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상선 유동성 위기, 부산 경기 침체 부추기나

머니투데이 양영권 기자 2015.11.15 18: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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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대 해운사 한 곳이도 무너질 경 글로벌 6위 지위 '흔들' → 4만4000여 종사자 피해

한진해운과 현대상선 등 국내 양대 해운업체 구조조정설이 확산되면서 부산 지역 경기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다. 세계 6위 컨테이너 처리 항구의 지위가 흔들릴 경우 4만4000여명에 이르는 관련 산업 종사자들에게 직접 피해가 가는 것은 물론 수출산업 전체에도 타격이 갈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15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부산은 국내 컨테이너 화물의 85%가 처리되는 해운 중심지다. 지난해 컨테이너 처리 물동량은 1868만TEU(20피트 길이 컨테이너 크기 기준 단위)다.



2013년 기준으로 부산 지역 해운·항만물류 산업 사업체 수는 3655개에 이른다. 해운·항만물류 종사자는 4만4390명으로 조선업 종사자 3만816명을 뛰어넘는다.

하지만 전세계 항구를 놓고 볼 때 그 위상은 갈수록 떨어지고 있다. 10여년간 전세계 컨테이너 물동량 처리량에서 5위권을 유지했지만, 지난해 중국 상하이 인근에 있는 닝보-저우산항에 밀려 6위로 내려앉았다.



세계 7위인 중국 칭다오항이 7%대의 높은 성장률로 부산항을 맹추격하고 있어 6위마저도 위태로운 상황이다.

부산항의 컨테이너 물동량 가운데 한진해운과 현대상선은 각각 20%, 15%를 차지한다. 이들 양대 해운업체에 합병이나 법정관리 등의 이슈가 생길 경우 부산항의 급속한 쇠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현재 부산항은 세계 양대 해운동맹(얼라이언스) 가운데 하나인 G6 얼라이언스의 주력 기항지다. 지난해 G6 얼라이언스가 부산항에서 처리한 컨테이너 물동량은 511만1000TEU에 달한다.


G6에는 현대상선이 속해 있다. 업계에서는 부산을 모항으로 하는 현대상선이 사라질 경우 G6가 굳이 환적 기지를 부산항으로 삼을 이유가 없어진다고 본다.

또 한진해운이 속한 CKYHE 얼라이언스는 지난해 296만6000 TEU를 처리했는데, 역시 한진해운의 유동성 위기가 가시화되면 물동량이 현저히 감소할 전망이다.

해운업계 관계자는 "글로벌 대형 화주들은 위험 분산 차원에서 화물을 얼라이언스 한 곳에 몰아주지 않고 여러 곳에 분산시키는데, 양대 해운업체 한 곳이라도 사라질 경우 화주들은 한국의 다른 업체에 맡기는 게 아니라 다른 얼라이언스로 돌리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당장 컨테이너선이 기항을 하지 않을 경우 하역업체와 도선사 등 관련 업체 종사자들의 일감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고, 서병수 부산 시장이 중점적으로 추진 중인 '해운중심 도시 도약' 역시 차질이 불가피하다.

그렇지 않아도 부산은 지역 경기를 떠받치고 있는 해운업과 조선업 등의 동반 불황으로 지역내총생산(GRDP) 성장률이 16개 시·도 중 최하위를 달리고 있는데, 해운업체에 문제가 생기면 침체가 더욱 깊어질 것이라는 얘기다.

나아가 해운사의 기항지가 해외의 다른 항구로 이동한다는 것은 그동안 부산항을 이용해 왔던 국내 수출입업체들의 물류 비용이 증가함을 의미한다.

이같은 국적 해운사의 중요성 때문에 해외에서는 지방 정부도 해운사 지원에 적극적이다. 독일 함부르크시를 모항으로 하는 하팍로이드가 어려움을 겪자 함부르크시가 2013년 7억5000만유로를 지원한 게 대표적이다.

해양수산개발연구원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주요 해운업체들의 문제는 단순한 기업의 문제 이상"이라며 "좁게는 지역 경제, 넓게는 국내 업체들의 수출 경쟁력에까지 문제가 발생함을 의미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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