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대 권력' 주체들이 벌이는 먹고 먹히는 '싸움'

머니투데이 김고금평 기자 2015.11.14 03:05
글자크기

[히스무비] '내부자들'…대한민국 시스템을 움직이는 권력자들의 집결과 와해

'5대 권력' 주체들이 벌이는 먹고 먹히는 '싸움'


만약 이 영화가 윤태호 작가의 원작처럼 결론을 내지 않은 채 막을 내렸다면 아찔하고 암울했을 것이다. 결론을 볼 수 있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안도의 한숨을 내쉴 수 있는 상황은 그래서 더 슬프다. 정말 대한민국 시스템을 좌지우지하는 건 몇 명의 내부자만으로 가능한 일인가. 그리고 잘못된 정의(正義)는 그 몇 명만으로 정의(定義)되는 것인가.

이런 물음으로 시작된 영화는 마지막 결론에 도달하기 바로 직전까지 관객을 허탈하게 만든다. 권력의 주체로 작용하는 힘 있는 내부자들이 움직이는 대한민국의 민낯은 여전히 무섭고 살벌하다.



윤태호 작가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내부자들’은 기존의 정치권력을 둘러싼 음모와 배신의 작품들과 크게 다르지 않지만, ‘눈 가리고 아웅’ 식의 말도 안 되는 전략조차도 ‘먹힌다’는 현실을 거울로 삼는다는 점에서 진실의 은폐나 외면의 측면을 좀 더 ‘현실적’으로 부각한다.

유명 신문 논설주간 이강희(백윤식)과 정치깡패 안상구(이병헌)는 오랫동안 ‘거래’해온 동지다. 이 주간은 대기업 총수와 짜고 대한민국의 시스템을 움직인다. 이들은 장필우(이경영) 야당 의원을 유력한 대통령 후보로 밀고, ‘빽’과 연줄 없는 경찰 출신 우장훈(조승우) 검사가 출세를 위해 여당의 지시를 받는다.



대선을 앞두고 판은 이렇게 짜였지만, 내부자 안의 적이 생기면서 판은 다시 원점으로 돌아간다. 배반당한 정치 깡패는 복수를 위해 작은 계획을 마련하지만, 이 계획을 알아챈 거대 내부자들의 집결로 복수의 칼날은 무뎌진다.

'5대 권력' 주체들이 벌이는 먹고 먹히는 '싸움'
영화는 계속 판을 갈아치우며 반전과 예측 불허의 상황을 생성한다. 모두 권력의 핵에 있는 이들이 절대 놓을 수 없는 욕심 때문이다. 이쯤 되면 상대방에 대한 신뢰성이나 개인의 양심은 기대 변수에서 제외되기 마련. 정치 깡패는 검사를 믿을 것인가, 이용할 것인가. 이 주간은 대통령 후보를 끝까지 지지할 것인가. 때론 비굴함이 미덕이 되고, 무뎌진 양심 앞에 돋아난 칼날 같은 앙심이 생존의 조건이 되는 현실 정치의 생리를 이 영화는 잔인하게 보여준다.

정치, 재벌, 언론, 검찰, 조폭 등이 이끄는 시스템은 그러나 영화에선 좀 더 개인적인 대결로 압축한다. 우민호 감독이 말한 것처럼 ‘시스템’에 무게 중심을 둔 원작보다 시스템 속 내부자라는 ‘개인’의 대결에 초점을 맞췄기 때문이다.


호화찬란한 배우들이 대거 출연한 것도 용호상박 대결의 박진감을 극대화하기 위한 장치다. 이병헌과 조승우, 이경영과 백윤식 등 쟁쟁한 배우들의 출연은 최종 승리자가 누구일지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내부자들이 가진 시스템의 속성은 이 주간의 함축적 발언에서 쉽게 요약된다. “대중은 개, 돼지보다 못한 존재들이다.” 언제든 파괴할 수 있고, 원할 땐 이용하다 버릴 수 있다는 뜻이다. 그런 생각에서 출발하는 몇몇 내부자들이 움직이는 시스템으로 이 사회가 유지되고 있다면, 개인의 양심 체계는 더욱더 수면 아래로 가라앉을 수밖에 없을 것이다.

결론을 낸 영화는 우장훈 검사의 마지막 양심과 신의에 모든 걸 건다. 내부자를 색출할 수는 없어도, 양심을 버릴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1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TO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