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사진=뉴스1
산업위 법안소위는 이날 6시간 동안 70여건의 법안을 심사하면서 이 1건의 개정안에 1시간을 쏟아 부었다. 통과를 보류한 대신 오는 12일 열리는 법안소위에선 1순위로 이 법안을 다시 다룬다.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 전하진 새누리당 의원은 "산업부에서 별로 할 마음이 없지만 국회가 강력한 의지를 보여줄 필요가 있다"고 통과를 주장했다.
지능형전력망은 스마트그리드란 이름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기존 전력망에 IT기술을 접목해, 전력 공급자와 소비자가 실시간으로 정보를 교환하면서 에너지효율을 높이도록 한 시스템이다. 전 의원의 개정안은 지능형전력망을 전국적으로 확산시키기 이전에 '거점지구'를 우선 만들어 '테스트'해볼 수 있는 법적근거를 담았다.
개정안에 따르면 지능형전력망 사업자는 이 거점지구 안에서 발전과 전기판매를 겸할 수 있다. 거점지구 내 △전력저장장치 △디지털 전력량계 △전기자동차 충전설비 △분산형 전원장치 등 설비보급을 위한 국가와 지자체의 의무규정도 신설했다. 정부가 반대한 것은 바로 이 '분산형 전원장치'의 포함이다. 분산형 전원은 전력을 소비하는 장소와 인접한 곳에 분산돼 설치되는 소용량 다수 전원공급 설비다.
◇산업부, 분산형 전원장치 'NO'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 '구역전기사업자'를 내세워 분산형 전원장치 포함을 반대했다. 구역전기사업자는 삼천리 등 소규모 발전사업자를 말한다. 현재 13개 사업자가 10개 사업장을 운영중이다.
이미 구역전기사업자가 한전과 별도로 분산형 전원장치로 발전·판매하고 있기 때문에 기존 제도를 활용하면 된다는 게 산업부의 주장이다. 전 의원은 이에 "제가 말씀드리는 발전사업과 판매사업의 겸업 주체는 가정"이라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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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의 속내는 한전의 독과점 체제와 닿아 있다. 구역전기사업자보다 규모가 작은 개인사업자가 발전하고 판매하는 것을 허용할 것이냐의 문제다. 현재는 개인이 에너지를 생산하면, 바로 옆 건물에서 수요가 있어도 직접 팔지 못하고 한전에 팔아야한다. 개정안이 통과되면 스마트그리드 거점지역에선 건물과 건물이 한전을 끼지 않고 서로 에너지를 주고받을 수 있다.
채희봉 산업부 에너지산업정책국장은 소위에서 "이것은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며 "한전이 아닌 '개인사업자'가 전력소비자들을 바인딩(binding)시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어려운 설명을 부좌현 새정치민주연합 위원은 한줄로 쉽게 요약했다. "그러니까 함부로 전기 장사하지 말라는 거예요."
◇통신사업자 들어올라
채 국장이 지목한 개인사업자는 엄밀히 말해 가정보다는 '통신사업자'다. 그는 "그런데 지금 이 지능형전력망과 관련된 시범지구 사업자들은, 사실은 통신사업자들이 관심이 많다"고 말했다.
채 국장의 부연 설명을 들으면 산업부가 무엇을 걱정하고 있는지 더 명확해진다. "전력소비자는 한전이 아닌 사업자에게 전기를 사는 것입니다. 통신사업자는 시범지구라는 이름으로 들어와서 거기다가 스마트계량기(AMI)라든지 에너지저장시스템(ESS)이라든지 붙여서 판매사업을 하게됩니다."
◇산업위 여야 "한 발짝을 떼기 위해"
산업위 법안소위 여야 의원들은 모두 개정안을 통과시키자는 쪽이다. 거점지구 안에서의 테스트인만큼 '일단 해보자'는 분위기가 강하다.
여당간사인 이진복 의원은 "미래지향적인 법이고, 한 발짝을 떼기 위한 것"이라며 "한 발짝 더 나가 보자는 데 대해 정부가 너무 두려움이 있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현재 새누리당 의원은 산업부를 향해 "전부 머리에 기존의 관념으로 딱 고정이 돼서 그것을 방어하는 데만 초점을 맞춘다"며 "창조경제는 새로운 산업을 자꾸 만들어 내는 것"이라고 말했다.
또 "언제까지 전력(발전·판매 권한)을 안 주도록 할 수는 없는 것"이라며 "새로운 시장을 하나 열어서 값싸고 질 좋은 전기를 공급할 수 있으면 그 길을 터 주자는 그런 취지"라고 덧붙였다.
야당도 다르지 않았다. 법안소위원장인 홍영표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은 "우리가 기존의 틀 속에서만 고민해서는 진흥이고 뭐고 잘 안된다"며 "융통성있게 다양하게 시도를 해볼 수 있도록 뭔가 제도를 만들어주는 것은 오히려 산업부에서 해야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같은 당 백재현 의원도 "지능형으로 한번 해 보자는 것"이라며 "이것 때문에 전력산업이 한꺼번에 무너지는 것도 아닌데, 실험을 한다는데 (산업부가)자꾸 못 하게 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말했다.
김제남 정의당 의원은 "독일 등 유럽국가는 소비자에게 전원을 선택할 수 있는 권리가 있다"며 "전력을 스마트하게 주고받을 수 있게끔 해줘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