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이승현 디자이너
19세기 후반 벨기에에서 처음 고안돼 스위스에서 최초 시행된 비례대표제는 우리나라에 1963년 도입됐다. 1961년 5.16 이후 실시된 제6대 총선이다. 정당의 지역구 득표율을 배분 기준으로 삼고 전체의석의 1/4을 비례대표로 채웠다.
14~16대엔 몰아주기를 폐지한 대신 지역구 득표율에 따라 비례의석을 배분했다. 다만 진입장벽 즉 봉쇄조항을 뒀다. 지역구 선거에서 5석 이상의 의석을 차지했거나 유효투표 총수의 3% 이상을 득표한 정당에 대해 득표비율에 따라 전국구를 배분했다.
비례대표제는 무엇보다 단순다수제 위주의 지역구 선거를 보완하고 표의 비례성을 확보하는 수단이다. 특히 비례대표 없이 한국처럼 승자독식 소선거구 선거만 치르면 1위 후보를 찍지 않은 표는 의석 구성에 반영되지 못하는 '사표'가 된다.
2012년 19대 총선 새누리당의 전체 지지율은 43%였지만 선거 직후 의석은 300석 가운데 과반인 51%였다. 새정치민주연합도 득표율을 단순반영한 의석수보다 18석 많이 차지했다. 반면 최근 논의되는 비례대표 확대 제도에 19대 총선 결과를 대입하면 지금의 정의당, 총선당시 통합진보당과 같은 제3당 의석이 늘어난다. 대형정당보다 소수당이 비례대표제 확대에 적극적인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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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례대표제의 개선과제도 꾸준히 지적된다. 상대적 소수자인 여성, 장애인의 목소리를 대변하는 건 장점이지만 극우나 극좌 등 극단적인 정치세력이 원내 진입하는 것 또한 비례대표제에서 가능하다.
선거직전 정당을 급조, 비례대표를 통해 의석을 얻거나 특별당비나 후원금 명목으로 사실상 비례대표를 사고파는 일도 과거 벌어졌다. 전국구가 되려면 돈이 든다는 뜻으로 전(錢)국구로 불렸다. 돈이 오가지 않더라도 권력이 개입, 특정 정파나 보스의 입맛에 맞는 인물이 비례대표로 공천되면 정당의 민주주의나 건전한 토론에 역행할 수도 있다.
비례대표 제도가 전문가 영입 통로로 인식되는 것도 논란거리다. 비례대표는 흔히 경제·법조·의료·복지 등 각 분야 전문가들이 국회에서 활동할 수 있는 경로로 인식되지만 입법활동 실적은 지역구 의원과 별 차이가 없다. 머니투데이 더300 분석 결과 19대국회 지역구 의원과 비례대표 의원은 발의법률의 본회의 통과율이 각각 26%와 25%로 큰 차이가 없었다.
그동안 비례대표 제도개선 논의는 선발(공천)방식과 그 숫자에 국한됐다. 비례대표 국회의원들의 활동을 제대로 평가하자는 논의는 없다시피 했다. 비례대표 최초도입 50년이 넘은 이때 비례대표를 뽑는 방식뿐 아니라 일하는 방식도 고민해야 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