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와 같이 규칙적인 수면 주기가 유지되는 이유는 생체리듬에 관여하는 멜라토닌 때문이다. 보통 밤 9시 경에 분비되기 시작해, 아침 7시쯤에 멈추는 이 호르몬 때문에 사람들은 매일 일정한 시간에 잠을 자고 기상하게 되는 것이다.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
생체시계가 중요한 이유는 사람의 건강과 직결되기 때문이다.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거나 끼니를 제 때 챙기지 못하면 평소의 리듬을 잃어버리면서 생체시계가 교란을 일으킨다. 물론 하루나 이틀 정도는 평소와 다른 리듬을 보여도 큰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 사람의 신체는 그렇게 약하지 않기 때문이다.
하지만 리듬이 깨지는 경우가 만성적으로 이어진다면 상황이 달라진다. 생체시계 교란이 만성화되면 그동안 균형을 이루던 신체 조화가 깨지면서 각종 질병에 걸릴 확률이 높아지게 되는 것이다. 비교적 규칙적인 수면과 식사 시간이 가능했던 과거와는 달리 요즘은 24시간 깨어있는 시대다. 밤에도 대낮같이 환한 조명시설 덕분에 교대근무나 야간근무를 하는 사람이 많다. 따라서 만성적인 생체시계 교란도 높아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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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다면 잠을 자거나, 일을 하는데 있어 신체에 가장 적합한 시간대가 있을까? 사람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평균적으로 오전 10시에서 오후 2시 사이에는 집중력과 논리적 추론 능력이 극대화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 시간대다. 따라서 공부나 중요한 업무를 하는데 있어 적합한 시간이라는 것이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반면에 오후 6시에서 8시 사이의 초저녁은 심폐기능이 우수하고, 근력이나 유연성이 높아지는 시간대다. 따라서 걷기나 달리기 등 운동을 하기에 가장 좋은 시간이라 할 수 있다. 그렇지만 24시간 돌아가는 현대 사회에서 모든 사람이 낮에만 일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이런 사람들의 경우는 어떻게 해야 할까? 이에 대해 전문가들은 "낮에 잠을 자야 하는 사람은 침실환경을 바꿔 자신의 신체를 속여야한다”고 강조하며 “검은 커튼을 달거나 안대를 착용하는 등 비록 낮이지만 밤처럼 환경을 조성해야한다"라고 조언한다.
인산화 스위치와 그 과정에서 사용된 수학 방정식/자료=KAIST
체내에 생체시계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은 지난 1954년 무렵이다. 생체시계가 당시 과학자들의 주목을 끈 이유는 바로 환경이나 온도와는 상관없이 일정한 리듬을 갖고 있다는 점이었다. 보통 온도가 오르게 되면 다른 생체반응은 빨라지는 데 반해, 생체시계의 반응은 이와는 대조적인 현상이었기 때문이다.
그 후 생체시계로 인한 신체 리듬이 어떻게 모든 사람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지를 규명하기 위해 전 세계의 과학자들은 생체시계 원리를 밝히려 노력했다. 하지만 최근까지 60여 년간 베일에 가려져 있었다.
그러던 생체시계의 원리가 최근 국내 연구진에 의해 밝혀졌다. KAIST 수리과학과의 김재경 교수가 미분방정식을 이용한 수학적 모델링을 통해 온도 변화에도 불구하고 생체시계의 속도를 유지하는 원리를 발견한 것.
Period2 단백질이 인산화 스위치에 의해 낮은 온도에서 분해되는 속도가 더 빨라진다는 것을 보여주는 실험/자료=KAIST
이에 대해 김 교수는 "체온이 오르면 생체시계의 분침도 다른 생체 반응처럼 빨리 가려고 하는 것은 똑같다"라고 전제하며 "이렇게 빨리 가려고 하는 생체시계를 조절하는 것이 바로 피리어드2라는 단백질"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의 설명에 따르면 체온이 올랐을 때, 피리어드2 단백질이 생체시계의 태엽을 풀어서 빨라지는 분침을 천천히 가도록 늦추기 때문에 일정 속도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반대로 체온이 떨어져 생체시계의 분침이 느리게 가면, 이 단백질이 태엽을 감아 빨리 가도록 조정해 주는 역할을 한다.
KAIST 연구진은 이 같은 모델링 가설을 토대로 듀크-싱가폴 국립 의과대학의 데이비드 벌쉽교수와 공동 실험을 진행했고, 그 결과가 최근 저명 학술지인 '몰리큘라 셀'에 게재돼 주목을 끌고 있다.
김 교수는 "앞으로 피리어드2 단백질을 조절하는 약물을 개발하면, 생체시계의 시간을 인위적으로 늦추거나 빠르게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측했다. 어렵고 복잡하게만 생각했던 수학으로 생물학의 난제를 해결한 사례로, 앞으로도 많은 문제를 수학적으로 해결할 수 있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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