최대 쟁점인 비정규직법과 관련해 노사정위의 합의가 끝내 이뤄지지 않으면서 국회 논의에도 난항이 예상된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이날 노사정 합의 실패에 대해 "구체적 입법을 위해서는 후속 합의가 선행돼야 함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여당은 지난 9월 노사정 합의 정신을 위반해 '노동 5대 악법'을 국회에 떠넘겼다"며 "결과적으로 노동 5법은 노사정 합의 없는 청와대법 노동 5대 악법이 되고 말았다"고 비판했다.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