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대표가 '9시 출근' 강조하자…직원 "물러나라"

머니투데이 최동수 기자, 박준식 기자 2015.11.11 10:32
글자크기

대표 '근무기강 확립' 주문에 익명 게시자 "대표 물러나라" 비판

모 회계법인 대표와 익명 구성원의 설전으로 들끓고 있다. 대표가 9시 정시 출근 등 업무기강을 주문하자 익명 게시판에 구성원 대표라고 밝힌 인물이 대표의 명을 조목조목 비판하며 논란이 벌어진 것이다.

11일 업계에 따르면 모 회계법인 익명 게시판에는 대표의 사퇴를 촉구하는 글이 올라와 치열한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발단은 대표가 근무기강을 위해 올린 글로 촉발됐다. 대표는 회사 전체메일을 통해 "최근에 갑자기 요즘 추워진 날씨 때문인지 지각하시는 분들이 종종 눈에 보인다"며 "출근은 외부일정이나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9시가 기본"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기강을) 엄격히 준수해 규범이 있는 조직을 갖추는데 적극 협조 해주시길 부탁한다"며 "초심으로 돌아가 (실적)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하자"고 덧붙였다.

이러자 익명 게시판에 직원이 장문의 반박 글을 올렸다. 그는 "직원이 대표님께 당당히 건의를 할 만큼 개방적인 회사구조는 아니라 판단하기에 정중히 양해를 구한다"며 "대표님을 높은 수준으로 공격하는 글이니 마음각오를 단단히 하라"며 글을 시작했다.



이어 "저희는 시간제 근무를 하며 시간당 월급을 받는 사람들이 아니라 수익 인식 방식에 따라 프로젝트 베이스로 각각 직무와 책임을 맡아 업무를 하는 사람들"이라며 "때로 새벽까지 야근을 하고 주말에 출근하며 밤을 새는 경우도 있는데 전문가들이 모인 집단에 당신이 오늘 보낸 메일은 진심으로 모욕적"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사실 9시 출근 강요보다 더 분노하게 만들었던 점은 글에 있던 목표 달성이라는 부분이었다"며 "그 돈이 정말 이 조직에 몸담고 있는 모든 사람의 목표인지, 회장님에 대한 충성으로 가득한 (오히려) 회사 정책 방향에 매우 반대되는 행위를 한 것인지 생각해본다"고 비판했다. 이어 "당신(대표)은 그 동안 보여왔던 말과 행동으로 이것 외에 더 이상의 상위 가치가 없는 사람이라는 점을 이미 여러 차례 입증하였다"며 "진심으로 회사를 아끼는 마음으로, 당신이 그 자리에서 물러나기를 희망한다"고 말했다.

익명의 게시자는 "제가 회사에 대한 애정을 갖는 이유는 이 곳에서 정말 전문가로서 열정을 가지고 일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이라며 "사실 오늘의 메일은 트리거(방아쇠)였을뿐 그간 대표님이 보여 주었던 부하직원들에 대한 지나친 배려 없음에 대한 불만이 한번에 터져 표현된 것"이라고 덧붙였다.


반박 게시글이 올라오자 해당 회계법인에서는 대표를 옹호하는 파트너들과 게시글에 동조하는 임직원들의 논란이 번지고 있다. 대표가 의례적인 근무기강을 말한 것인데 반박이 지나쳤다는 지적도 나온다.
TOP